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정한 기준치에) 닿거나 이르다=도달하다', '(다른 장소에) 다다르다', '영향력을 주다', '정신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이 아닌 상태가 되다',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가 지나치다',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다' 등 여러가지 뜻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수영에 미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각자의 상상에 맡기고...!
내가 어려서는 매달리기, 구르기, 물구나무서기 등 기계체조 계통에 소질과 취미가 조금 있었다. 중고교 다닐 때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매우 열심히는 아니지만 배구와 농구를 조금 좋아하였다.
배구는 현직에 있을 때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했고, 지금도 친구들과 한달에 한번씩 모여서 경기를 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가 빠지면 배구가 안된다. ^^
운동을 제대로 남에게 돈을 들여가며 배워 본 것은 태권도를 고교때와 군대 가기 전 일년정도 배웠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테니스 레슨을 6개월 정도 했으며 환갑이 넘어서는 탁구와 수영을 배우게 되었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한 운동은 등산과 단축마라톤인데 이 모든 내가 해온 운동 중에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등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등산, 수영, 탁구를 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내 스스로 몸이 가벼운 탓에 어느 운동이던지 남 만큼은 잘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중 수영을 하게 된 동기는 2012년 경 부터 계단을 오를 때 다리가 찌릿찌릿하며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갔더니 의사가 달리기는 하지말고 수영을 하라고 권해서 였다.
어려서 부터의 수영 실력은 개헤엄 20m 정도이다.
퇴직을 하고 바로 천안종합운동장 수영장에 등록을 하고 강습을 시작하였다.
그래도 헤엄을 전혀 못치는 남보다는 내가 낫겠거니 기대를 걸고......!
강습은 저녁 7시부터 7시 50분까지이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강사에 의해 강습이 이루어지고 토, 일요일은 자유수영일이며 월요일은 수영장 전체가 휴장이다.
강습이 이루어지는 날은 매일 7시 시작 종이 울리면 체조와 스트레칭을 10분간 준비운동으로 하고 본 운동 수영이 시작된다.
아무리 둘러봐도 나만큼 정확한 동작으로 열심히 준비운동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수영강습이 시작되면 가급적이면 강사 가까이 접근하여 설명을 자세히 듣고 의문 나는 것은 그때그때 질문을 한다. 나만큼 질문 많이 하는 사람 없다.
--학교 다닐 때 보면 교수 가까운 자리에 앉고 노트 꼼꼼히 하며 질문 많이 하는 학생치고 공부 못하는 학생 없다.--
수영을 구분동작으로 가르칠 때에도 남보다 열심히 배운다.
구러저러 한달 쯤 지나서 풀장 난간에 앉아 물장구치기, 물속에서 호흡하기, 다리동작, 팔동작 등을 다 배우고 자유형 종합을 시작했다.
남자부터 한사람씩 출발을 하고 나면 4~5m 뒤를 이어 간다.
그런데 내 차례가 되어 물에 머리를 담그고 수영을 하려하니 영 싫다.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호흡을 하라는데 자꾸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가 재채기가 나온다. 와, 미치겠다!
그 후로 몇달이 지나도 물에 머리를 집어넣는 것이 영 싫다.
젊은이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나이 많고 뚱뚱한 아줌마(할머니?)들도 다 물에 떠서 자세는 잘못 되었더라도 앞으로 잘 나가는데 나는 아니다.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건 운동신경이 둔한 편인 마누라 보다도 더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남보다 정확한 자세로 하는 것 같은데 자꾸 몸이 가라앉고 숨이 가빠 참지를 못하고 10m 나가면 바닥에 서버린다.
이제 수영강습을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가서 초급, 중급을 거쳐 상급반이 된 지금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에 스타트, 오리발까지 다 배웠건만 아직도 자유형 50m 레인 절반까지 밖에 못 간다.
명색이 아이들 40여년 가르치던 교사로서 나같은 학생을 만났었더라면 아마 나에게 시달려 죽고 못살았을 것이다.
해도 해도 안되니 집어치워?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소속된 반에서 내가 수영을 제일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그리고 한반이 35명인데(실지로 매일 나오는 사람은 절반을 넘지 못하지만) 왜 항상 내가 제일 못하느냐 하면 매달 수영장을 등록하고 나오다가 잘 안되거나 무슨 사정이 생겨서 못 나오게 되는 사람의 수가 상당히 많은 것도 위안이 된다. 나보다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그사람들은 모두 포기했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운동신경이 둔하다는 것을 수영이 여실히 증명을 해줬다.
