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우편배달
2019.7.2.
지난
3월의
일이다. 집배원이
서명을 받고 우편물을 주고 갔다.
외국에서
주문한 물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배원이 초인종을 누르고 건네준 작은 우편물에 편지
같은 것이 하나 붙어 있었다.
같이
온 물건이라 생각하고 무엇인지 겉봉도 확인하지 않고
궁금해 가위를 봉투를 잘라 열어 본 나는 즉시 잘못
배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일어로
쓰인 편지와 함께 190
유로의
돈이 들어 있었다.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회원에게 보내는 돈이라는 것과
금액이 190
유로라는
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수신인
주소를 보니 사서함 번호가 적힌 다른 사람이었다.
우체국에서
다시 찾으러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일주일 넘게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잘못 배달된 우편물을 신고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직접
우체국에 갖다 주기로 했다.
화이트락에
있는 우체국에 가지고 가서 사유를 설명하면서 편지를
주었다. 돈이
들어 있어 수신인에게 제대로 전달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접수
담당자에게 편지와 내용물을 받았다는 확인서를 써
달라고 했더니 그 직원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냥
두고 나오자니 아무래도 꺼림칙해 매니저를 불러
확인서를 받았다.
아무튼,
그
편지는 수신인에게 제대로 우송되었으리라 믿는다.
인터넷
등 새로운 통신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편지 등 전통적인
우편물 배달 업무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 우편 업무만으로는 갈수록 줄어드는 수입을
감당할 수 없어 우체국은 토요일에도 소포를 배송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우체국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우리 집에도 아마존 등의 주문이 종종 우체국 소포
서비스를 통해 배달된다.
캐나다
우체국 직원들은 2018년
10월에
연방 정부를 상대로 순환 파업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가 업무 복귀 법령을 제정하기까지
계속된 파업으로 우체국을 통한 우편배달 업무가
지연됐다. 다행히
과거와 달리 많은 고지서나 서류가 이메일 등으로
전달되기에 커다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는 업체나 일반 시민들은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우체국 직원들은 이번만이 아니라 많은 노동 쟁의를
했다. 내
기억으로도 2011년과
2017년에
파업을 했다.
뉴스
기사를 검색해 보니 1965년에서
2005년까지
19번의
파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우체국
직원들이 생계가 걸린 일이니 이 정도의 어려움은
감수할 용의가 있다.
문제는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잘못된 우편물 배달이다.
다른
집 우편물이 우리 집에 오기도 하고 우리 우편물이
다른 곳으로 갔다가 도착 예정일이 한 달도 넘게 지나서
오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잘못 온 편지를 반송시켰는데 다시 우리 집으로 와서
다시 반송시키기도 했다.
나는
이런 실수가 우체국 직원들의 불만의 표현,
아니면
사기 저하로 인한 게 아닌가 우려된다.
나는
며칠 전 오후에 뒤뜰에 파묻힌 듯한 패밀리 룸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앞뜰을
쳐다보며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아내가 누군가
검은 SUV 차량을
우리 집 주차장 진입로에 주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관문을
두드리기에 열어 보니 낯선 여자분이 작은 소포 두
개를 내밀었다.
가끔
우체국 표식이 없는 차량으로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도 있지만 그분은 집배원이 아니었다.
우체국
표식이 있는 옷도 입지 않았고.
그분은
자기 집으로 우리 우편물이 잘못 배달되어서 직접
가져다주는 것이라 했다.
책에
빠져 있던 중이라 다른 말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고맙다고만 했다.
막
그분이 가시고 나서야 커피라도 한 잔 하자고 할 것을
그냥 가시게 한 것이 미안했다.
나도
2~3년
전에 옆집 우편물이 우리 집에 배달되어 직접 갔다 준
적은 있었다.
하지만,
같은
블록에 살지도 않는데 일부러 차를 타고 다른 집에
소포를 가져다주다니 정말 특별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적어도 일주일 가량 더 걸려야 받을 수 있었을 한국에서
온 소포를 일찍이 받았다.
하루에
한 가지는 선행을 베풀라고 했는데 오는 그분의 선행으로
내 마음이 따스해져 온다.
이런
분이 있기에 우체국 업무 처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행복하다. 그분이
볼 수는 없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이 글로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