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속 단백질함량, 그 불편한 진실 – 멜라민분유의 기막힌 속임수
[J플러스] 입력 2017.08.31 17:54 수정 2017.09.01 09:30
식품의 단백질함량 믿을 수 없는 이유 식품의 단백질함량은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아직 단백질함량을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인 켈달법(Kijeldal method)은 오차의 범위가 너무 커 식품의 종류에 따라서 측정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왜 그런지 따져 보자.
모든 단백질은 질소를 함유한다(구조참조). 이 질소를 정량하여 간접법으로 구하는 것이 이 방법의 원리이다. 먼저 식품시료에 진한 황산을 첨가해 유리돼 나오는 질소를 적정법(산으로)으로 구한다. 이 수치에 6.25라는 단백계수(蛋白係數)를 곱하여 단백질량으로 간주한다. 이유는 단백질속 질소함량은 평균 16%이기 때문에 구한 질소의 양에 100/16(6.25)을 곱하면 된다는 것이다.
단백질의 구조, 아미노산 하나당 질소가 1개 이상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구한 질소의 량이 전부 단백질유래라고 간주한다는 점이다. 식품속의 질소는 모두 단백질로부터만 나온 게 아닌데도 말이다. 질소는 핵산 속에도 많이 들어있다. 아민류 등 다른 여러 기능성 질소화합물 속에도 많이 존재한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에 따라서도 측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분자 속 질소 2개를 가지고 있는 염기성아미노산의 함량에 따라). 그래서 이들 속 질소가 다 단백질유래로 간주되니 실제는 본래의 단백질양보다 높게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소고기는 몇%, 콩은 몇%하는 것은 가짜란 말이지? 전적으로 가짜는 아니지만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서로 비교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게 무난하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장난을 칠 수도 있다. 몇 년 전 그 유명한 중국의 멜라민분유파동이 좋은 예다. 분유 먹은 중국 유아가 몇 명 죽고 중국에서 수입한 분유가 우리에게도 문제가 됐던 바로 그 사건이다.
사연은 이렇다. 우유가 식품규격에 맞으려면 단백질함량이 일정농도 이상이어야 한다. 범인은 비싼 우유에 물을 타 양을 널려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기막힌 꼼수를 두었다는 거다. 우유의 단백질함량의 측정법은 앞에 설명한 켈달법이 유일하다는 걸 알고는 우유에 물을 타고 질소화합물을 첨가해 마치 단백질함량이 정상인 것처럼 위장했다. 가히 그 악지혜가 천재다.
이때는 값이 싸고 분자 속 질소의 함량비율이 높은 물질이 제격이다. 거기다 냄새도 맛도 없는 물질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멜라민이었다. 아래 그림의 분자구조처럼 저분자의 물질에 질소가 6개나 들어있다. 질소 하나는 아미노산 하나에 해당되기 때문에 소량만 넣어도 무지 단백질이 많은 것처럼 측정치가 나온다.
누가 제보하거나 확인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기발한 속임수였다. 그러면 어떻게 문제가 됐을까. 범인은 이런 우유로 분유를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제조 시 얼핏 분유의 수율이 낮아져 탄로 날 것을 생각되나 실제로는 정상우유와 섞어 제조하기 때문에 금방은 탄로 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멜라민이 몰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물질이라는 데 있다. 즉, 이렇게 만든 분유를 유아가 주식으로 먹어 혈중 멜라민의 농도가 포화농도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거다. 더 이상 녹을 수 없으니 모래모양의 결정이 신장의 세뇨관을 막아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유아는 신장이 망가져 죽거나 치명상을 입어 범죄가 탄로 나게 됐다. 여기서 난용성인 멜라민이 아닌 다른 종류의 물에 잘 녹는 질소화합물을 넣었다면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질소의 비율은 낮지만 유안이나 요소 같은 것으로.
결론적으로 식품 속 단백질함량은 믿을 게 못된다. 대충 그렇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단백질이 다 소화되는 것도 아니며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소화율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높다 해서 반드시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단지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은 단백질이 질 좋은 단백질로 취급할 정도다.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을 나타내는 수치를 단백가(蛋白價)라하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소화흡수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를 생물가(生物價)라 하여 단백질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