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보양식 용봉탕(龍鳳湯)
용봉(龍鳳)이란 용과 봉황을 가리키는데,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관념상으로만 존재하는 상상의 동물들이다. 용과 봉황은 매우 뛰어난 인물을 비유할 때도 쓰여서, 몇년 전 안방 극장의 인기 대하 드라마 “용의 눈물” 은 조선 초기 대왕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용은 지난날 임금의 옷이나 궁전의 각종 문양에 많이 사용되었고, 봉황은 지금도 우리나라 대통령의 집무실인 청와대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용(龍)은 옛날 중국 인도 등지에 있었다고 전하는 파충류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신비적 민속신앙숭배의 대상이 되어 왔다. 전설적으로 전해오는 용의 형태는 구사(九似아홉가지 닮은것)라 하여 낙타의 머리· 사슴의 뿔· 토끼의 눈· 소의 귀· 뱀의 목덜미· 이무기의 배· 잉어의 비늘· 매의 발톱· 호랑이의 발바닥을 닮았다고 한다. 평소에는 깊은 연못이나 바다 속에 살고 있다가, 비바람과 천둥번개를 동반하며 하늘을 날아 오르고, 때로는 파괴와 징벌을 내리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사천왕(四天王)의 하나로, 중국에서는 기린· 봉황· 거북과 더불어 상서로운 사령(四靈)으로 여기고 있다. 용 신앙은 우리 고유의 풍속과 종교적인 흐름 속에 장엄하게 각색되어 제왕의 위력이나 지상의 수호신으로 상징되어 왔다.
봉황(鳳凰)은 수컷을 “봉” 암컷을 “황”이라고 부른다. 생김새는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를 닮고, 키는 6척 가량이며, 몸과 날개는 오색빛이 찬란하고, 오음(五音)의 소리를 낸다고 한다. 성군(聖君)이 나타나면 이 새가 나타나는데, 뭇 짐승이 따라 모인다고 하여 태평성세를 상징하는 신앙의 심볼로 여겨온 상상 속의 새로서, 오동나무에 깃들고 대나무 열매를 먹으며 예천(醴川)의 샘물을 마신다고 한다.
이렇게 실존하지도 않는 전설적인 동물의 이름을 딴 색다른 음식이 용봉탕(龍鳳湯)으로 "용" 대신 "잉어"를 쓰고, "봉" 대신 "닭"을 써서 끓인 탕이다. 용봉탕은 용과 봉황이 한데 어우러진 격이니 그 이름만으로도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삼복 더위에 용봉탕을 끓여 먹으면 식욕을 돋구어 피로를 물리치고, 기운이 힘차게 용솟음쳐서 개천에서 용 난 듯, 닭이 봉황 된 듯, 자기도 모르게 기고만장하여 용트림하게 되는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유명하다. 우리의 용봉탕과 달리 중국에서는 "봉"은 역시 "닭"을 가리키지만, "용"은 "뱀"을 가리킨다. 용봉대회(龍鳳大會)라는 중국음식은 뱀과 닭을 볶아서 칡물을 얹은 것이다.
잉어는 살아 있는 것을 입을 꿰어 매달아 놓고 꼬리 끝에서 5cm 정도를 양쪽에 칼집을 깊이 넣어 피를 뺀다. 잉어는 꼬리 부분을 베어 피를 빼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비늘은 모두 벗긴다.
닭은 주로 묵은 토종닭을 쓰는데, 미리 끓인 물에 닭 두 마리와 잉어 한 마리를 넣고 달걀· 무 미나리· 파· 표고· 소 안심살· 두골· 곤자소니· 전복· 해삼· 잣과 참기름· 고추가루· 후추가루· 간장 등을 넣고 푹 끓인다.
다른 한편 한약재로서 몸에 좋다는 인삼, 대추, 잣, 밤, 감초, 구기자, 계피, 당귀, 팔 각향 등의 한약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토종닭은 일반 육용닭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반면, 지방함량이 낮고, 기호도가 우수하며, 콜레스테롤 및 콜라겐 함량이 적어 성인병 발생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용봉탕은 맛도 일품인데다가 보신식으로 널리 알려져서 옛날에는 궁중에서도 즐겨 먹었다.
잉어는 민물고기의 왕이다. 번식력이 강하고 아무 것이나 잘 먹으며 성장이 아주 빨라서 깊은 물에서 사는 잉어는 1m 이상 자라기도 한다. 폭포를 기어오를 만큼 힘이 세고 생명력이 왕성해서 그 피를 마시면 폐렴에 좋고 정력을 증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또 젖이 부족한 산모나 몸이 쇠약한 사람에게 고아 먹이면 젖이 잘 나오고 건강을 쉽게 회복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잉어는 붕어가 한자어 부어(?魚)에서 온것 처럼 잉어도 이어(鯉魚)에서 귀화한 말이다.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잉어가 축하용 요리에 많이 이용되어 왔고, 특히 연말연시에는 빠뜨리지 않을만큼 애용되어 왔다. 공자(孔子)가 맡아들의 이름을 리(鯉)라고 지었는데, 임금이 득남을 축하하려고 잉어를 하사한데서 유래한 풍습이라고 한다.
