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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방대 하리라'
여느 선배님들과 마찮가지로 수영을 좋아하고(몇몇분은 싫어 하시지만..), 처음 접해본 로드자전거는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재미있고, 늘 두려움의 대상이였던 마라톤은 지난 동마 이후 가장 흥분되는 종목으로 자리잡으면서 저의 제주대회 출전결심은 조금씩 굳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천성적으로 우유부단한 성격에 직업 상 잦은 술자리(핑계..^^), 걱정이 무척이나 많은 아내의 노파심, 무엇보다 겁이 많은 제 자신이 과연 그 엄청난 거리와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까.. 라는 수 많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몇 년 전 홀로 지리산 종주를 마음먹고 산에 오른지 하루만에쏟아지는 비에 예약이 꽉찬 대피소에서 쫒겨나 산귀퉁이에서 쪼그려앉아 덜덜 떨다가 얼어죽을까봐 너무나도 쉽게 포기를 하고 깜깜한 밤, 하행길에 참 의지도 없는 놈.. 이것도 못하면서.. 난 뭘해도 못 할거야.. 라는 자책에 한동안 시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힘든일이 있으면 해 보지도 않고 안 될거라는 생각에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해 버리기를 몇 번, 점점 저 자신과 타협을 하고 약게 살아가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일철에 가입 이후 철인운동을 하면서도 힘들면 포기하면 되지..난 죽어도 못 해, 이거 한다고 뭐 달라지나..
휴가를 내면서 까지 대회에 참가하려고 하는 저에게 주변의 반응은 한마디로 별로~ 였습니다.
왜? 그 고생을 하려고.. 몇 키로라고? 수영만 하는건가? 등등 아직까지 철인경기가 그냥 그들만의 리그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야속할 뿐. 알아주는 이도 없는데 진정 난 이걸 왜 하려하는가..
참가 댓글을 달고.. 입금을 해 말아.. 고민을 하던 중 선배님들 한분한분 생각이 났습니다.
제주대회를 이미 참가하시고 두번째,세번째.. 심지어는 열 다섯번이나 같은 고생을 비싼 값 치루시면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참석을 결정하신분들..
제가 알기론 모두 존경스럽고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분들인데..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 몰상식한 대회에 매년 웃으면서 참가를 한다는 것은 뭔가 있다는 것~ 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미라클회원이 제 고민을 끝장내 주더군요..
'정규야. 넌 결정했어? 사실 난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구'
'입금하면 그 고민 끝날거야'
..이 녀석 꽤나 대범한데..
'오케이! 같이 해 보자'
(정작 입금마감 전날까지 입금을 보류한 미라클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저에겐 15개월 된 아들과 이제 2년이 조금 넘은 결혼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가 있습니다. 아들에겐 언젠가 그가 자라서 아빠는 어떤사람인가를 알고 싶어 할 때, 가장 먼저 첫 대회의 메달을 보여주고 싶었고, 아내에겐 제가 이만큼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족이 나를 믿고 의지할 때,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이렇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저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내어 '킹코스는 절대 안돼!' 라고 못 밖았던 아내에게 출전의사를 밝힐 수 있었고 사실 언제나 저에게 져 주는 아내는 도데체 뭔지도 모르겠는데도 그렇게 하고 싶다면 해!
전 이제 화순의 모래사장에 이미 서 있었습니다.
경기 전전일인 금요일,
다행히 아식스선배님의 배려로 공항까지 차를 얻어탓고, 김용식선배님과의 즐거운 대화로 한시간 가량의 비행은 일분처럼 느껴졌으며, 제주도에서 소방관 생활을 하고 계시다는 김용식선배님의 옛 후배분 덕분에 제주도민만 즐겨찾는 기가막힌 물회도 한접시 얻어먹고(계산은 용식선배님께서^^ 잘먹었습니다) 숙소까지 VIP 대접 받으며 입성했습니다.