사실 앞머리에 내가 운동을 많이 한것처럼 부풀려 썼지만 나는 어려서 되게 운동을 못하는 족속이었었다. 초등학교때는 놀이나 운동을 할 때 아이들이 같은 편이 되는 것을 노골적으로 싫어할 정도였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좋아하는 운동회를 나는 싫어했다. 보통 5~6명씩 조를 짜서 하는 달리기를 운동회 때마다 했는데 나는 그 조별 인원 수가 나의 등수가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본 운동회 하루 이틀전 예행연습으로 소 운동회를 했는데 그때 3등을 딱 한번 해봤다. 앞에 가던 아이 하나가 너머져 다른 아이들도 거기에 걸려 줄줄이 넘어지는 바람에......!
성인이 되어 등산을 좋아하고 몸이 가벼워져 다른 사람들이 살이 붙어 둔해지는데 반비례하여 나는 현상유지를 하고 있기때문에 지금 운동 잘하는 것으로 착시현상을 보이는 것 뿐이다. 그 경계선이 군대 제대할 때이다. 그때 부터는 운동 못한다는 소리 별로 못 들어봤다. 요사이 수영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동안 강사도 여럿을 겪어보았다. 강사가 바뀔 때마다 내 실정을 말하면 걱정 마시라고 일주일이면 50m는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건만 일주일은 무슨......!
이제는 몇년 쯤 다녀야 자유형 50m를 갈 수 있을까, 나처럼 몇년을 다녀도 영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있나나 강사에게 물어봐야겠다.
단축마라톤대회 할 때는 10km종목에 출전하여 보통 남녀노소 4~5천명이참가하는데 50분대 중반에는 들어와서 순위가 1500등 안에는 들어왔으니 많은 나이를 생각하면 잘한 편이었다.
만약 수영에도 이런 대인원이 출전하는 경기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아마 5천명이 참가한다면 4900등 후반이 되지 않을까?
말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하루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밥을 안먹지 않는 것처럼 수영을 못한다고 수영을 안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남이 비웃거나 말거나 나는 물속에 걸어 돌아다니기만 해도 운동이 된다. 나는 날마다 밥을 먹듯이 날마다 운동을 하러 다니는 것 뿐이다.
수영장에만 갔다오면 아프던 허리도 안 아프고 싹 씻고 집에 돌아올 때는 상쾌하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지금은 사정이 생겨서 수영장을 판교 탄천종합운동장으로 바꿨다.
낯 설어서 그런지 강사들 천안 강사들 보다 더 쉽게 설렁설렁 넘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나의 담당 강사가 딱 하나 내 맘에 드는 말을 했다.
하루는 강사가 우리 전체에게 일제히 물에 가라앉아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오래 버텨보라고 했다.
나는 숨을 내뿜고 얼른 가라앉아 바닥에 앉을 수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다른 사람들 가지각색이다.
바닥에 닿았다가 조금 버티는 사람, 바로 떠오르는 사람, 반쯤 내려오다 도로 올라가는 사람, 아예 등판조차 물속에 잠기지 못하는 사람!
나는 다른 사람 다 떠오르고 나서도 잠시 더 있다가 그냥 떠올라갔다. 당당히 일등을 했지만 사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더 오래 있을 수도 있었다.
다 올라오고 나니 강사가 나와 또 비교적 오래 있었던 다른 사람을 지목하며
"이 분들 좀 보세요. 이분들은 수영을 엄청 힘들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분들은 가라앉고 싶어도 가라앉지 못하니 그냥 물위에 뜬 채 팔만 휘저으면 앞으로 나아가지만, 이분들은 물에 뜨려고 해도 자꾸 몸이 가라앉으니 몸을 물위에 띄우기 위해 남들은 쓰지 않는 힘을 훨씬 더 써야 됩니다. 여러분들은 몸에 지방이 많아서 나무젓가락과 같이 물에 잘 뜨고 이분들은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어 쇠젓가락같이 잘 가라앉는 것이지요. 격려의 박수!"
내가 수영장에서 남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도 있다는 것에 대하여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
나는 그 일이 있은 후로 한번 팔다리를 쭉 펴서 몸을 일자로 만들어 바닥에 가라앉아 버텨 보았다.
나는 이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진짜 미친다!!! T.T;;
첫댓글 ㅎᆞㅎ 난 날씬한 사람이 수영도 잘하는줄 알았는디~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하고있네~~
그러나 어쩌다 가끔 한번씩 하는 빨리 가라앉거나, 가라앉아 오래 버티기를 하면 항상 1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