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데려다주고, 손 잡아주고, 밥 사주니 따라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단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단에 빠졌다가 정통교회로 돌아온 북한이탈주민 김모(80)씨의 고백입니다. 김씨는 지난해 통일부 소속 정착 교육기관 하나원을 퇴소한 뒤 막막한 현실과 마주했습니다. 고령에 시력까지 나빠져 병원에 가는 일조차 쉽지 않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런 그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집 근처 이단 교회였습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교리가 아니라 꾸준한 관계 맺음이었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차를 태워주고, 식사를 함께하며, 외로운 일상을 채워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는 자연스레 그 공동체를 따르게 됐습니다.
김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단과 정통교회의 차이도 잘 몰랐고 교리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자식도 없으니 잘해주는 사람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현재 정통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있었더라면 처음부터 이단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씨의 이야기는 한국교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잘못된 교리에 설득된 것이 아니라 돌봄 공백 속에서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이단을 만났습니다. 이단은 교리를 전하기 전에 관계를 맺었고, 신앙을 빼앗기 전에 그의 일상을 차지했습니다.
김씨의 회심을 도운 한국순교자의소리 대표 현숙 폴리 목사는 “북한이탈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대일 제자양육과 지속적인 돌봄”이라며 “원래 정통교회가 해야 할 일을 이단이 너무 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단이 생활 지원으로 접근한 뒤 짝꿍 등을 붙여 한 사람을 밀착 관리하는 반면 한국교회는 명절 행사나 생필품 지원 등 일회성 프로그램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어려운 처지의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물질적 지원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단의 미혹을 막을 수 없습니다. 돈과 편의를 앞세운 접근은 이단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교회가 집중해야 할 영역은 물질이 아니라 복음입니다.
폴리 목사는 “북한이탈주민에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복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며 “믿음은 돈으로 사고파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일성 우상화라는 거짓 신앙을 경험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의존 관계가 아니라 말씀 위에 굳게 서는 신앙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교회는 북한이탈주민을 ‘도움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함께 복음을 살아낼 공동체의 지체로 품고, 각 사람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평양을 비롯한 북녘의 신앙 유산 위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북한이탈주민은 단순 선교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의 동역자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을 향한 우리의 시각을 재정립하는 것, 한반도 평화 통일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