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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梧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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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게시판 및 자유발언대 스크랩 인천 화수동 `민들레국수집`과 `민들레가게`
민들레 추천 1 조회 101 14.09.28 18:04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민들레가게는 '손님' 원하는 것 다 공짜"

화수동의 겨울, '민들레국수집'과 '민들레가게' 방문기

13-12-09 06:14ㅣ 김영숙 기자 (ich2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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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더 춥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 그래서 마음이 더 쓸쓸하고 추운 사람들은 어떻게 이 겨울을 지낼까.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하는 민들레국수집을 다시 찾아가 봤다. 지난 봄에 민들레국수집을 찾고(본지 5월 6일자), 겨울이 되면서 어떻게 준비를 하는지 궁금했다. 서영남 대표(59)는 만나자마자 점심 먹었냐며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내놓았다. 국수를 먹으면서 인터뷰를 하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수 면발이 쫄깃하고 국물이 따뜻했다.

 

-요즘도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사람이 많은가요

 

“가난한 사람들이 참 선해요. 욕심도 없어요. 가난한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잘 쓸 수 있게만 하면 참 부드럽게 변해요. 사람들은 아무나 그냥 먹게 하면 누구나 몰려와서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안 그래요.”

“가장 놀라운 건, 밥집에서 세 그릇 먹고 여기 국수집에 와서 또 먹더라구요. 깜짝 놀라서 어떻게 먹냐고 했더니 “고파서”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금세 알겠더라구요.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했어요. 배 고프면 그럴 수가 있어요. 허기가 많이 진 사람은 먹고 돌아서도 배고파요. 그 다음부터는 여기서 국수 드시고 저기 가서 밥  드시고, 밥 드시고 와서 국수를 몇 그릇 드셔도 이해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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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 한 그릇. 
 
 “여기 국수집은 동네 분들이 많이 와서 드세요. 가깝다고 동네 분들은 공짜로 와서 많이 먹을 것 같죠? 전혀 안 그래요.”
주방에서 국수를 말아주었다. 고명이 많이도 들어갔다. 주방을 보는 영일씨가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바로 바로 삶아내면 더 맛있는데 가스값이 감당이 안 돼요. 하지만 재료는 아끼지 않아요. 오늘은 떡국 끓여내는 날이에요. 국수 드시고 싶은 사람은 드리구요.” 서 대표도 거들었다. “우리집 국수는 청수국수를 써요. 좀 비싸지만 맛있거든요. 고명도 많이 넣고,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어요.”
먹기 전에 국수 사진을 찍었다. 서 대표가 영일씨에게 말했다. “영일씨, 이거 <인천in> 신문에 나갈 겁니다.” 영일씨가 깜짝 놀라며 다시 말아주겠다고 한다. 서 대표가 웃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어요. 이 국수도 얼마나 맛있어요. 우리 손님이 먹는 국수잖아요.” 기자가 금방 후르륵 먹고 국물을 마시자 서 대표가 말린다. “국물은 마시지 마세요. 국수 국물은 좀 짜야 면이 맛있어서 짜게 하거든요. 살찌니까 마시지 마세요.” 그래도 기자는 국물을 쭉 마셨다. 잔치국수가 왜 이렇게 맛있을까.

 

-가게 문은 언제 여나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는데, 문 열기 전부터 손님이 기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딱 그 시간에 열면 얼마나 야박하겠어요. 국수집만 하루에 150명 정도 오고, 2,3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밥집에는 500명가량 찾아와요.”

그때 오십대 후반에서 육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들어왔다. “에유, 쑥스러워서 못 들어왔는데… 하하, 들어오니 괜찮네. 미안해서 못 와요.” 그 분들은 뜨거운 떡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아유, 국물이 참 시원하네.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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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대표.

 

-이제 날이 추워질 텐데, 노숙하는 분들한테는 더 힘들겠죠.

 

“겨울이면 손님이 점점 늘어납니다. 보통 경계선상에 있던 분들이, 여관에서 여인숙에서 살던 분들이 겨울이면 더 힘들어요. 견디다 못해 며칠 굶으면 쪽팔려 하면서 먹으러 와요. 그러다가 날이 풀리면 손님이 줄어들어요. 거꾸로 어르신들은 추워지면 덜 오세요. 장마철이나 겨울에 많이 늘어나요. 진짜 먹을 게 없어서요.”