속속 선수분들께서 입장하시고 대회등록을 하러간 월드컵경기장에서는 거의 모든 일철선배님들과 조우, 첫 대회라고 안 느껴질 만큼 익숙한 분위기속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취침시간.. 지난 통영대회부터 원정경기만 가면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는 증상이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 전전날부터 찾아왔습니다. 9시에 누워서.. 다음날 5시까지.. 전혀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몸은 점점 더 긴장에 경직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전일인 토요일,
쾡 한 눈으로 아침을 먹고, 수영 연습을 하러 화순으로 갑니다. 차가운 물에 들어가면 정신이 좀 들겠지.. 라는 생각에 순식간에 슈트를 갈아입고 입수, 제주의 청정해역을 누빕니다. 수온은 잘 모르겠지만 한여름 날씨에 수영하기 딱 좋은 온도였고 파도도 심하지 않아 크게 요동칠 일 없이 헤엄을 쳐 갈 수 있었습니다. 컨디션도 차가운 물에 정신이 좀 들었는지 금 새 좋아지고 파란 물속에서 부표에 모여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있는 줄돔무리까지 보고 나니 제주바다가 참 좋아 졌습니다.
1랩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니 이성희선배님을 비롯한 몇분이 해파리에 쏘여 고통을 호소하고 계시더군요.. 저런..
물 속에서 몇 마리 지나간건 봤는데 다행히 제 손발은 멀쩡했습니다. 그래도 식초로 응급처치하시고 급 치료되신 이성희선배님은 역시.. 대단 하십니다. 몸이 정말 철로 되어 계신건 아닐까요..
기분좋게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매년 아침을 드신다는 황궁식당? 에서 푸짐한 식사로 에너지를 축적합니다. 정말 이틀 간 운동은 안하고 꾸역꾸역 먹었더니 나중에는 식사라기보다는 '주입'이라는 개념이 생각나더군요.
그래도 편하고 좋았습니다 ^^
오후 일정은 검차와 잔차배치 및 누가누가 어떤잔차를 타나 탐색전, 역시 제주대회의 규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 써벨로도 아주 만족하고 타고 있는데.. 눈이 막 돌아갑니다.
그리고 후배들을 위한 배려로 공포의 돈네코 언덕을 미리 느껴보러 갑니다. 사실 돈네코 말고도 제주의 잔차코스는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길로 꽤나 험한 지형이었기에 돈네코는 직접 타보지 않고는 그 웅장함을 못 느낀다지만 선배님들의 한마디한마디를 통해 '음.. 돈네코를 잘 타려면 초반에 힘을 빼면 안되겠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잔차 답사 안가고 그냥 쉬고 싶었는데 배려해 주신 선배님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남은 하루는 최대한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깊은잠을 자보려고 쌩쇼를 하고(멋진 풍광을 함께 달려주신 곰배령선배님, 존경합니다) 저녁식사와 더불어 제주산 수면유도제..를 우일선배와 사이좋게 나눠마시고(문상익고문님 죄송합니다.허나 정말 수면유도용이였습니다) 심지어 약국에서 산 진짜 수면유도제를 정량보다 두배나 많이 복용하고 눕자마자 기절, 밤사이 많은 비와 천둥번개가 왔다는데도 깊은 잠을 잔듯 합니다. (경기 전 긴장에 잠을 못이루시는 선배님들께 약국에서 판매하는 수면유도제 추천합니다. 단, 자주 먹으면 소용 없다고 합니다)
경기 당일 일요일,
결전의 날, 천사자봉님들께서 새벽부터 정성스레 준비해 주신 찰밥과 능이백숙국물(이경수고문님 싸랑합니다) 덕분에 하루종일 화학성분을 들이부어야 하는 뱃속을 따뜻하게 채우고 또 비우고(모 선배님은 세번을 비우시던데.. 정말 대단하신듯.. 뭐 물론 다섯번을 드시는 분이라..) 전장에 나가는 군인의 맘으로 전투복을 입고 총알 챙기고 전투식량 챙기고 출발합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차안은 정말 왠지모를 긴장감과 기대감.. 이미 몇번의 전투에서 무사복귀하신 베테랑 선배님들의 여유와 처음 총을 들어 본 이등병들의 심장박동 소리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수트를 입고 바꿈터 물품을 가져다 놓고 서로서로 크로스첵킹~ 이제 공은 던져졌고 돌아 갈 차는 이미 떠났습니다. 마지막 남은 긴장감은 총무님께서 주관하신 '일철모델선발대회' 덕분에 싸그리 날려버릴 수 있었습니다. (참.. 총무님은 대단하신듯.. 어찌그리 잘 갖다 붙이시던지.. ㅋ 혈액형, 나잇대,수트브랜드, 초짜등등)
육백여명의 전사들 사이에서 돌격신호만을 기다리며 슬금슬금 앞으로 행진. 정확히 7시 2분에 괴음을 지르며 화순의 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수영..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자 자신있는 종목, 3.8km 라는 거대한 거리를 헤엄쳐 나갑니다. 역시나 과격한 몸싸움, 선두부에 있다보니 앞뒤에서 때리고 잡아끌고 난리도 아닙니다. 통영때부터 터득한 부표영법(부표를 바로 옆에 놓고 될수 있으면 고개드는 횟수를 줄여 안정된 스트로크를 유지)도 이번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영하는 내내 즐기는 맘으로 언젠간 도착하겠지 했지만 역시 3.8km거리에 살짝 느껴지는 파도에 속도는 느려지고 피로도는 급격히 올라갑니다. 첫번째 랩보다는 두번째랩이 더 안정적였지만 속도는 더 느렸던 것 같습니다. (특이한 점은 물속에서 중성부력으로 떠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는 다이버들, 부표에 모여 플랑크톤 사냥중인 줄돔무리, 공포의 해파리들, 볼거리가 아주 많더군요)
최종랩을 마치고 모래사장을 뛰어갈 때 마치 예전에 보았던 '라이언일병구하기'라는 영화의 첫장면에서 노르망디에 상륙하여 뛰어가는 상상을 해 봅니다. 다행히 기다리는 것은 포탄이 아니라 김난후배의 카메라 세례, 정신없지만 브이~로 대응!
