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나무재선충, 새들의 겨울
어디를 가든 노인이다. 하지만 일이 있어서 강남에 갔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노인이 없다. 아이들이 다니고, 젊은이들 천지다. 온통 강남으로만 몰렸고 몰리더니 물과 기름처럼 연령대가 분리된 느낌이다.
내가 사는 강진은 온통 노인도 사라지는 마을이 많다. 농촌의 마을 중 유령마을처럼 조용한 마을들이 늘어나고 있다. 면소재지도 그렇다. 아마 내가 사는 작천면은 10년 지나면 병영면에 통합될 거 같다.
어머니를 뵈러 서울을 가며 1호선을 경유하는데 온통 어르신들이다. 도시도 피할 수 없는 고령화를 실감한다. 그런데 강남에서 내가 살았던 청년기 거리풍경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었다. 젊은이들이 어린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하기야 읍내에 나가도 수업이 끝나는 방과 후 시간이나 주말이면 학생들이 보이긴 한다. 그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나는 강남의 이 활기에 위기감을 느낀다. 넘을 수 없는 지역과 계급의 벽을 느낀다. 조선시대에도 그랬다.
열차를 타고 내려오는데, 냇물에 흰뺨 검둥오리 몇 마리와 백로가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이 반복해서 보였다. 텃새화된 이 친구들은 이렇게 공생하며 겨울을 나는구나. 백로가 길게 경계를 서고 흰뺨검둥오리가 주변을 배회한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백로와 식물들을 먹는 흰뺨검둥오리는 이종간의 협력을 잘 보여준다. 숲에서도 그랬다. 겨울이 되면 서로 다른 종의 산새들이 모여 다니며 먹이활동을 같이 한다. 새들은 홀로 날지만 힘겨운 시절이 오면 함께 날기도 한다.
산 하나가 온통 누렇게 죽은 소나무 투성이다. 재선충 방재를 하며 그 보다 많은 소나무들이 베어져 검은 포장에 씌워져 있다. 곰팡이 포자를 활용한 백신이 있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세계화와 지구온난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지키고 보호하고 가꾸는 일과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일 사이의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