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복수법 해석 문제]
1. 페북을 달궜던 이슈 중에 모 목사님의 동해복수법 해석이 있었습니다.
2. 출애굽기의 "동해복수법"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생명은 생명으로)는 가해자에게 주신 규정이고, 복음서의 "오른편 뺨을 맞으면 왼편도 돌려대라"는 말씀은 피해자에게 주신 말씀이라는 것이 그 목사님의 해석이었습니다.
3. 그분은 두 말씀은 서로 "다른 말씀"으로 보셨고, 그 차이를 어디서 찾으셨는가 하면, 동해복수법은 가해자에게 주신 말씀이고 복음서 말씀은 피해자에게 주신 말씀이라는 "깨달음"에서 찾으셨습니다.
4.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5. 첫째는, 동해복수법은 가해자에게 주신 말씀이 아닙니다. 피해자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네가 피해를 입은 그대로 복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니, 가해자에게 주신 것이 아니지요. 피해자가 보복하려고 할 때에 대한 이야기이니, 피해자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정확히 표현해 보자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위의 해석은 많이 잘못되었습니다.
6. 동해복수법이 등장한 출애굽기 21-23장은 소위 "언약서"라고 불리우는 부분인데, 19-24장에서 시내산 언약을 체결하는 맥락에 등장하는 본문입니다. 19장에서 하나님은 시내산 언약 체결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제의하시고, 24장에서 본격적인 언약체결을 하게 되는데, 그 중간에 율법 규정들이 나타납니다. 20장의 십계명, 21-23장의 언약서입니다. 즉 20-23장의 모든 율법들은, "시내산 언약을 체결하여 언약백성이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언약백성의 삶의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다시 말해, 동해복수법은, 여호와의 언약백성이 된 이스라엘이, 주변의 열방과는 다르게, 하나님의 통치원리를 반영한 삶을 살도록 주신 율법 규정입니다. "가해자"적 관점이 아니라, "언약백성은 이방백성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는 관점입니다.
8. 여기서 핵심은 하나님의 통치원리인 "정의"와 "공평"입니다. 즉, 동해복수법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갚을 수 있는데, 자기가 피해당한 이상으로 갚으면 안된다는 "복수에 있어서의 제한 규정"입니다. 당시 힘있는 사람들의 자기가 피해를 보게 되었을 때에, 당한 것 이상으로 마구잡이고 갚았던 것에 대하여, 이스라엘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제한규정을 두신 것입니다. 열방과는 다르게,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실현하며 살아가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9. 그러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잘못한 만큼 보상하라는 뜻이 전혀 아닌 것입니다.
10. 둘째로, 신약의 "왼편 뺨도 돌려대라"는 말씀은 동해복수법과 "다른" 말씀이 아닙니다.
11. 이 동해복수법은 신약성경에 와서,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그 의미가 더 깊어집니다. "정의"와 "공의"를 말했던 규약의 율법이, 예수님의 삶에서 온전한 완성을 나타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12. 예수님은, 복수하지 말고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즉 동해복수법을 의무사항으로 생각하여 그대로 지키는 것은, 그 규정의 온전한 의미가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13. 이것은 예수님께서 복음을 이뤄가신 방식을 생각해야 이해가 됩니다. 사람들은 율법을 온전히 지킬 수가 없었기에, 예수님께서 율법의 완성자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14. 정의와 공의대로 갚아주려면, 죄인들을 모두 심판하여야 했는데,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 대신 스스로 희생의 제물이 되셨습니다. 즉 "정의"와 "공의"를 이루시되, "그대로 갚는 것"의 방법이 아닌, "자기 희생의 사랑"의 방법으로 이루신 것입니다.
15. 즉, 동해복수를 하시되, 다시 말해, 죄악대로 갚으시되, 죄인에게 갚으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대신 갚으신 것입니다.
16. 이것이 "왼편 뺨도 돌려대라"는 말씀의 뜻입니다. 신약에서 말하는 사랑과 용서는, 율법 규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용서로 율법을 완성하라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17. 그러므로, 동해복수법과 예수님의 말씀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동해복수법은 규정 자체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고, 예수님의 말씀은 그 규정을 어떻게 이루느냐에 관계된 것입니다. 다른 측면이 있지만, 근원적 의미가 다른 것은 결코 아니며, 결국 성경 전체의 시각에서는 함께 받아야 하는 한 가지 말씀이 되는 것입니다.
18. 그래서 성경해석은 역사적, 문법적, 신학적 주해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묵상하다 얻은 번뜩이는 깨달음으로만 설교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좋아보이는 해석이라도, 그것이 성경본문의 의미는 아닐 수가 있는 것입니다.
19. [추가] 동해복수법을 신약과 연결한 부분은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산상수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 다만, 구약의 맥락에서, 동해복수법이 가해자에게 주어진 규정이라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해석입니다. 너무 많은 분들이 오해하실까봐, 부담스러운 글임에도, 책임감을 느끼고 글 올립니다.
첫댓글 정의와 공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