그런데 꽤나 여유를 부렸나 봅니다. 조성식선배님이 깜짝놀라 외칩니다. '야 지호야~ 너 무슨일 있었어??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 선배님 저 원래 이정도입니다. ㅋ
문제는 바꿈터, 기록을 보니 제 나이대 저보다 잘 한 선수들은 4분을 넘질 않더군요.. 전 무려 10여분을 바꿈터에서 소비. 도데체 뭘했는지??? 전 이제 연습그만하고 바꿈터만 훈련하려구요.
수영 1시간 18분 38초 / T1 10분 28초
가장 늦게 배웠지만 가장 잘 해보고 싶었던 종목, 자전거.
180km, 대화 운동장에서 출발하여 대광리를 찍고 돌아오는 주말훈련, 파주로 향하는 전용도로에서 몸을 풀고, 37번국도에서 45~50으로 전력질주하고, 백학을 넘어가는 언덕, 대광리역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국도길.
제 기록 5시간 50분은 이미 일산에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다만 함께 라이딩하는 선배님들 대신 전국에서 날아온 짐승들이 자극을 해 주었을 뿐. 달리는 내내 쏟아지는 비에 긴장을 풀 수가 없었고 신발과 양말이 흠뻑졎어 페달링이 무거웠지만 제주의 아름다움 덕분에 경기 중반부터는 조금은 여유있는 라이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이성희선배님도 뵙고, 문상익고문님도 뵈었는데 그 이후로는 경북, 도싸, 네오등등 전국에서 몰려온 철인들 뿐.. 혼자서 좀 심심했습니다. 초반 10km는 이너로 살살, 이 후 돈네코가 나올때까지는 아우터기어로 평속 30km를 유지했고 돈네코언덕에서는 말그대로 풀이너의 기어비를 사용, 응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올라가니 김이 센다고 하더군요..^^
악명높은 돈네코를 무사히 잘 넘어 내리막을 즐기려는 찰나, 낮익은 목소리와 모습들, 스페셜푸드를 준비해 주신 자봉님들과 조우합니다. 사실 암것도 먹고 싶지 않았는데 무조건 먹으라는 총무님의 엄포에 참치죽을 흡입, (먹길 진짜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총무님) 난 후배가 잘 챙겨준 파워젤 죽..(으.. 싫네요)을 기존물통과 교체, 나머지 구간을 시작합니다. 울리불리가 먼저였는지.. 해안도로가 먼저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약 20여키로를 내달리는 구간에서는 안개가 조금 거슬렸지만 45~50km/h 로 정말 즐겁고 스릴있게, 계속 이런 구간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라이딩 하다보면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게 되고 때로는 철인대회에서 금지된 드래프팅을 원하든 원치않든 하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확실한 건 개인이 그룹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였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을 또한 깨닳았는데 언제까지나 그룹에만 매달려 있다가는 내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앞에서 바람막아주고 끌어주니 편해서 나도 모르게 그룹속도가 내 속도가 되어 버려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보게 된다는.. 진정한 드래프팅 고수는 평지에서 졸졸 따라가다가 언덕에서 치고 올라가 다음그룹과 합류, 또 다른 라이더의 피를 빠는 식이더군요..(물론 전 아닙니다 ㅋㅋ 진짜 아니예요!! )
여튼, 이제 남은 거리는 40km, 안개구간도, 빡센 오르막도, 멋진 해안도로도 지난 5시간동안 마치 꿈을 꾼듯 합니다. 이제 정신 차리고 오늘전투의 대미를 장식할 마라톤을 위해 지친몸을 살살 달래어야 합니다. 마지막구간은 마을을 통과하는 구간이 계속이어지는 속도를 내기도 애매한 구간 이였습니다. 5km 지점, 저 멀리서 벌써! 일등선수가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와~ 부럽~
왕복 8차선도로(10차선이였나..) 를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며 길가에 나와 응원 중인 제주시민, 각 클럽별 자봉팀을 관찰?하며 바꿈터로 뚸어들어갑니다. 그런데!