영일씨가 옆에서 거든다. “저도 옛날에 문 여는 시간만 기다렸어요, 하하.” 서 대표가 웃었다. “영일씨가 노숙을 꽤 오래 했어요. 배고픈 사람 심정을 잘 알아요. 요리학원 다니면서 요리를 배워서 아주 맛있게 합니다.” 그때 방안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까미는 영일씨랑 같이 살아요. 노숙하던 개예요. 노숙하던 개, 버림받은 개, 구박받던 개… 지금은 예뻐졌잖아요. 고양이도 한 마리 있는데, 앞다리에 염증이 생겨서 15만원 들여서 절단 수술했어요. 이번에 아기고양이 낳아서 분양했어요.
그때 떡국을 먹은 아줌마들이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현미떡국은 처음 먹어보는데 참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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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영일씨와 함께 살고 있는 유기견 출신 까미.
 
-민들레가게-
국수집 바로 길 건너편이 민들레가게다. 가게가 깔끔하다. 서대표 부인 베로니카씨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교도소에 편지 부치는 거 준비하고 있어요. 청송교도소를 비롯해 전국 교도소에요.” “참, 목도리를 달라는 사람이 있던데….” “있어요. 갖다 드리세요.” 부부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기 있는 옷과 신발은 어디서 오나요?

 

“착한 분들이 보내주시죠. 저 박스는 여름옷들 모아서 필리핀에도 보내려는 겁니다. 신발, 속옷, 허리띠, 모자는 사야 돼요. 중고로 구하기 힘들어서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은 그냥 선물로 드립니다. 희한한 장사 하죠, 하하하.”
 

 

“겨울에 추우니까 패딩잠바가 많이 나가요. 아무래도 노숙하는 분들이니까 침낭, 내복, 팬티, 양말을 많이 찾아요. 아침에 꽉 채워서 걸어 두었는데 다 빠져나갔잖아요. 다 나간 거예요. 아무래도 자기 마음에 드는 걸 골라가니까 좋은 거부터 빠지는 거죠. 오늘을 어딜 가야 하는데 준비할 시간도 없어요. 누가 뭘 가져갔는지 노트에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많았어요.  바쁠 때는 회원장부에 쓰지도 못해요. 예를 들면, 김지한씨는 부천에서 3년 노숙하고, 패딩잠바, 청바지, 내복을 가져갔고…. 어제는 어떤 분이 설사를 해서 팬티를 가져갔다. 겉옷만 입고 팬티 안 입은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지원센터를 비롯해 민들레가게를 찾는 분도 많지요.

 

“우리 민들레국수집 일은 다 연결돼 있어요.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등록한 노숙자분들은 약 2300명가량 됩니다. 지원센터에서는 날마다 독후감을 발표하면 3000원씩 50분한테 드려요. 책을 읽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발표하게’ 하는 게 목적이에요. 어디서나 쭈뼛거리지 말고 자신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는 거죠. 노숙하는 분들 가운데 혹시 누가 감기 걸렸거나 감기 기운이 있으면 찜질방 표 드려요. 동네에 있는 찜질방에서 표를 한 달에 300장가량 사요. 그렇지 않고 샤워만 해야 하는 분들은 지원센터에서 하고, 빨래하고 낮잠 자고 컴퓨터도 하면서 쉴 수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11년째. 방 얻어줘서 사는 공동체 39가구가 있구요. 민들레꿈공동체, 민들레진료소 한 달에 두 번 진료하고, 민들레치과도 한 달에 두 번 하고, 민들레희망지원센터도 있고… 1층에는 상담도 하고 주민등록증도 만들어줘서 일하러 가게끔 하죠. 필리핀 스콜라십 110명을 하고 있고, 내년에는 필리핀에 민들레국수집을 세 군데 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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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히 잘 나가는 옷이 있나요.

 

“지금은 내복, 패딩잠바, 침낭, 따뜻한 골덴바지, 솜바지가 많이 나가요. 페브리지로 냄새 안 나게, 다림질, 새것처럼 해서 선물하죠. 새옷과 헌옷이 섞여 있어요. 운동화, 양말은 새로 사는 게 많구요. 팬티는 전부 새 거예요. 손님들이 아무래도 노숙을 해도 팬티, 양말, 운동화는 잘 신어야죠. 허리띠는 다 새 걸로 사와요. 하루에 열두 명에서… 내일은 패딩잠바가 70개 나가요. 독후감 발표하시는 분들한테 선물로 나가거든요. 하루에 확 많이 나가는 날이 있어요. 길에서 자니까 밤에 추워요. 침낭 많이 나가요. 내복도 많이 나갔어요. 욕심 내서 막 가져갈 것 같죠? 안 그래요. 자주 오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오기도 해요. 한 달에 한두 번 오는 사람이 많아요. 회원이 2300명이니까요. 술만 안 먹고 오면 회원이 될 수 있어요. 회원가입이 갈수록 많아져요. 평소에 마시다가 옷 가지러 올 때만 안 마시면 돼요. 하지만 많이 드시는 분은 술을 안 먹어도 간이 나빠지면 냄새 날 수 있어요. 술을 먹어요. 봐주는 거죠.”

