산꾼이라면 아마도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평소에는 시간이 부족해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 큰 산에서 종주산행을 해보리라 마음 먹었을 수도
있고, 해외의 유명산으로 여행 겸 산행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세상 일이 늘 자기 뜻대로만 되던가.
막상 장거리 산행을 떠나려니 가족들이 우선 눈에 밟혀 선뜻 나서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휴가 기간 산에 한 번 가지 않고 보낸다는 것은 너무도 아쉬운 일. 이런 산꾼들에게 욕심 내지 말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휴가철에 딱 맞는 여름 산행지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추천한다. 주로 시원한 계곡과 폭포를
포함하고 있는 코스들이어서 여름 산행의 진수를 느끼기에 모자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양산 천성산 1봉 용소폭포~홍룡폭포
- 들머리 날머리서 즐기는 폭포의 향연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b.kookje.co.kr%2Fnews2000%2Fphoto%2F2010%2F0709%2F20100709.22020203027i1.jpg) |
|
경남 양산 최고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천성산은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지만, 유독 용소골 만은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호젓한 여름 계곡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천성산(920.7m)은 소금강 계곡으로 불리는 내원사 계곡과 웅상읍의 무지개폭포를 낀 어영골을 비롯해 수많은 폭포와 계곡을 품고 있는 넉넉한 산이다. 가을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화엄벌로 인해 가을
산행지로 흔히 착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 많은 계곡과 폭포로 인해 여름 산행지로서의 인기가 가을 못지 않다. 부산 산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근교산 가운데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접근성이 좋고 깊고 수려한 계곡들을 품고 있어 올여름 휴가 때도 수많은 산꾼들을 유혹하는 '양산 최고 명산' 천성산에는 비교적
산꾼들의 발길이 드문 계곡이 있다. 그곳이 바로 용소폭포의
위용이 멋진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용소골이다.
험하지 않으면서도 완만한 용소골은 짙은 그늘 속에서 시원한
계곡산행을 만끽할 수 있는 한적한 계곡이다. 따라서 이 계곡으로 올랐다가 화엄벌과 원효암을 거쳐 상북면 대석리 홍룡폭포로
내려서는 코스를 엮을 경우 여느 계곡 산행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코스가 된다. 코스 중 험로가 거의 없어 가족과 함께
하는 여름 계곡 산행지로도 제격이다.
굳이 이 코스의 특징을 표현하자면 '폭포~억새군락지~폭포'라
말할 수도 있다. 용소골은 상수도보호구역이어서 오염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탓에 물이 맑고 청명하기로 이름난 곳이다. 그러나 내원사계곡과 어영골 등에 비해서는 덜 알려져 있어 찾는 산꾼도 많지 않다. 또 용소골의 정점을 이루는 용소폭포는
상단부와 하단부를 합친 길이만 30m에 가까운 폭포로 밀양
구만산 구만폭포와 견줘도 별 손색이 없을 만큼 웅장하다.
날머리의 홍룡폭포 역시 양산8경 중 제4경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원효대사가 창건한 홍룡사와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만 들어도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다.
산행 후 홍룡사 아래 대석리 계곡에서 발을 물에 담그고 쉬었다 갈수도 있다. 〈근교산 & 그너머 640회 참조〉
◆ 밀양 가지산 쇠점골~용수골
- 영남알프스 주봉 감싸는 천혜 계곡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b.kookje.co.kr%2Fnews2000%2Fphoto%2F2010%2F0709%2F20100709.22020203027i2.jpg) |
|
가지산 쇠점골 상류의 무명폭포와 소. 티없이 맑은 물 속에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착각이 든다. |
부산 경남 울산의 산꾼들에게 영남알프스는 영원한 베스트 산행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는 사철 산행지이기도 하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만 9개나 거느린 거대한 산군답게 영남알프스에는 깊고 아름다운 비경을 갖춘 계곡이 즐비하다.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히는 학심이골과 인근의 심심이골을 비롯해 호박소를 끼고 있는 쇠점골, 운문산 아래 상운암계곡 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가운데 근교산 독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영남알프스의 계곡미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코스가 바로 영남알프스 '맏형'격인 가지산(1240m)의 쇠점골~용수골 코스다. 원점회귀가 가능해 자가용 이용자들에게도 편리하다.
경남 밀양의 호박소 입구 백연사에서 출발, 쇠점골을 거쳐 가지산에 오른 후 용수골로 내려오는 코스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여름 산행 치고는 꽤 긴 시간이 걸리지만 전체 산행의 70%를 차지하는 쇠점골과 용수골
구간이 계곡이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 이 코스는 특히 계곡 산행의 맛에다
영남알프스 최고봉의 마루금 산행을 겸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력적이다.
