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약혼(約婚)(1)
이날 밤의 만남을 위하여
요셉은 정성스럽게 준비를 하였다.
그는 목공소 뒤편에 커튼을 쳐놓고
거기에서 목욕하였다.
그는 어느 나사렛의 난폭한 사나이 못지않게
발달한 건장한 근육을 가졌다.
진흙 구덩이에 빠진 로마 전차(戰車)를 차 바퀴
사이에 어깨를 넣어 끌어올려 꺼냈었다.
그런 억센 힘의 소유자였다.
그는 몸을 깨끗이 씻고 수염을 다듬었다.
고수머리에서 톱밥을 말끔히 씻어 떨었다.
그는 다마스커스(다메섹)의 명물인
과자 한 상자를 들었다.
구리 대장간들이 늘어선 혼잡한 거리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요셉은 눈을 들어 사람들이
들끓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리는 오가는 군중들의 끝없는 행렬과 노점에
모여든 남녀들의 아우성이 가득하였다.
체면도 모르는 갈릴리 노동자들은 샌들을 신었다.
그렇지만 대개가 맨발로 달리듯 걸어갔다.
서로 어깨를 스치고 팔꿈치를
부딪치며 집으로 갔다.
그들은 배가 고프고 짜증이 나서 귀찮은 세상살이를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각 나라말이 뒤섞여
아귀(餓鬼)들의 부르짖음 같이 소란하였다.
그리스 사람들과 로마 사람들은 낯 설은
그들의 말로 재게 떠들어댔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열적인 날카로운
아랍 계통의 갈대아 말로 미친 사람처럼
재게 지껄여댔다.
이 세 가지 말의 혼란 속에 양과 염소의 우는 소리,
낙타의 목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잘랑 잘랑 부드럽게 울려대는
낙타 목의 방울 소리까지 엉클어진
소음(騷音)의 향연이었다.
또 굶어서 뼈가 앙상한 주인 없는 개들이
이 집 저 집 출입문 으슥한 곳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다.
마리아의 집은 요셉의 목공소로부터
2Km쯤 떨어진 동네 한끝 언덕바지에 있었다.
이 집은 그 근처의 일반 집들보다
높이 솟아 훌륭하였다.
샤론 평지와 넓은 벌판 아래에 사는
계곡의 사람들이 사는 흙벽돌로 쌓아 올린
초가집에 비하여 훨씬 아름답게 보였다.
마리아의 집은 산에서 캐온 돌로 지은 집이었다.
채색을 한 집의 건물 옥상에는
둥그런 지붕으로 되어있었다.
그 주위에는 모난 테라스가 있어
과일과 채소를 말리었다.
이 테라스는 약간 경사가 져서 귀한 빗물이
뒤뜰에 있는 돌 항아리에 흘러내리게 되어있었다.
물이 귀한 팔레스타인에서는
비 한 방울도 아껴 저장하였다.
문을 열면 이 집의 하나뿐인 큰 방으로 들어선다.
이 집의 육중한 벽은 거칠게 다듬은 돌로,
넉 자 두께나 되어 불볕의 더위도 막을 수 있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군불 연기에
그을리어 우중충하였다.
높은 지붕 밑 어둠 속에서
비둘기들이 울며 부스럭거렸다.
저 안쪽에는 입구의 현관 바닥보다는
열 자나 높이 돌로 쌓은 마루가 있었다.
아치 모양으로 돌을 쌓아 올린 방이다.
가파른 층층대로 오르내리게 되어 있었다.
이곳이 이 집의 내실이었다.
그곳에서 가족들이 자고 먹고사는 안식처였다.
현관 가까이 헛간에는 가축들이 있었다.
양과 염소에 섞여서 수탉과 암탉들이 있었다.
손님들이 밤늦게까지 있을 때,
마리아는 이 헛간에서 잤다.
마리아는 따뜻한 가축들 곁에서 자는
모험을 즐겼다.
요셉은 현관에서
요아킴(Joachim)의 영접을 받았다.
안에는 마리아의 어머니 안나(Anna)와
낯 모를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이 집의 친척인 엘리사벳이었다.
엘리사벳(Elizabeth)은 일 년에
한두 차례씩 이 집을 방문하였다.
안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언니의 딸로
마리아의 이종 언니가 되었다.
그러나 마흔 살이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를 언니라고
부르는 것 같은 어색함이 있었다.
그동안 40년 가까이 이 사촌 언니 엘리자벳은
예루살렘 근처에서 살았다.
그리 멀지 않은 아인 카림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살았다.
그의 남편 사가랴는 시골 제사장(祭司長)이었다.
사가랴(Zacharias)는
그의 아내보다도 나이가 더 많았다.
등골뼈가 굳어서 구부리고
발톱을 깎기가 힘든 지경이었다.
이 늙은 부부는 성격이 너무 근엄하여
사람들이 가까이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퍽 가난하였다.
사가랴가 봉직하고 있는 회당이 있는
아인 카림(Ain Karim)은 이름도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거기에서 그는 마을 사람들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거행해 주었다.
할례(割禮ㆍ사내아이의 포피를 자르던 유대인의 의식)도
집행하였으며 상담도 하여 주었다.
그의 생활은 비록 바빴으나 평화스러웠다.
엘리자벳은 좋은 소식을 전하러 왔다.
얼마 안 있어서 사가랴가
자기 반열의 차례에 따라 특별한 직무를
수행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작은 마을의 제사장에게 영광스러운 날이 왔다.
사가랴는 아비야 반열(班列)의 제사장이었다.
몇 해 만에 예루살렘 성전의 제사를
한 주일 동안 집행하는 제사장으로
뽑히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러세요?
정말 경사스러운 소식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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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원한 사랑, 위대한 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히말라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