 

“제가 옷가게를 25년 동안 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지금도 하고 있어요. 돈을 벌어야죠. 손님이 들어와서 옷을 찾으면 사이즈를 딱 알아요. 옷을 못 고르는 사람도 많아요.”

서 대표가 송년음악회 이야기도 전해준다.

“크리스마스 때 음악회 해요. ‘노숙인들을 위한 송년음악회’. 부평역 모차르트에서 할 건데, 그 곳은 100명 넘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했어요. 그 집 딸이 줄리어드 출신이어서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끔 했어요. 모차르트 주인이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데다, 손님들에게는 커피와 과일을 무상으로 제공해요. 다 노숙 손님들이고 인원은 약 110명이 초대됐습니다. 더 많은 분을 부르고 싶지만 자리가 한정돼 있어서요. 그 날 도시락도 1만원짜리로 준비했어요. 작년에는 넉넉하게 한다고 했는데 모자랐습니다. 그 날 초대된 손님은 노숙하는 분들 가운데 자주 오시는 단골 분들로 초대했습니다. 사는 게 힘드니까 다 음악에 관심 없죠, 뭐. 그래도 음악회 자체가 워낙 재미있으니까 다들 좋아해요.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생활이어서 작년에는 무척 행복해 했어요. 전에는 음식점을 빌려서 했어요. 한 번은 밥값이 엄청 나왔어요. (웃음) 일반 사람들처럼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 먹었어요. 돈이 많이 들었어요. 음악회 끝나고 돌아갈 때 용돈 5천원 드리고, 찜질방 티켓을 드려서 뜨거운 데서 잠잘 수 있게 해드리고 있어요. 송년회는 민들레국수집 생긴 이후 11년째 하고 있습니다. 이번 송년회는 대단한 사람들이 와서 음악회 해요. 국수집을 하면서 정말 가난한 사람들, 노숙하는 사람들한테 절실하게 필요한 게 문화적인 도움이거든요. 그런 건 눈곱만큼도 안 하잖아요.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는 없죠. 살 이유가 있어야 재밌게 살잖아요.”

 

민들레국수집에서 하는 일은 모두 노숙하는 분들한테 정말 필요한 일들이다. 서영남 대표 부부랑 인터뷰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는 일이 많아 힘들 텐데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인터뷰하는 내내 궁금했다. 결혼한 지 11년째 된다. 결혼하고 넉 달 후에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다.

 

-어떻게 민들레가게를 시작하게 됐나요.

 

“민들레가게는 처음에는 박스에 옷을 넣었다가 나눠주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냄새가 나는 거예요. 대표님이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가게 문을 열게 된 거죠. 3년째 하고 있어요. 진료소도 있어요. 노숙하는 분들한테 정말 필요한 걸 하고 있어요. 그러다 노숙하기 싫다, 하는 분들한테는 방을 얻어주고 이 동네에서 같이 살고 있어요.”

“25년 전, 딸애가 다섯 살 때 전 남편이 아파서 저 세상 사람이 됐어요. 지금도 옷가게를 하는데 돈을 더 벌어야죠. 대표님이 하는 일이 워낙 많은데, 이 일까지 할 수가 없어서 수도원생활을 하시던 분이라 사람을 보면 사이즈를 모르잖아요. 하지만 저는 옷가게를 오랫동안 하다보니 잘 할 수 있는 거죠. 지금도 하고 있고. 대표님은 교정사업도 많이 하고 계세요. 저도 19년째 하고 있고요. 자, 보세요. 지금 이렇게 편지가 많이 와요. 40장 정도 보내려고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일일이 쓰고, 크리스마스 스티커로 장식하고 그래요. 필리핀에서 장학금 받고 공부하는 친구들이 이렇게 편지를 보내왔어요. 돈만 벌기로는 시간이 조금 아까워요. 아무나 돈을 벌 수 있는 거고, 봉사는 마음에 없으면 할 수 없는 거니까요. 저와 딸은 대표님이 하는 일을 거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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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은 것 같은데, 힘드시지 않나요.

