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침 화장실에서 터져나오는 아내의 외침.
"여기 와 봐요. 물이 새요."
'으잉 어디서, 물이 왜 새?'
투덜거리면서 가 보니, 세면대 아래 배수구 연결 부위가 빠져서 물이 그냥 쏟아지더군요.
언젠가 그 부분이 조이는 부분이 없어서 의아해 하면서 그냥 연결 시켰었던 기억이.
수동 폽업과 배수 트랩 연결 부위에 문제가 생긴 거지요.
대충 그냥 끼워서 작동시키려니 배수 압력으로 자꾸 빠져 안되겠더군요.
이게 지금까지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던 건지 알 수도 없습니다.
결국 교체하기로 결정.
몇 년전 구입해 둔 반자동 폽업은 있으니 철물점에서 아이트랩만 구입해서 새로 설치하면 될 듯.
전에도 세면대 받침대를 놔두고 받침대 뒷부분 구석 틈새 공간으로 손을 간신히 넣어서 작업을 하다보니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세면대와 받침대를 분리하기로 결정했어요.
어디선가 본 것처럼 그냥 실리콘으로만 연결되어 있어요.
나중에 보니 오른 쪽에 나사가 하나 박혀 있던데
왜 그게 거기에 있는지는 이해가 안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 봉착.
세면대 아래쪽에서 폽업을 고정시키는 나사가 녹이 쓸어서 도대체 풀리지가 않아요.
내딴엔 제아무리 용을 써봐야 윗부분도 같이 돌면서 분해가 안됩니다.
요즘 인터넷에 보면 '여자도 쉽게 교체할 수 있어요' 라고 광고하는 게 많던데
일단 고장난 부분을 분리해야 되는데 이게 쉽지 않지요.
그러다 지난번에 외발수레 몸통을 교체하면서도 녹슨 나사가 안풀려서 쇠톱으로 나사를 잘랐던 기억.
10여년전 건축박람회에 갖다가 충동구매로 구입해 둔 쇠톱을 이용하여 자르려는데
나사와 달리 제법 단단한 재질인지 톱날만 두 개 뿌러지네요.
난감한 상황. 이번에는 그라인더로 갈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조심스레 그라인더를 갖다 대니
웬걸 그라인더 날이 순식간에 굉음을 내며 두동강 납니다.
ㅎㅎ 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건가.
이걸 어쩌야 되나 고심하며 이리저리 두둘겨도 보고 돌려도 보는 외중에
와우! 폽업 뭉치가 저절로 세면대 아래로 그냥 빠집니다.
으잉 어찌된 일이지?
가만 보니 세면대 위쪽에 달려있던 둥근 부분이
아래에서 하도 난리부루스를 추는 바람에 제 풀에 분리되면서 중심부분이 아래로 빠졌답니다.
ㅎㅎ 항상 약한 고리를 공격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정작 실전에서는 강한 부분만 공격하느라 진땀을 뺀 셈이지요.
아래서만 온갖 쇼를 하느라 세면대 바로 아래 제법 두툼한 고무패킹이 떨어져 나가면서
나사로 고정된 부분과 세면대에 꽤 큰 간격이 생겼고 아래 쪽에서 자꾸 힘을 주니
윗부분에서 세면대를 누르고 있는 둥근 고리가 떨어져 나간 겁니다.
진작에 거길 펜치로라도 비틀어 뜯어냈다면 쉽게 분리 할 수 있었던 일을......
새 제품으로 다시 조립하는 건 일사천리로 휘익.
요즘은 폽업 부분과 트랩 부분이 하나로 연결된 일체형 제품도 있더군요.
아래 사진이 영 분리가 안되어 애를 먹였던 부품.
두툼한 고무 패킹은 떨어져 나가서 간격이 꽤 벌어졌지요.
저걸 위로 밀어올리고 세면대 윗구멍에 걸쳐 있는 둥근 원판을 뜯어내는 게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r
옆으로 제껴놓은 받침대 검은 자국은 무모하게 그라인더로 고무 패킹을 갈아내다가 묻은 흔적.
세면대와 받침대를 다시 실리콘으로 덕지덕지 쳐발랐어요.
실리콘 작업, 남들 하는 건 쉬워 보이는데 막상 직접 해 보니 영 이쁘게 안되더군요. ㅎㅎ
다시 한 번 유감없이 실력발휘 했습니다.
'쉬운 일도 어렵게 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