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조선통신사 옛길 대장정 기행록(13)
- 조문국(召文國)의 터전 지나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로(의성군청 – 군위 삼성면사무소 32km)
4월 7일(토), 기온이 떨어지고 돌풍이 예고되었으나 걷기에 좋은 날씨여서 다행이다. 7시 20분에 숙소 부근의 식당에서 출발, 10여분 걸어 의성군청에 도착하였다. 주변을 살피니 청사 입구에 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가 세운 조선통신사의 길 이정표가 눈에 띤다. 서울 – 의성 311km, 의성 – 부산 203km. 군청 옆의 의성초등학교 터가 옛 객사 자리, 통신사 일행이 묵었던 곳이다
의성군청 출발에 앞서
7시 40분에 군청을 출발하여 군위 방향으로 향하였다. 직선으로 뻗은 길 따라 2km쯤 걸으니 넓은 마늘밭이 펼쳐진다. 버스정류소에서 살핀 의성마늘의 홍보 문구, ‘특유의 알싸한 향과 강한 매운 맛.’
군위, 영천으로 이어지는 국도 28번 따라 7km쯤 걸으니 금성면에 들어선다. 한 시간여 더 걸으니 조문국박물관을 안내하는 표지물이 우뚝하다. 금성산 고분군 인근에 위치한 조문국박물관은 2013년에 문을 연 현대적 외관의 건축물로 각종 전시실과 야외 공연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조문국(召文國)은 고대 의성지역에 있었던 초기국가형태(읍락국가)의 작은 나라로 삼국사기를 비롯한 여러 고서가 이를 고증하고 있다고 팸플릿에 적혀 있다. 30여 분간 2,3층의 여러 전시실을 살펴보고 1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조문국 사적지, 같은 장소에 있는 문익점 면작기념비(기념비에는 고려 때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의 손자가 의성현감으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으로 목화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고 적혀 있다.), 30여분 걸어 금성면소재지 탑리의 신라시대 5층 석탑(국보 제77호, 석탑 근처 벤치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어디서 오는 길이냐며 50년 째 경내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다고 말한다.)등을 살피는 역사문화탐방이 뜻깊다.
국보 제77호, 탑리 5층 석탑
역사문화탐방을 마치니 11시 반, 면소재지의 식당에 이르니 반가운 가족(아내와 처제, 10년 전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 - 부산 걷기에 참가하였다)이 기다리고 있다. 함께 점심을 들며 환담을 나눈 가족들은 식사대접과 준비해온 과일 전달 후 아쉬운 작별, 연락도 없이 먼 길 찾아온 가족애에 코끝이 찡하다.
12시 반에 오후 걷기, 오전에 화창하던 날씨가 돌풍의 영향인 듯 뿌옇게 흐려지고 바람도 제법 분다. 한 시간여 걸으니 의성군 금성면에서 군위군 우보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한 시간쯤 더 걸으니 우보면 지나 의흥면에 들어선다. 의흥면소재지에 들어서니 오후 3시가 지난다. 원래 오늘의 목적지는 의흥면사무소인데 내일 의흥에서 영천까지 40km 코스가 힘들 것을 감안하여 한두 시간 더 걷기로 결정, 의흥을 출발하여 잠시 걸으니 삼국유사테마파크 입구에 이른다. 군위군이 내건 구호는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군 고로면의 인각사가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산실에서 따온 것이다. 길가에 걸린 현수막에는 4월 1일부터 고로면의 명칭이 삼국유사면으로 바뀐다고 적혀 있기도.
삼국유사의 산실, 군위 인각사의 모습
의흥면 지나 산성면사무소에 이르니 오후 5시가 가깝다. 오늘 걷기는 이곳에서 종료, 32km를 걸었다.(원래의 예정거리는 24km). 당초 예정보다 8km나 더 걷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가벼운 기분으로 걸읍시다.
걷기를 종료한 산성면사무소에 영천시 관계자(이원조 영천시체육시설사업소장 등)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행사로 오래전부터 선상규 회장과 친분을 지닌 인사. 그들의 안내로 차량에 올라 영천 쪽의 치산캠핑관광지의 식당으로 향하였다. 한 시간여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저녁식사(메뉴는 닭백숙), 일부러 찾아와 따뜻하게 맞아준 호의에 감사드린다.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 7시가 지났다. 푹 쉬고 새 힘을 얻자.
* 며칠 전에 메일을 보낸 일본의 동호인이 오늘 다시 메일을 보내왔다. 그 내용,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지금쯤 걷기를 마치고 쉬고 계시겠네요. 기행록(10)에 제 서툰 한국어가 올라 있어서 부끄럽지만 저도 이 걷기행사에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3차만 빼고 매회 조선통신사 걷기에 참가하였지만 일부구간만 걸어서 한국구간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데 이번에 역사유적도 잘 보면서 가시는 것 같아서 기행록을 열심히 읽으며 부러운 느낌이기도 합니다. 가나이 상의 부탁, 조선통신사 걷기 때마다 매일 불로그에 사진을 올리셨는데 이번에 선생님이 쓰시는 기행록(제가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그 불로그에 올리고 싶다며 양해를 구합니다. 답신을 기다립니다.' 아무렴, 좋다고 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