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카풀(승차공유)' 서비스의 정식 출시를 선언하면서 또 한차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는 정부, 택시업계와 지속적으로 타협점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업계는 정식 서비스 개시와 함께 대규모 카카오 택시호출 거부운동을 예고하는 등 강한 반발에 나선 상태다.
다만 일부 택시업계에선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동시에 카카오와의 협업을 구상하는 등 내부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모습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일부터 카풀의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운영 결과와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오는 17일 정식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카풀은 방향이 비슷하거나 목적지가 같은 이용자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정식 서비스 이후에는 카카오T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기본료는 2km당 3000원으로 책정됐다. 카풀 크루(운전자)의 운행 시간 제한은 없지만 운행 횟수는 하루 2회로 제한된다.
회사 측은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안전정책에 대해서도 카풀 크루를 대상으로 한 13가지 서류 심사과정을 비롯 '112 문자 신고' 기능, '운행전 크루 생체인증 시스템', '24시간 안전 관제센터', '양방향 평가시스템' 등을 마련했다.
그간 관련업계에선 카풀 서비스를 두고 국회와 택시업계 등의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연내 출시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회사 측은 정식 서비스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풀 서비스 출시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이지만, 택시업계와 상반된 입장차로 정식 출시가 다소 늦어졌다"며 "현재에도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빠른 시간 내 타협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강행에 따라 택시업계도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100만 택시가족의 강력한 투쟁에도 카카오는 불법 카풀앱 출시를 강행했다"며 "카풀 서비스의 정식 출시 취소를 강력히 요구하며 카카오 택시호출 거부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카풀·택시 TF(테스크포스)를 통해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카카오 측의 일방적인 결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카카오가 지난 6일 TF의 권유에 따라 카풀의 출시를 보류한 상태에서 하루 만에 정식 서비스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명확한 타협안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TF를 통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출시를 결정하는 것은 타협의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행동"이라며 "지난 10월에 이어 또 한차례 대규모 반대 집회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택시업계 내부에서도 카풀 서비스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무조건적인 반발보다 차별화된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등 신속한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50개 법인 택시 업체가 설립한 '타고솔루션즈'는 새로운 택시 서비스를 위해 서울시에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서비스는 승객이 호출 시 인근 택시가 강제 배차되는 방식의 '웨이고 블루'와 전원 여성 운전자를 배치하는 여성 승객 전용의 '웨이고 레이디'다. 특히 타고솔루션즈는 카카오 등 IT업체들과도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택시업계의 대규모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승차공유 서비스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며 "승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한편 시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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