 

“힘든 점 없어요. 재미있어요. 돈 버는 건 직원한테 맡겨 놓았어요. 딸 모니카는 어린이 밥집, 공부방 쪽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민들레가게랑 지원센터를 도와주고 있어요. 혼자서 여러 군데를 못하니까요. 노숙인들이 찾아오면 즐겁게 담소하고 놀면서 합니다. 행복해요. 힘들지는 않아요. 대표님은 아주 행복하다고 해요. 좋은 길동무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거죠.
일은 많은 것같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지 않아요. 하기 싫어서 하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돈 때문에 일을 하면 죽을 맛이겠죠.(웃음)”
“이 카드는 제가 남편한테 보내는 거예요. 국수집에 걸어놓으라고 하려구요. 크리스마스 땐데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어서요. 여기 이 카드들은 사형수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예쁘죠.(웃음) 교도관이 이 카드를 전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린다고 해요.(웃음) 사인펜 사서 안에 꾸미고, 스티커도 붙였어요. 일주일째 쓰고 있어요. 약 40통 정도 되는데, 영치금 3만원씩 보내주는 친구들이에요. 사형수가 가장 많아요. 어떤 친구는 쌍무기수였는데 무기수로 된 친구도 있고요, 거의 다 20년 넘은 장기수들이에요.”
“편지 내용이 왜 어두워요? 얼마나 밝은지 모릅니다. 세상에, 착하게 만들어놨는데도 안 내보잖아요. 집사람한테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요. 52살, 55살 돼지띠 동생도 있어요. 이 많은 편지는 다 기억하세요? 동생으로 된 사람들한테는 10년 넘게 한 달에 한 번 영치금 3만원 보내고, 철따라 옷을 보내줘요. 물건 보내고, 학교 공부 시키고,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좋은 일을 할 게 많아요.”
“사람들은 꼭 운영하는 데 돈은 어떻게 조달하냐고 꼭 물어보더라구요. 여기는 후원회 조직도 만들지 않고, 관리도 안 하고, 연말정산 영수증도 안 보내주고… 그냥 생깁니다. 신기한 일이죠.(웃음)”
운영하는 데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냐는 속물적인(?) 질문을 하고야 말았다. 신기하게(?) 일이 돌아간다면서 예수님이 하시는 일이라며 웃는 부부 앞에서 민망했다. 그때 청송교도소에서 전화가 왔다. “반갑다, 안 싸우고 일하러 다녀? 공장도 나가고. 12월 13일쯤 교도소 가니까 그때 보자, 면회 가서 만나자, 몸 건강하고… 전화 받으니까 기분 좋네. 몸은 괜찮지?”

 

-새옷도 있지만 어디선가 오는 옷들은 손질하고 수선하는 데 힘들지 않나요.

 

“옷 손질하는 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아요. 박스 오면 걸어놓을 것 걸어놓고, 다림질 할 것 하고… 25년 한 일이라 아주 빠르게 할 수 있어요.(웃음) 해본 일이잖아요. 지금도 하는 일이구요. 처음 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렇지 않아요.”

 

-손님들이 찾는 옷이 따로 있나요.

 

“겨울에는 따뜻한 옷을 찾죠. 어떤 손님은 담요도 찾아요. 또 오늘은 어떤 분이 직장에 됐다고 해서 이 분들이 트레이닝복이랑 옷을 준비해 주고, 주민등록증 만들라고 2만원 드렸어요. 일하러 나갈 때, 면접할 때 필요한 옷이랑 가방도 준비해 드립니다. 지원센터에서는 면접 요령도 알려줘요. 이력서 쓰는 법도 알려주고요, 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쳐드리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혹시 전화번호가 필요하면 가게 전화번호나 센터 전화번호를 알려줘요. 노숙하는 분들이라 딱 정해놓고 잠자는 데가 없으니까 연락처를 받아줘야 합니다. 교도소에 있는 분들한테는 가족이 되어 주기도 하고, 대표님이 탄원서도 써주고 보증도 해주죠. 보증을 해줘야 가석방이 될 수도 있어요. 손님에게 ‘맞춤으로’ 도와주고 있어요. 아픈 사람은 병원도 같이 가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야 하면 도와주고…. 노숙하는 분들한테 민들레국수집은 언덕이죠. 누구든지 비빌 언덕이 있어야 일어나잖아요.”

 

-운동화는 다 새 거네요.

