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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스크랩 풋풋한 젊음과 문학의 어울림
김창집 추천 0 조회 89 08.09.23 13:2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 ‘제9회 제주청소년 문학 한마당’을 보고


 요즘 고교생들은 불행하다고 한다. 틈을 내어 마음껏 놀아보지도 못하고, 놀 장소도 없이 그저 입시를 위한 강행군뿐이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오후 6시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잠시 틈만 내어주면 이렇게 멋있는 젊음의 향연을 벌일 수 있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그들이 마련한 잔치에서 그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고 제주작가회의와 문학동아리 ‘시혼’이 주최한 이 행사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쇠퇴기에 들어섰다는 문학도 얼마든지 빛나는 미래가 있겠다 싶은 게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시혼’에서는 이번 행사를 기념해서 기념 문집 ‘그대가 그리워 미소를 짓는다’라는 시집을 내 놓았는데, 여기 실린 시들은 조금은 설익었지만 풋풋한 향기가 나는 작품을 학교마다 하나씩 고른 것이다.


 ‘시혼’은 오랜 역사를 가진 제주시내 고교생 문예반 연합 동아리로서 각 학교에 시화전이나 문학의 밤이 열렸을 때 참가하여 서로 격려하고, 해마다 한 번씩 모여 이런 잔치를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장단이 모여 스스로 대본을 써 연습을 하고 연출과 출연을 하며 작품을 모아 문집을 만들면서 시낭송 할 학생을 뽑는 등 순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연출한 무대를 선보인다. 여기에 참가한 관객들도 문예반 학생이나 친구들이어서 조금의 실수가 오히려 더 인기를 끌게 되는 부담 없는 잔치가 되는 것이다. 

 

 

♧ 그대가 그리워 미소를 짓는다 - 동지세미 제22기 진성현(남녕고)


잠자리에 들 때면

절로 드는 그대 생각,

잠자리를 뒤척이다가

달콤한 꿈에 젖어든다


내 마음을 잘라

그대에게 드린다면

좋을 텐데…


안타깝고 또 안타깝지만

행복에 겹다

그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행복이 끝내 나를 괴롭게 하겠지

허나 바보 같은 난

그대가 그리워 미소를 짓는다

 

 

♧ 비밀 - 글기둥 24기 송동현(대기고)


지금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마세요


보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 두근거리는 이름도

가르쳐 줄 수 없어요


밤이나 낮이나

늘 내 곁에 머무는 숨결도

차마 밝힐 수가 없어요


꿈길에서 살짝 앉았다가

수줍어 귀밑까지도 붉어지는 사람도

절 대 말할 수 없어요


사랑은 

그대와 나만 아는

비밀 하나 만드는 것

 


☆ 작은 별 - 문예부 28기 강수비(신성여고)


1

내가 그대의 바다에 떠 있을 때부터 한없이 내게 건내

주던 그대의 사랑은,

하늘에 박힌 빛나는 별과 같았다.

부지런한 꽃이 피었다 지기를 여러 번

나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고(苦)를 녹여주는

따뜻한 별빛은 내겐 또 하나의 그늘이었다.

접동새 슬피 울고 소쩍새 훌쩍일 때

나의 작은 별 하나가

눈물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진다.


2

사랑한다 더 사랑한다.

별 빛의 심장을 가슴깊이 묻어둔 채,

별빛의 길을 거슬러 올라가 그대의 따뜻한 눈빛을 보게

되었을 때,

아아- 그제서야 알았다

그것은 작은 별이 아니라 큰 별이었음을.

오늘도

이 바다에 너의 별을 실려 보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은 별.


 

♧ 이유 없는 시 - 제오계절 22기 정인식(오현고)


공책을 편다

펜을 든다


손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시를 쓴다


아무 이유 없이


별 같은 시

달 같은 시

은하수 같은 시

밤하늘 같은 시


그저 거울처럼

비춰지는


마음의 모양

 



♧ 급식실 - 요람 24시 문경록(사대부고)


학교의모든학생들이급식실로뛰어가고있소나도같이뛰어

가고싶지만그리할수가없소모든아이들이급식실입구에서

서로밀치고잡아다니면서몸싸움을하고있소나는그들의몸

싸움에밀려나고있소하지만나도배가고픈지라억지로버티

고있지만곧튕겨나갈듯도싶소그러나나는초인적인의지로

선두에끼어들수있었소그러나더큰고비는급식판과숟가락

젓가락을집어드는것이오수십개의손들이내가그것들을집

는걸방해하고있소하지만나는당당히그것들을뿌리치고배

식을받을수있었소그리하여나의존재감을찾아낼수있었소


 

♧ 이카로스 - 늘푸른나무 22기 문가이(제주여고)


날고 싶다

날아오르고 싶다


아플 만큼 시린 파아란 비단 속

온전히 한 몸 잠기어 하염없이 퍼덕이며

위로, 위로.


짱짱히, 눈이 멀도록 빛나는

타오르며 내뿜는 숨결

그 동심원을 향하는 애끓은 그 무엇으로.


나의 지친 날개 아래

샘솟듯 방울져 떨어지는

가엾은 어리석음의 잔재


바싹 말라 타는 외침을

아디오스!

막다른 끝에서 조용히 미소를


반짝- 소복이 내려앉았다.

눈물조차 질 새 없이.


 

♧ 겨울 어느 날 - 청우회 제24기 조용호(제일고)


하얀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이 계절에는

다른 때보다

당신이 더욱 그립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이 계절이 가도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는

이 계절에

초라한 이 거리를 걸으며

여전히 난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렇듯 항상 쓸쓸한

이 계절을

가슴이 시리도록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게 합니다

 


♧ 밤하늘 - 혜윰 20기 강경아(중앙여고)


불을 끄고 누우면

또 하나의 밤하늘이 내 방에 펼쳐진다.

많지 않은 별, 나는 그것이 신기해 응시하고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유성 하나 없이 별은 언제나 제 자리를 지켜주며

별들은 내 꿈에 묻힌다.


요즘엔 볼 수 없는

또 다른 밤하늘.

그래도 어느 샌가 지금

밤하늘은 내 마음에 묻힌다.

 


♬ 가슴으로 말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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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9.23 20:19

    첫댓글 사진과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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