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감소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빠르면 2020년부터 전체 인구가 줄어든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통계청은 수정자료를 내느라 바빠졌다. 출산 가능한 여성이 평생에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통계는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해 8월 한국고용정보원(이상호 박사)이 공개한 ‘지방의 소멸’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여성의 지방이탈도 가속도를 내면서 5년~30년 사이에 고향마을이 사라지는 ‘소멸의 공포’가 인구정책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소멸위험 경남 시군 12곳으로 늘어
경남공감은 ‘지방의 소멸’ 계산방식에 따라 2019년 3월말 현재 경남 18개 시군의 인구실태를 진단했다.
그 결과 무려 12개 시군이 소멸위험에 들어왔다. 특히 소멸고위험이 4곳으로 늘었다. 소멸위험진입도 8곳이나 됐다.(표1 참조)
소멸위험지수 =
20세~39세 여성인구 ÷ 65세 이상 노인인구
소멸위험지수는 가임여성의 대부분인 20세에서 39세의 인구를 노인인구로 나눈 값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5를 밑돌면(=가임 여성 인구가 노인인구의 절반 미만) 그 공동체(국가, 지역)는 인구학적으로 소멸위험진입, 0.2미만이면 소멸고위험을 나타낸다.
지난해 6월 소멸위험진입이던 산청과 의령이 불과 9개월 만에 소멸고위험에 들어왔다. 또 하동과 함양, 고성, 창녕 등 4곳은 고위험 경계선(0.2선상)에 있다. 통영시(0.58)도 시지역 3번째로 소멸위험진입 적신호가 켜졌다. 경남의 소멸위험지수도 지난 2013년 0.99에서 6년 연속 내리막을 달리다 0.72까지 크게 낮아졌다. 즉 소멸위험은 그만큼 높아졌다.
경남 196개 읍면동 소멸위험
경남공감은 경남의 308개 읍면동(출장소 제외)별 인구 동태도 분석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3월말 현재 주민등록인구에 소멸위험지수 계산법을 일일이 적용했다. 그 결과 10곳에 4곳 이상인 43%가 소멸고위험군, 숫자로는 무려 132곳에 이른다. 소멸위험진입 64곳을 합쳤더니 소멸위험 읍면동은 전체의 63.6%로 늘어났다.(표2 참조, 읍면동별 소멸위험지수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
읍면동별 분석을 통해 인구 양극화도 뚜렷하게 드러 났다.
소멸위험지수를 기준하면 경남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곳은 거창군 신원면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05로 경남에서 가장 낮다. 3월말 현재 신원면의 가임여성은 41명, 65세 이상은 790명이다.
그런데 경남혁신도시가 들어선 진주시 충무공동은 가임여성이 노인보다 4배를 넘어 소멸위험지수는 4.5를 돌파했다. 거제시의 소멸위험지수는 1.30으로 가장 안정권이지만 남부면(0.13)과 상문동(4.44)은 큰 대조를 보였다. 전체 지수 1.22를 기록한 김해시도 생림면 등 6개 면의 가임여성인구는 장유3동(7919명) 한 곳보다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군청 소재지(남해읍, 함양읍, 합천읍, 의령읍, 창녕읍, 고성읍 등)도 소멸위험에 직면해 있다.
연말 경남 소멸고위험 읍면동 52% 예상
청년여성 수도권 이동 나이 빨라져
이대로 간다면 올 연말 경남에서는 소멸고위험만 161곳, 전체의 52%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멸위험지수는 1년에 적어도 5%이상 낮아진다. 실제로 경남의 소멸위험지수는 지난해 6월 0.76에서 0.72로 떨어졌다. 불과 9개월 만에 5% 감소했다. 그만큼 소멸위험은 높아진다. 3월말 현재 소멸고위험 경계선(0.2대) 읍면동은 29곳, 소멸위험진입 직전(0.5대)도 19곳에 이른다.