중국 황하 상류에 있는 용문(龍門)은 잉어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모인 잉어들이 용문을 뛰어넘어 상류에 올라가려고 애쓰지만 워낙 물살이 세어 대부분 실패하고 마는데, 만일 뛰어넘게 되면 용으로 화해서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다. 이에 따라 뜻을 이루어 크게 입신출세하는 것을 비유하여 등용문(登龍門)이란 말이 쓰이게 되었다.
광주(光州)를 위시한 남도 지방에서는 잉어 대신 자라를 써서 용봉탕을 끓이기도 한다. 전라남도 보성 곡성 순천을 지나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보성강 줄기는 자라의 자생지로 유명하다. 특히 전라남도 항룡강 강줄기를 따라 장성, 광산군에서 보양, 건강식품으로 전래되어오는 용봉탕이 유명하다. 필자가 약 20년전 직장근무로 광주에서 몇 년 살았기 때문에 황룡강 용봉탕을 먹어보았기에 알고 있다. 용봉탕은 자라에서 나온 피를 보혈제라 하여 소주와 함께 타서 마신 것부터 시작하는데 자라피가 한의학적인 문헌의 근거는 없고 다만 자라가 거북과 비슷하게 생기고 거북의 머리를 한자로 귀두(龜頭)라 하는데 남자의 성기의 머리를 귀두(龜頭)라 하므로 거북과 닮은 자라의 피를 먹으면 정력에 좋다는 속설에 유래된 것으로 생각한다. 마치 고사리의 끝이 구부러진 모양이 흡사 힘없는 남자의 거시기 같으므로 고사리를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본다. 그러나 고사리는 정력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의학적 설명이 있고 오히려 자라피는 그 성질이 차가우므로 찬것은 보하는 약이 아니므로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생으로 먹는 피는 오히려 기생충이나 병균의 오염의 가능성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아므튼 고단백 식품으로 하절기에 즐겨 먹으며 닭고기 맛과 비슷하면서 부드럽고 담백하다.
자라고기를 한의학에서는 별육(鱉肉)이라 하는데 성질이 차고 맛이 달다. 열기(熱氣)와 습비(濕痺) 및 부인의 대하를 치료하는데 기를 보하고 부족한 것을 보한다. 잘게 썰어서 양념을 두고 끓여서 먹는다.
그러나 오랫동안 먹으면 나쁘다. 그것은 성질이 차기 때문이다.
자라에도 기형이 있어서 발이 3개인 것과 하나인 것, 대가리와 발을 움츠렸다 내밀었다
하지 못하는 것은 독이 몹시 심하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한다[본초].
*닭
닭은 손(巽)괘에 속하는데 간의 화기(肝火)를 돕는다[단심].
독이 약간 있으나 허약한 것을 보하는데 좋기 때문에 식사요법에 많이 쓴다.
풍이 있는 사람과 뼈에 열이 있는 사람은 적당치 않다. 대개 털빛이
붉은 닭은 심장으로 들어가고 흰닭은 폐로들어가고 검은닭은 신장으로 들어가고 누렁닭은 비위장으로 들어가는데 어느 것이나 다 간(肝)으로 돌아서 간다[입문].
*자라
별육(鱉肉)이라하는데 성질이 차고 맛이 달다. 열기(熱氣)와 습비(濕痺) 및 부인의 대하
를 치료하는데 기를 보하고 부족한 것을 보한다. 잘게 썰어서 양념을 두고 끓여서
먹는다. 고기의 성질이 차가우므로 오랫동안 먹으면 나쁘다.
*잉어
이육(鯉肉)이라하는데 성질이 차고 맛이 달고 독은 없다(독이 있다고도 하는 기록도 있다). 잉어는 황달, 소갈, 수종병(水腫病), 각기병 등에 쓰며 기를 내리고 냉기를 흩어지게 한다. 또한 태동과 임신부가 몸이 붓는 것을 치료하는 데 안태(安胎)시킨다.
잉어를 손질할 때에는 독이 있는 2개의 힘줄과 검은 피를 버려야 한다[본초].
여름철의 별미로 먹는 삼계탕이 한의학사전에는 “계삼탕”으로 이름이 있지만 용봉탕은 한의서에 없는 이름이다. 음식이 꼭 한의학 서적에 기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약재가 들어가므로 챙겨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