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33주일 강론 : 그 날과 그 시간(마르 13,24-32) >(11.17.일)
*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6년 11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며,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선포하셨습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잘 돌보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4박 5일(11/11-15)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본당 계획으로 다음 주에 김장하려 했는데, 갑자기 추워진다는 예보도 있고, 성지순례도 있어서 한 주 앞당겨 11/12(화)-14(목)에 본당용 김장을 60포기 했습니다. 김장해주신 교우들과, 재가복지세대에 김장김치를 전달해주신 사회복지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감사의 박수!!)
어제 경산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진행했던, 2대리구 4지역 8개 본당 연합 주일학교 체육대회에 학생, 교리교사, 자모회 총 230명 참가해서 여러 게임을 통해 힘차게 응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으면서 저도 행복했습니다.
2. 오늘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개그맨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두 사람을 소개하겠습니다.
1) 한 명은 대구 TBC 프로그램으로 2008년 5월 20일부터 방송되는 “고향싱싱별곡”을 운영하는 한기웅 씨입니다. 이분은 대구, 경북의 농어촌 마을을 방문해서 늙고 가난하고 힘없는 분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멋있는 분입니다. 개량 한복에 북을 메고, 여성 파트너와 함께 어르신들을 방문하면서 “좋구나! 어무이, 어르신 잘 계셨어예?”라며 반갑게 대화를 이어가는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잘 돌봐줘서 고마운 프로그램입니다.
2) 다른 한 분은 가난한 청년들을 위해 애쓰시는 성 글라렛수도회 소속의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님입니다. “김치찌개 3,000원, 무한 리필, 공깃밥은 공짜”, 이것은 돈이 없어 굶는 청년들을 위해 김치찌개 3,000원에 파는 식당 ‘청년밥상문간’의 슬로건인데, 이 식당은 2017년 12월에 이문수 신부님이 직접 설립한 곳입니다. 교구 신부님이 아니라 수도회 신부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고시원 생활을 하던 청년이 굶어 죽었다는 뉴스를 듣고, ‘노인, 노숙인을 위한 식당은 있는데 청년을 위한 식당은 왜 없을까’라며 식당을 개업했습니다. “김치찌개 3,000원, 무한 리필, 공깃밥은 공짜”라서 매달 적자를 기록하는 중에도, 신부님이 만든 1호점은 서울 성북구 청년문간 정릉점입니다. 2020년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2021년 이화여대점 (2호점), 2022년 낙성대점(3호점), 2023년 제주점(4호점)을 설립했습니다.
신부님도 한때는 “배고픈 청년”이었습니다. 한 달 내내 3끼 모두 라면만 먹거나, 빵 한 봉지로 끼니를 때운 적이 많았습니다. 입시와 취직이 힘들어진 요즘 청년들은 신부님의 청년기보다 더 힘들 겁니다. 이런 현실을 지켜보며 이 신부님은 언제든 편한 마음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식당’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가 후원금 3천만 원으로, 북한산이 보이는 옥상을 보자마자, 청년들이 잠시나마 숨 쉬고, 위로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답니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 가격은 대학교 학생식당 식대 평균 가격인 3천 원으로 정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사제로만 살아갈 때 느낄 수 없었던 경험들이 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일화 몇 가지를 말해보면, 오픈한 지 두 달도 안 되는,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이 계속되던 어느 날, 한 아버지와 아들이 식당에 왔답니다. 팔팔 끓는 찌개를 빨리 대접해 몸을 녹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하고 있는데, 아이가 신부님을 수줍게 불렀답니다. 하지만 신부님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우물쭈물해하자 아이 아빠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이 식당에 관해 설명했더니, 아이가 1년 이상 모은 돼지저금통을 기부하고 싶다고 해요.”
신부님이 저금통을 받아, 세어 보니 10만 원이 넘었습니다. 열 살짜리에게 아주 큰 돈일 텐데, 그 저금통 덕분에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졌답니다.
또 다른 일화는, 50대 여성이 저녁에 와서 김치찌개와 밥을 먹은 후, 계산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계신 손님들 것까지 다 계산해 주세요.”라며, 모두의 밥값을 계산하고 가신 적도 있었답니다. 10명 식사비라도 30,000원밖에 되지 않으니 큰 부담 없을 겁니다.
아무튼 거기서 식사하던 청년들은 계산할 때가 되어서야, 다른 분이 그들의 밥값을 대신 내주고 갔다는 말을 듣고 “저도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을 꼭 도울께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손님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 겁니다. 여러분도 그럴 기회가 있으면 이렇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식당 운영에 큰 변화가 일어난 계기가 있었습니다. 식당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점포를 늘릴 것인가 고민 중에 “유퀴즈 언 더 블록” 섭외 전화가 오자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 방송에 게스트 몇 명 중의 하나로 짧게 나가겠지만, 식당 분점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본방 다음 날부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후원 문의가 계속되고, 가게에 손님들이 줄을 섰습니다. 그러던 며칠 후, 한 직원이 신부님을 다급히 불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유재석이 아무 말 없이 후원금 5천만 원을 보낸 통장 내역이었습니다.
유재석은 어려운 이웃을 그렇게 잘 돕는답니다. 교만하지 않고 늘 유쾌하게 충실히 살아가는 덕분에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5천만 원 선뜻 내기 어렵죠? 유재석 씨의 기부가 기뻤던 이유는 청년들에게 자부심, 지치지 않을 에너지를 일으켜 줬기 때문이었습니다. 매월 적자이지만, 이런 후원금 덕분에 식당이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때로는 돈보다는 따뜻한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늘과 땅은 사라져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당부에 귀 기울이며,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잘 도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