 

“운동화, 허리띠, 속옷, 양말은 거의 다 삽니다. 우리 가게는 손님이 꼭 필요한 걸 도와드리고 있어요. 신발이 구멍 나면 운동화를 드리죠. 신발이 다 떨어져서 고무줄로 묶고 오는 사람도 있고, 맨발로 오는 사람도 있고,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사람도 있어요.”

 

-동인천역에서도 걸어오는 화수동에 사람들이 어떻게 찾아오나요.

 

“노숙하는 분들끼리 알음알음 소문 듣고 많이 옵니다. 또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인간극장 보고 와요. 사람대접 받고 싶다고 오는 사람도 많아요. 필요한 물건을 선물 받으러 와요. 오줌냄새 많이 나는 사람이 오면 지원센터로 보내서 샤워 하게 해요. 샤워를 세 번은 해야 냄새가 빠지거든요. 단계적으로 빼서 새 옷을 입혀서 내보내는 거죠. 면접하고, 일할 때 필요한 안전화를 드려서 보냅니다. 또 주민등록증이 필요한 분은 만들라고 2만원 드리고, 일할 때 휴대폰이 필요하니까 지원해줍니다. 필요한 건 다 해드립니다. 결핵 걸린 분은 무료진료소에서 엑스레이 찍게 해서 치료를 해드립니다. 방 얻어주고, 용돈 주고, 여인숙에 방을 6개월 잡아드리고 거기서 제대로 약 먹고 결핵을 낫게 해야죠. 그렇게 힘든 사람이 많은데도 국가에서는 도와줄 법이 없다고 그냥 냅두죠.”

사모님이 바쁘게 다른 볼 일을 보러 가셨다. 다시 민들레국수집으로 왔다. 가게 안은 몇 사람이 떡국과 국수를 먹고 있었다. 할머니 두 분이 떡국을 먹고 나가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잘 먹었습니다. 화수본동 옆에 살아요. 수사님은 저를 몰라도 저는 수사님을 알아요. 동사무소에 주민등록증을 만들러 가는데 배고파서 한 걸음을 못 걷겠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들어왔어요. 국물이 참 맛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배고플 때 먹으니까 참 맛있네. 아유, 얼마나 고마워.”
서 대표는 또 오시라는 대답을 하고서 말을 잇는다.
“무료급식하는 다른 데서는 고맙다고 안 해요. 권리라고 생각하죠. 어떤 세상에 미친놈이 그냥 해주겠어, 나라에서 돈 주는 걸로 하는 게 아니냐는 거죠. 그런데 우리 민들레국수집에서는 밥을 먹든 국수를 먹든, 모든 걸 선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고맙다, 잘 먹었다는 말을 하면서 갑니다.”

 

-겨울 준비를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우리 가게는 난방이 덜 들어갑니다. 일반 사람들이 따뜻하게끔 난방하면 우리 손님들은 밥을 못 먹어요. 15, 16도로 맞춰야 밥 먹기 좋아요. 늘 밖에서 춥게 지내는 분들이라 더운 걸 힘들어 합니다. 대신에 우리 봉사자들은 몸을 녹일 수 없으니까 고생을 하죠.”

“오늘은 닭백숙을 했어요. 손님들에게 자주 고기를 주려고 해요. 안 떨어지게 하려고 합니다. 고기가 없을 때는 하다못해 계란프라이라도 해드려요. 배가 불러야 딴 생각을 안 하죠.”
“이번 겨울에는 김장을 500포기 했습니다. 아주 맛있게 됐어요. 내년에도 할 일이 많습니다. 내가 예순살이 되는데, 새롭게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법인 등록이 되는 대로, 필리핀에 민들레국수집을 세 군데 엽니다. 벌써 그쪽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요.(웃음)”

 

언제나 웃음이 가득한 주인장 서영남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고 밥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손님들이 자기몫을 할 수 있게끔 ‘언덕’이 돼 주는 민들레국수집. 이 언덕에서 따뜻한 밥 한 그릇, 국수 한 그릇을 끼니를 먹고 있는 이들이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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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9.28 20:29

    첫댓글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계신 저 분 이야기를 TV에서 보고 얼마나 감격했던지....
    여기서 이 글을 읽으니 또 새로운 감동이 오네요.ㅡ우리 민들레가 <민들레 가게>
    이야기를 소개하니 그 또한 감격이구요.^^

  • 14.11.02 16:55

    민들레가 민들레국수집에서 아름답게 피어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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