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한 손님과 함께 동행을 하였습니다.
별의별이주 활동에 함께 하고 있는 엄지원 선생님입니다. 별의별 이주는 도농간 소통을 강화하고 청년들의 농촌 문화 이해를 돕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으로 이번 엄지원 선생님은 지난 4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 5일정도를 묘량에서 머무를 예정입니다.
머무르는 기간의 마지막 날, 이동장터 차량 체험 운행을 함께 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9시 15분,
잠시 기다리니 뒷집에서 어르신 나오십니다. 늘 사시던 대로 손녀를 위한 컵라면 하나 사십니다. 맞은편 집 어르신은 지난주 이후로 2주째 안나오십니다. 다시 병원에 가셨는지, 근황 확인을 해봐야겠다 싶습니다. 오늘은 왠일로 남자 어르신께서 나오지 않습니다. 옆집 어르신께 여쭈니 읍에 나갔다고 하십니다. 잠시 있는 동안 건너편에서 어르신께서 오십니다.
"빈병 갖고 왔는데..."
얼마나 되는지 여쭤보니 대략 40병쯤 됩니다. 종이비닐에 담아오셨다는 어르신. 받으려고 고민도 했지만, 비닐에 담겨진 공병은 이동하다가 깨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이동장터 하는 중에 받는 빈병은 박스에넣은것만 받고자 합니다. 어르신께서는 많이 아쉬워하셨지만, 어쩔수 없음을 말씀드렸습니다.
9시 40분,
회관에 들려서 커피 한 잔 얻어 마십니다. 새로온 젊은 청년보고 어르신들께서 한 말씀씩 하십니다.
"고등학교 졸업했어?"
"아이고 예쁜 아가씨가 또 왔네~"
27살의 청년, 동네에 와서 인사만드렸는데도 어르신들꼐서는 칭찬이 자자하십니다. 서울서 왔다는 말에 공부도 많이 했고 똑똑 해보인다고도 하십니다. 동네에 젊은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보니, 새로운 얼굴로 인사드리면 어르신들은 늘 반가워라 하십니다. 하지만 오늘이 떠나는 날임에 바로 아쉬워하는 어르신들의 마음도 슬쩍 보였습니다.
9시 50분,
어르신 댁에 넣어갈것들을 챙기고 있었는데, 오늘은 어르신이 우물가에 나와계셨습니다. 어떻게 나오셨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발이 좌우로 뻗어있어서 걷기가 어려워하시던 어르신이기에 집으로 갖고가서 물건을 사실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께 말씀드리고 집으로 모셔드리려고하니, 어르신은 점빵차에서 물건을 보고 구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셨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어르신을 양쪽에 부측하고 차량으로 가니 어르신께서는 늘 사시던 황도와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바나나를 고르셨습니다. 그러곤 집으로 다시 가는 길. 양쪽 부측하며 넘어지지 않게 최대한 신경쓰며 출발했습니다.
도착해보니 집에 장판이 뒤집혀 있었습니다. 누수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최근 내렸던 비가 집으로 들이닥쳤는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일단 내부 복지팀으로 상황을 공유하여,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어르신을 살피고 계시던 친인척분께서 이렇게 해놓으셨을수도 있을테니 정확한 내용 확인 조취하고자 하였습니다. 다행히 어르신이 주무시는 공간에는 평상시와 같았습니다. 어르신께 물건 판매값을 받고, 지난번과 같이 장부에 기록 후 인사하고 돌아왔습니다.
10시 20분,
마음이 급합니다. 평상시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회관에서도 전화가 옵니다.
"점빵차 지나가버렸어?"
윗 마을 어르신댁을 늘 들리다보니 평상시보다 시간이 20분정도 지체가 되고 있습니다. 급하게 서둘러 갑니다. 이번주는 각 집안마다 제사를 지내는 시기인지라, 미리 주문한 청주를 받고자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옛 풍습으로 보통 음력 3월달경에 지내는 제사인데, 이번주 말이 음력 2월 28일이라 그 미리 오셔서 주말에 다들 제사를 지내나 봅니다. 회관에 들리니 딸기 드시고 계시는 어르신들, 청주 말씀드리니 같은 집안 어르신이 결제하시고 집에 갖다놓으라고 하십니다. 바로 가려고 하니 씻어둔 딸기는 다 먹고 가라는 어르신들. 함께 차를 탄 엄지원 선생님과 함께 급하게 딸기를 흡입하고 바로 다음마을로 갑니다.
10시 40분,
지나가는 길 늘 소주 2병 사시던 어르신, 오늘도 안보이십니다. 무슨일인지 궁금해집니다.
윗 마을 회관 들리니 소리듣고 바로 나오시는 어르신. 미리 이야기하셨던 돼지고기 사십니다. 그 전에 바우처 카드로 사신다고 했던 고기, 이제는 안사시는 것인지, 바우처카드를 어떻게 쓰시는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다음번에 만나뵐 때 여쭤봐야겠습니다. 지난번엔 돼지고기를 한 번은 바우처 카드로 사신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활동가가 사다주지 않아서 못사러가시는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시,
오늘은 집에 계시는 어르신. 지난번 전화하니 치료를 다하고 오셨다고 하셨었습니다. 결석 때문에 늘 힘들어하셨던 어르신. 신체 구조상 결석이 자주 생겨서 평생을 힘들어한다고 하시는 어르신. 그럼에도 어쩔수 없겠냐고 하시며 허탈하게 웃는 어르신이셨습니다. 다음주에 또 치료 받으러 간다는 어르신, 그저 어르신께서 더 이상 결석이 생기지 않아, 몸이 편안해지시길 바래볼뿐입니다.
