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주] 복진한 님이 올사모 카페에 올려 주신 귀한 글(이어령 교수의 <힘 없는 아버지>『의문은 지성을 낳고...』中에서)을 읽고, 문득 <父子有親>이란 말이 떠 올랐습니다. 父子 간의 관계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좋은 관계인 것 같아도 각 가정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에 옛 어르신들이 五倫의 하나인 <부자유친>을 유독 강조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 참고로 제가 과거 충청권 일간지 금강일보에 발표한 졸고 수필을 소개합니다.
윤승원의 세상風情 금강일보 2010. 7. 19.

할 말 다하고 사는 아버지는 없다
- 수통골에서 만난 어떤 아버지 이야기
윤승원 논설위원
산에 가면 많은 아버지들을 만난다. 산에서 만나는 대다수 아버지들은 표면적으로는 활력이 넘쳐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털어 놓고 깊은 대화를 하다보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버지는 많지 않다. 건강이 좋지 않아 남모르는 고민을 안고 사는 아버지,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아버지 등 한 두 가지 고민거리 없는 아버지는 없었다.
그 가운데 가장 외로워 보이는 아버지는 사랑하는 자식과 대화가 안 되어 불화(不和)를 겪는 아버지였다. “이런저런 고민 다 이겨낼 수 있는데, 자식이 아버지를 이해해 주지 않고 대들 때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걱정스런 말을 하면 잔소리로 여기고 말대꾸를 한다.”는 것이었다.
◆ 父子간 불화 겪는 아버지들의 남모르는 고민
“벌써 한 달째 아들놈하고 말을 하지 않고 살아요.”
지난 휴일 수통골에서 만난 50대 아버지는 자신이 겪고 있는 아들과의 갈등을 털어놨다. “아비의 말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라고 여기는데 화가 나요.” 어쩌면 이 시대 많은 아버지들이 겪는 남모르는 고민인지 모른다. 아버지들은 이렇게 푸념한다.
“잔소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부자간에 관계만 더 나빠져요. 그럴 때는 ‘너도 나중에 똑같은 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비로소 이 애비 마음을 알 것이다’라고 말하는 게 상책이에요.”

▲ 수통골 오르는 길
어찌 보면 설득력 있는 말씀인 것 같지만, 부모의 도리를 생각하면 무책임한 표현이다. 그렇다고 노상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살 수는 없다고 말한다. 부모의 사랑을 ‘지나친 간섭’으로 여기는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하느냐는 것이다.
‘자식은 아버지 사후(死後)에야 철이 든다’는 말이 있다. 생전에는 아버지 잔소리가 듣기 싫어, 심지어 ‘얼른 돌아가셨으면’하고 몹쓸 생각까지 하게 되지만 막상 돌아가시고 나면 그 잔소리마저 그리워지는 게 자식이다. 오직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걱정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 당신은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인가?
내 책장에는 가정생활의 지침서가 될 만한 책들이 여러 권 꽂혀 있다. 그 중에서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의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士小節-선비의 예절과 지혜]은 혼자 간직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아 밥상머리에서 자식들에게도 읽어준다.
이미 수백 년 전에 인생을 살다간 조상들도 자식을 키우면서 오늘 날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 살았구나! 하는 것을 매번 느낀다.
내 서재 책장에는 또한 ‘아버지’를 소재로 한 책들이 유난히 많다. ‘아버지와 아들’(한승원),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이순원), ‘아버지(김정현)’, ‘아버지로 산다는 것’(카를 게바우어) 등 아버지 관련 책들은 눈에 띄는 대로 사서 읽었다.

▲ 필자의 서재에 꽂혀있는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책들 -《부자유친》,《아들아, 대한민국 아들아 》 제목의 책은 필자가 쓴 수필집이다.
그 가운데 ‘당신은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인가?’(스테판B.폴더)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미리 연습하라.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리면 나중에 후회할 언행을 하게 된다. 즉각 감정을 터뜨리지 말고 할 말을 사전에 연습하라’ 아들과 불화를 겪는 아버지들은 한 번쯤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
나도 남들 부모처럼 많은 걱정을 하면서 산다. 《부자유친 》, 《아들아, 대한민국 아들아! 》라는 졸저 문집도 그래서 펴냈다. 신세대 아들과의 소통방식과 일상의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다.
◆ 父子간 친밀감 회복하는 방법
요즘은 부자간에 갈등을 해소하고 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행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봄 둘째 아들과 단둘이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단둘이 2박3일간 제주 해안을 돌면서 술도 마시고, 조랑말도 타보고, 펜션에서 라면도 끓여 먹으면서 오붓하게 나눈 대화가 가정에서 20년 넘게 나눈 대화보다 많았다. 아버지는 아들을 이해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자식과 눈높이를 같이 하지 못하고 ‘어른의 권위’만 앞세웠던 아비의 잘못도 반성했다.
비가 쏟아지던 날, 제주해변의 어느 횟집에서 아들이 술을 넘치게 따르면서 한 말이 잊혀 지지 않는다.
“아버지,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앞으로 더욱 건강하세요.”
평상시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그 말 한마디가 여행지에서는 왜 그렇게도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눈물이 고였다. 여행은 이렇게 사람을 감성에 젖게 만든다.
수통골에서 만났던 쓸쓸한 아버지여, 자식과 대화가 단절이 되어 고독해 보였던 아버지여, 이 시대에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아버지는 없으니, 오붓한 ‘부자(父子)여행’을 제백사(除百事)하고 꼭 한 번 다녀오시길…… ■
첫댓글 저는 지난번 막내아들과 함께 괌에 갔었습니다. 수영장에서 아들과 함께 30미터 올라가 미끄럼도 타고 파도타기도 하고 게이불카도 탔습니다. 저도 아들 딸들이 전화를 아내에게는 자주 하지만 나하고 하는 전화는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엄마하고 전화가 쉽기 때문이겠지요. 지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옛날과 다른 점은 옛날에 아버지가 가르쳐주던 일을 지금은 여러 선생님이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고 아버지는 자식들이 친하게 지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하는 일을 계속하는 한 아들과의 문제점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 박사님은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통해 아드님을 훌륭하게 교육시켜서 아버지 뜻을 존중하고 인품을 존경하기에 효심을 다하는 것입니다. 저의 친구 중에는 아들과 불화가 심해 가정이 풍비박산하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의 잘못도 있고 분노조절에 실패한 아들에게도 원인이 있었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부자유친'이 가장 큰 덕목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들을 친하게 하기위해서는 부인을 통해서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인의 성격을 고치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이는 우리가 꼭 유념해야할 것입니다, 부인이 남편을 존중하지 않으면 집안에서 아버지는 외톨이가 됩니다. 아내와 부부유별이 아니라 이제는부부상경, 부부상애라는 윤리로 유교적 윤리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유유서도 이제 허물어야할 윤리입니다. 서로 차례지키기를 해야합니다. 노인인라고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젊은이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인생 선배님이자 한평생 학문을 연구해오신 훌륭한 인품의 학자로서 이 시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전하는 귀한 가르침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한 아버지들의 노력도 필요하고, 자녀들도 부모님의 자식 사랑과 염려하는 마음을 잘 이해하는 태도와 착한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입니다. 귀한 가르침 감사합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런 화두를 가지고 가족간에 따뜻한 대화를 갖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