그런데! 자전거를 받아주더군요.. 이건 코나에서나 보았던..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제 자전거는 쳐다도 보기 싫고.. ^^
싸이클 5시간 50분 48초 / T2 7분 23초
풀코스를 뛰라고?? 지금?? 이상태로?? 도저히 못 하겠던 달리기.
지난 동아마라톤에서 첫 서브4를 달성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마라톤이란 종목이 성취감이 가장 큰 종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두도 못 내어 본 거리를 두다리만으로 정복한다는 것, 그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마지막 5km 지점 느끼는 카타르시스(변태인 듯..), 30km지점 까지의 안정적인 페이스조절을 통해 그 이후에 부딯히게되는 마라톤벽을 극복하는 순간순간..
하지만, 철인삼종의 마라톤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몸뚱아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갈 때까지 가는 수 밖엔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제 다리는 근전환을 무척이나 잘 받아드리는 편입니다. 모 작가의 말을 빌려 '마치 무릎까지 차있는 물속에서 뛰고있는 느낌' 은 희한하게도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처음 시작점부터 몸은 힘들지만 다리는 가벼운 상태였습니다. (소질이 있죠!! ㅋ)
제주의 마라톤코스는 언덕길을 이어 같은 길을 왕복 4회전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코스였습니다. 그나마 계속 보게되는 선배님들 모습 덕분에 시간이 흘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합니다. 시작부터 걷는 분들이 보이고 라이딩 내내 잔뜩끼어있던 구름사이로 해가 슬그머니 고개를 비추어 '헉! 썬크림 안발랐는데..' , 보급소에서 신발이 젖지 않도록 조심조심 머리에 얼음물을 들이부으니 좀 괜찮았습니다. 머리의 열기만 식혀줘도 상당히 효과가 있는듯합니다. 마라톤구간에서는 파워젤을 한개도 먹지 않았습니다. 일단 들어가지도 않고, 보급소에 바나나,수박등 먹을 게 많아서 굳이 파워젤이 필요 없었습니다. 다만, 에너지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니 지금은 배가 불러도 또 먹고, 마셨습니다. 2회전까지는 힘도 들고 지루하고 이거 두바퀴 더 뛸 수 있을까.. 자신감도 없어집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3랩째부터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몸은 가벼워지고 족저가 왔던 왼쪽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은 컨디션이였습니다. 문제는 너무 심심 했습니다. 지난 동마때는 일구선배님이 동반주를 해주셔서 한참을 재미나게 뛰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쯤 걷고 있는 현성선배를 발견! 아싸!
한랩 반을 함께 뛰었습니다. 햄스트링에 쥐가 올라올락 말락했다던 현성선배님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걷다가 뛰다가.. (12언더의 영광을 현성선배님께 바칩니다)
마지막 랩의 반환점을 돌고 나서 멋진 현성선배님의 한마디.. 너라면 할 수 있겠다. 지호! 가거라(물론, 시나리오 상 조금 각색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지금껏 함께 했던 현성선배님을 뒤로 한채 힘껏 뛰어갑니다.
이제 이 길고 길었던 길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없었고 다음랩을 걱정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이제 호수공원 한바퀴 뛰고나면 집에 가서 우리아들과 아내를 볼 수 있는 겁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요.. 객관적으로는 아니였겠지만 마지막 5km의 제 평속은 4분 30초, 아니 그 이상 이였습니다. 심장은 쿵쾅대기 시작했고 가뿐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제 앞에 치고 나간 주자들이 하나둘씩 뒤로 휙휙 지나갑니다. 아마도 환영이였던 듯 합니다.