11시 15분,
오랜만에 회관에 어르신들이 모여계셨습니다. 지난주엔 안계셨는데 오늘은 밥을 헤먹는 날인가 봅니다. 올해부터 부녀회장에서 이장님 되신 어르신도 오셨습니다. 근 2개월만에 뵌것 같았습니다.
"어? 동광씨 이제 안한다고 그러던데~" 통 못본 사이 다른 소문이 돌았나봅니다.
절대 그럴일 없음을 말씀드리며 더 자주뵙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간식을 좋아하시는 어머님도 나오셔서, 앞전 마을에서 받았던 간식 드렸습니다. 파시는건 줄 알았지만, 제가 그냥 드리는 것이라고 말씀드리니 좋아라 하십니다. 어르신들께서 주신 선물 덕분에, 저도 나눔하며 드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11시 40분,
어르신이 또 안보이십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다리가 부러지셨다고 합니다.
"아휴, 별일 아닌것처럼 지나갈려고 감기 라고 이야기 했던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다른 어르신.
어쩐지 3주가 지나도 보이지 않는 어르신이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어르신 전화드리며 안부 여쭤야겠다 싶습니다.
13시 40분,
"아이구 이제 한 명 델꾸 다니니 편안하겠어~" 하시는 어르신.
오늘 일일 체험하러 왔다는 이야기에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람이 와서 함께 돕고 있으니 어르신들은 좋으셨나봅니다. 어르신들이 주문하시는 물건 체크하고 차량으로 물건 가질러 왔다갔다 하시는 엄지원 선생님. 자주 왔다갔다 하는 마음에 미안함도 드셨지만, 그래도 젊은 사람이 빠릿빠릿 움직이지 좋아하십니다.
회관에 주로 많이 앉아계시는 어르신들입니다. 점빵차가 있는 곳까지 나오면 좋겠으나, 회관 앞도 도로이다보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관으로 돈통과 장부를 들고 가서 어르신께서 말씀하신것 받아적고 물건 갖다 드립니다.
14시 10분,
오늘은 남자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매주 사시던 술, 지난번 공병값으로 3병 사주셨습니다. 남는 자투리 돈, 900원은 어르신께서 방안에 두었던 비타민씨 통 안에서 동전을 꺼내주십니다. 옛날에 할아버지 집에갔을 때도 철통에 동전을 보관 해두셨는데, 그 때가 기억났습니다.
14시 40분,
"오늘 점빵차 지나갔어요? 내가 많이는 아니고 꼭 살게 있어서요~"
오늘 점빵차 찾는 전화가 자주 옵니다. 여러모로 시간이 지체가 많이 되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어르신들 물건 거래하고, 해당 어르신 집에 찾아뵙습니다. 집에가니 나올 채비하고 계셨던 어르신. 반갑게 웃으며 얼굴 보여주십니다. 어르신께서도 늘 점빵이 잘 되야한다며,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항상 점빵으로 전화해주십니다. 점빵의 존재 이유는 어르신들이 있기 때문임을 오늘도 상기합니다.
15시 20분, 회관 앞으로 창문이 빼꼼 열립니다. 안에서 총무님이 물건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곤 밖으로는 다른 어르신이 나오십니다. 회관에서 부식으로 해드실 것들 고르십니다. 하나 살지 두개 살지도 신중합니다. 아껴야하니 말입니다. 어르신들이 부식에 더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회관을 방문하고 다니면서 수요조사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주로 식사 하실 때 필요한 식재료가 무엇이 있을지. 점빵차는 냉동제품들은 아이박스에 넣고 다니지만 신선 식품들은 보관이 쉽지가 않아 하루 함께 다니고나면 팔리지 않은 것들은 풀이 죽어있어 상품가치가 많이 떨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신선식품 갖고 다니는 일이 쉽지가 않은데, 이 또한 이동장터가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15시 30분,
오늘도 걸음보조기로 나오시는 어르신. 이제 나오시는 일이 자연스럽습니다. 안부 여쭈며 천천히 걸어 오실 수 있도록 합니다. 내 의지를 갖고 내가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일, 나의 결정권이 살아 있는 그 순간이 어르신에겐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 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15시 40분,
어르신께서 차를 부르십니다.
"이거, 내가 지난번에 산건데 알고보니 집에 두개가 더 있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다른걸로 좀 바꿔주면 안되겠나?"
어르신이 사신지 2개월이 지난 올리브유였습니다. 난감하긴했지만, 바꿔드렸습니다. 그러고 남은 차액도 돌려드렸습니다. 올리브유가 3개나 있다는데 1개라도 덜어드려야 어르신께서 부담없이 요리하시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께서 쓰시면 얼마나 쓰실까요. 연신 미안해하시는 어르신께, 괜찮음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에 필요하실 때 또 사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노인들의 식생활에 필요한 하루 식품의 양은 얼마나 될지? 한 번 사면 얼마나 쓸지? 한끼 식사에 얼마나 드실지? 아마 적어도 일반 성인이 쓰는 양에 반도 안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 반의 반도 안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하나 사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고, 그걸 더 소분화해야하진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경제력이 안되는 어르신이 일반 성인들처럼 물건을 사서 소비하는 일이 매우 큰 부담일수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조합원 월 평균 소비금액이 2만원이었습니다. 물론 점빵에 한해서였지만, 하루 천원도 쓰지 않는 수준을 볼 때, 어르신들의 평소 생활이 어떠하실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삶도 어르신들 스스로는 자족하며 사시겠지만, 어르신들 삶이 이웃들과 더 자주 만날 수 있고 더 자주 무언가 함께 해나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어르신들 집에 방문하는 이가 점빵차가 유일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이동장터를 마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