차량은 호박소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 호박소는 국내 100대 명소의 하나로 꼽히는 곳으로 높이 10m의 와폭인 구연폭포 아래 둘레 40m쯤 돼 보이는 절구통 모양을 한 너른 소다. 최근에는 각종 영화나 사극(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증장한다. 호박소까지는 여름인 탓에 사람이 제법 있는 편이지만 쇠점골 중 상류로 갈수록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산행 중 힘에 부치면 가지산 정상까지 가지 않고 중봉 너머 안부에서 용수골로 바로 떨어져도 무방하다.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다. 여름 휴가니까.
쇠점골이란 이름은 밀양 산내면 사람들이 언양장을 보러 석남재를 오르내릴 때 말들의 말발굽쇠를 갈아주고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 〈근교산 & 그너머 495회 참조〉
◆ 함양 영취산 부전계곡
- 세상에 드러나길 한사코 거부한 물길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b.kookje.co.kr%2Fnews2000%2Fphoto%2F2010%2F0709%2F20100709.22020203027i3.jpg) |
|
함양 영취산 부전계곡의 용소. 비취색 물빛이 계곡의 청정함을 대변하고 있다. |
백두대간 영취산(1076m)의 고사리재에서 내려서는 부전계곡은
경남 함양에서도 최북단에 있는 계곡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함양의 용추 및 화림동계곡과 달리 외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도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 2008년 근교산 취재팀이 발굴, 지면을 통해 알린 것을 제외하면 관련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도 한 독자로부터 함양 영취산 부전계곡에 대한 자료 요청을 받기도 했다.
부저계곡의 입구는 부전마을이다. 4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된 부전마을을 지나면 만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부계 전병순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
그의 흔적은 계곡 입구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민가 두 채를 지나면 너른 화강암반 아래 짙푸른 용소를 만난다. 암반 사이로 옥류 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이르는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슬라이드를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백두대간에 올라서면 조망도 빼어나다. 이웃한 백운산을 비롯 장안 괘관 황석 거망 금원 기백 월봉 덕유산 등 1000m급
고봉준령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행 중엔 또 함양 서상면과 장수 장계면을 잇는 고사리재도 지난다.
산행은 서상면 옥산리 부계정사~부전계곡~백운산·고사리재 갈림길~절터골~백두대간 주능선~쉼터(벤치)~무령고개
(선바위 고개)갈림길~영취산 정상~고사리재~논개생가 갈림길~민령 갈림길(이정표)~덕운봉~옛 헬기장~헬기장~제산봉~헬기장~부전계곡으로 돌아오는 100% 원점회귀 코스. 걷는 시간만 5시간4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부산에서의
이동 거리를 고려한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근교산 & 그너머 578회 참조〉
◆ 진안 선각산 백운동계곡
- 정상서 바라보는 마이산 장수산 절경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b.kookje.co.kr%2Fnews2000%2Fphoto%2F2010%2F0709%2F20100709.22020203027i4.jpg) |
|
전북 진안 선각산 자락의 백운동계곡 점전폭포. |
그래도 여름 휴가인데 영남권 안에서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산꾼이라면 전북 진안의 선각산(1141.5m)으로 가보자. 전북 진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마이산이 떠오르지만 선각산은 호남의 산꾼들에게는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멋진 여름 산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선각산의 계곡은 백운동계곡. 여름철 피서지로로 명성이 높은 곳이지만 특히 넉넉한 품을 가진 점전폭포는 더욱 유명하다. 백운동계곡을 사이에 두고 남쪽의 선각산과 북쪽의 덕태산(1113m)을
종주하는 산행이 가능하지만 여름철 더운 날씨와 이동거리 등을
고려하면 투구봉~선각산~삿갓봉을 경유해 홍두깨재에서 백운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적당하다. 계곡을 먼저 오르고 능선을 타는 산행보다는 한바탕 땀을 쏟은 후 계곡으로 내려오면서 탁족의 시원함과 멋을 즐기는 산행이 일반적으로 더 선호되는 편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산행은 주차장~삼림욕장 입구 등산로안내판 앞~구름다리~갈림길~독진암~투구봉~한밭재~1048m봉
(헬기장·일명 중선각봉)~선각산 정상~갈림길 3곳~팔각정 전망대~삿갓봉~1098m봉~홍두깨재~임도~갈림길~점전폭포~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원점 회귀 코스다. 총 11㎞에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선각산 정상과 투구봉에서 바라보는 장수 팔공산 진안 마이산 등의 멋진 풍광도 이 코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산행을 마친 후에는 인근에 있는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도 둘러보면 좋다. 또 홍두깨재에서 시루봉을 거쳐 덕태산까지
종주산행을 감행할 경우에는 산행 시간을 2시간가량은 더 잡아야 하기 때문에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백운동계곡의 시원함을 다소 포기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선각산 정상에서 삿갓봉으로 향하는 중에 만나는
팔각정 전망대 옆으로 금남호남정맥이 흐른다는 것도 참고하자. 〈근교산 & 그너머 634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