해운대클럽의 빵빵한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을 지나 자봉천사님들께 도달, 무리한 부탁을 드렸는데 총무님께서는 흔쾌히 저희 가족을 하트와 함께 스케치북에 알록달록 색칠까지 해주시면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아내가 감동을 받았다고 꼭 전해 달라했습니다. 고맙습니다)
100m .. 50m .. 30m .. 20m.. 10m .. 5m.. 결승선 코앞까지 전력질주, 사회자가 92번 선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한테만은 아니겠지만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에 가슴이 벅차왔습니다. 최종 결승라인에서 제가 찾지 않아도 '지호야!! 여기야!! ' 재성선배님이 플래쉬 팍! 팍! 튀겨 주십니다.
아~~~ 진짜 끝이구나.. 정말이야.. 현실이라구.. 이제 엔딩크레딧만 올리면 되는거야.
마라톤 4시간 23분 50초
최종기록 11시간 51분 07초
프롤로그
국제대회답게 마사지와 의료진이 빵빵했습니다. 온몸이 만신창이.. 멀쩡하다던 발은 다시 족저의 통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아픈데가 없습니다.
제 옆에서 마사지를 받는 철인분의 얼굴표정에서 정말 경기가 끝났다는 것을 한번 더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제 인생에서 이런 희열을 느껴 본 게 언제쯤인가.. 라는 생각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시 한번 느끼지만 철인운동은 삶에서 꼭 한번은 해 볼 만한 가치가 있고 사실 내년에도 또 한번의 가치로 다가 올 것 같습니다.
더 좋은 기록 보다는 더 즐겁게, 나혼자 빡세게 보다는 다같이, 그렇게 또 한걸음 나아가 봅니다.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제주도를 함께해 주신 일산철인 선배님들, 언젠가는 제가 그 자리에서 또 다른 후배에게 제가 느꼈던 것들을 똑같이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블로그서명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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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그럼요 제 별명이 겁쟁이였어요^^ 선배님도 첫 완주 때 기억이 아직도 나시죠?! ㅋ 막내가 좋은 점도 많아요. 고등어회 잘 먹었습니다 ㅋㅋ
이번 제주대회 후기 살아 있네...
이제 일철 에이스로 거듭나는군...좋은 기록으로 완주 축하해^^
후기 찰 지죠 ?!^^은총이대회 함께 한게 엊그제 같은데..얼렁 함께 운동해요! 여주 출전여부는 결정하셨는지요??
첫풀코스 무사완주 좋은기록 축하해~~!!
젊은 뚝심 부럽기만하네~~
후기 감동있게 읽었어.
지오 화이팅~!!
에이지 입상 축하드립니다. 제가 볼 때 일등하신분보다 훨씬 젊어보이시던데.. 비결 전수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선배님 보고 있으면 세상이 가끔은 불공평한 것 같아요 ㅋ
인생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정직하다~^^~ 지호, 힘!!!
악어선배님, 보여주신 근성 절대 잊지않고 정직해 지겠습니다^^ 포기한다는 건.. 지는 거죠?!
멋지다. 지호~!! 나도 제주는 한번 가야지~!!
앗!! 선배님은 세번은 갔다 온 내공이 느껴지시는데..ㅎ.ㅎ
제주는 냥 놀러 가는것이.. ^^ 담에 기회되면 해외대회 같이 나가요!^^
지호 첫플코스 호기록으로 완주 축하해
같이해서 즐거웠다
선배님 부상 걱정했는데 역시나 거뜸하게 완주 하셨네요^^ 제주가 종착역인 줄 알았는데.. 와보니 시작점이네요^^ 고생하셨습미다
좀 늦었지만 축하한다.
해외 인터넷 사정이 영 ....내가
몇 번인가 말한 기억이 있다.
지호에게 기대를 많이 한다고.... 역시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잘 해 주어서 너무 좋다.
차세대 엘리트로 부상한거 축하한다.
이제 차분하게 다음을 위해 도약하자 그리고 조심 부상과 안전에 신경쓰자.
고문님 칭찬에 목 말라 있었는데 이제야 갈증이 해소 되네요^^ 다른 것도 마찮가지지만 제 자전거기록은 고문님이 만들어주신겁니다! 아직도 고문님 업힐하실때 휠에서 울려퍼지는 웅~ 웅~ 소리가.. ^^ 자만하지않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