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cias!(그라시아스)
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이번 산행지 빙하(glacier)와 발음이 비스무리하다.
왠지 이번 산행에는 감사할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초입은 낙엽이 많이 쌓여서 그런지 바닥이 푹신푹신 내딛는 발걸음이 아주 편하다.
솜이불 같은 두툼한 이끼가 여기 저기 많이 깔려있어서 풍겹이 정겹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영화 파란색 스머프들이 나무뒤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다.
산행길이 편해서 저절로 흥얼 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산은 역시나 호락호락 우리를 맞아주지 않는다.
아기 자기한 숲길이 끝나기 무섭게 "꼴딱 고개"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거의 45도 경사에 이르는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정말 숨이 "꼴딱" 넘어 갈것 같다.
산행 대장님이 나보고 천천히 가면서 선두에서 페이스 조절을 잘 해준다고 하는데 기실 내가 힘들어 빨리 갈수 없었음을 이 자리에서 자백한다. 으흐흐.....
꼴딱고개를 넘어서 이제 장관이 펼쳐질 것을 잔뜩기대하고 점심후 부리나케 빙하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에게게........이게 뭐야"
우리는 맞이한것은 거무티티한 볼품없는 색깔의 빙하와 졸졸 흐르는 또랑이었다.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나?' 순간 실망감이 컸다.
실망감을 살짝 재켜두고 빙하쪽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한발 한발 옮긴다.
그러자 멀리서 본 것과는 달리 훨씬 맑은 빛의 빙하가 우리 발아래 있었고 군데 군데 뽀안 속살을 보이여 세차게 흐르는 빙하 냇물도 볼수 있었다.
역시 사람이나 자연이나 가까이에서 사귀어 봐야 상대의 진면목을 알 수가 있다.
발아래서 올라오는 만년설의 시원한 기운이 지친 몸을 상쾌 유쾌 통쾌하게 만든다.
신은 인간에게 좋은 선물을 줄때 고난이라는 포장지에 꽁꽁 싸매서 준다고 한다.
고난이 왔을때 피하거나 화내지 말자. 선물 받은 어린아이가 신나게 포장지를 풀듯이 우리도 기쁜 마음으로 역경의 포장지를 풀고 그안의 신의 선물을 만끽하자.
이번 산행을 통해 지금까지 인생의 "꼴딱 고개"를 잘 넘어 용케 여기까지 와준 내 자신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꼴딱 고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또한 우리가 피곤해서 자는 동안에도 안전운행 해주신 산행 대장님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맛있는 커피를 끓여주신 이재기 전 대장님, 정성껏 반찬과 도시락을 준비해 오신 회원님들, 처음으로 참가해서 산행을 잘 해주신 신입회원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감사 기회를 준 빙하야 대단히 고마워~~
Glacier!(글래이시아) Muchas Gracias(무차스 그라시아스)~~~
첫댓글 언제나 신행 뒤에 또 하나의 행복함은 푸른바람님의 글과 사진으로 영원히 잊지 않게 머리에 스켄해두기
감사합니다.
푸른바람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회원님들 모두 인생의 "꼴딱 고개"를 잘 넘을수 있죠?
화이팅입니다...^^
우리 산악회 회원님들은 고개를 너무 잘 타고 넘어가셔셔 문제 없을 겁니다.ㅎㅎ
참 잘 피했다 꼴딱고개. 휴~
애구 하나밖에 없는 동기인데....ㅋㅋ
피하면 더 큰 고개가 나옵니다.ㅎㅎ 부딛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거북이 같이 걷다 보면 마침내 큰 나무 그늘이 우리를 기다리겠죠..ㅎㅎ
글 속에 인격이 보입니다.
역쉬~~ 푸른 바람님!!!
이제 제 밑천 조만간 다 드러납니다.ㅎㅎㅎ
모두들 좋은글귀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나는 반했네! 영모님의 아름다운 묘사에!
정말 멋진글입니다.
"포장지" 깊이 돼세겨집니다.
포장지가 예쁘다고 현혹되지 말고 볼품 없다고 얕잡아 보지 마세요....중요한건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느냐 입니다.ㅎㅎ
산행 같이못한게 후회하게 만드시네요 ㅡㅡㅡ
다음에 산에서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