‘지방소멸보고서’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반론보다 공감쪽이다. 실제로 인용사례도 늘고 있다. 지방소멸 분석은 가임여성에 주목한다. 젊은여성, 이른바 청년여성의 숫자가 존폐를 좌우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김준영 박사는 청년여성의 이동을 근거로 ‘지방소멸’을 예측했다. “20대 초반은 대학, 20대 후반은 직장, 30대 초반은 정착을 위해 비수도권을 떠나는데 같은 이유라도 청년여성들은 더 빠른 나이에 지방을 떠나고 있다.” 소멸위험지수에 따른 ‘지방소멸’이 다소 시차를 보이지만 ‘빨라지는 인구 감소’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구문제 전문가들이 주문하는 저출산대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라.
획기적인 대안은 특별한 대책, ‘지역에 맞는 차별화된 대안’을 말한다.
둘째, 청년여성들에게 집중하는 이른바 타깃대책을 세워라.
이는 ‘정주여건을 개선하라’는 주문이다. 교육, 문화, 주거, 의료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최근 경남도가 18개 시군과 함께 저출산대책의 방향을 “이제는 소멸대책이다”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호감도가 낮은 일률적인 대안보다 지역 실정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경남도는 시군별 아이디어를 모으고 전문 용역도 의뢰했다. 남해군 등에서는 청년중심 대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경남공감은 2가지 사례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방향성을 찾고자 한다. 다름아닌 다문화가정과 난임수술에 대한 특화된 지원을 주문한다.
캄보디아댁 3남매 낳았어요
류해윤(30, 3남매 엄마)씨는 캄보디아에서 왔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지 3년만인 지난 2014년 한국 국적을 얻었다. 올해 1월 원하던 딸을 낳았다. 그런데 위로 8살과 6살 난 두 아들이 있다. 딸을 한 명 더 낳고 싶은데 “의학적으로 그만 낳는 게 좋다”는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지출 1순위로 양육비를 정해놓았다.
시부모 포함 일곱 식구가 모두 “아이들 덕분에 늘 행복하다” 한다. 1가구당 평균 자녀는 다문화가정이 일반가정보다 많다. 국제결혼의 증가세는 정점을 찍었다 해도 다문화가정의 출산 지원책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가성비는 훨씬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경남의 다문화가정 자녀는 2017년말 현재 1만672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난임수술로 쌍둥이 낳았어요
이윤선(41·쌍둥이 엄마) 씨는 올해로 결혼 13년차다. 그런데 12년간 아이가 없었다. 게다가 남편은 장남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 아이를 낳으면 어떤 모습일까 너무 궁금했다. 유전적으로나 건강상 둘 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주변에서 아이를 낳아도 마음껏 축하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인공수정 3번, 시험관 아기 4번(신선·동결 배아) 등 7차례의 시도 끝에 드디어 아이를 가졌다. 지난 3월 11일, 쌍둥이 두 딸의 첫돌을 지냈다. 김사랑, 김하늘. 어쩌다 보니 모두 연예인 이름이다.
임신을 확인하던 날, 자신을 낳아준 친정 엄마가 가장 먼저 생각났고 지금까지 견뎌준 시부모와 남편에게 감사했다. 친정아버지는 육아를 자처할 정도로 손녀바보다. 임신 직후 윤선 씨는 마음을 누르고 있던 숙제를 풀었다. 임신이나 출산 소식을 듣고도 선뜻 축하해 주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찾아가 사과했다. “그때 마음껏 축하해 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윤선 씨는 이제 아이 낳지 않는 세상에 할 말이 생겼다. “1명은 낳아보자, 육아의 고통보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 더 크다. 엄마를 경험하면 세상이 달라진다.”
지난해 경남에서는 난임수술로 237명이 임신에 성공했고 300명 이상의 아이가 태어났다. 경남도는 올해 추경을 통해 난임수술지원비를 28억 원대로 증액했다.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나면 4500명에게 지원할 수 있다. 평균 10번의 시도와 지원 상한액을 생각하면 예산은 그래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