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의 부족에 시달리는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러시아 무비자 입국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이에 대한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으며, 조만간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페스코프 대변인, 백신 접종을 위해 러시아 입국을 간소화(비자 면제)해달라는 유럽 일부 국가들의 요청에 대해 답변/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30일 '외국인들이 러시아백신을 맞기 위해 무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러시아 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1차적으로 자국민 백신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며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답변은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러시아 백신 관광'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나왔다. 현지 언론에는 이달 초 러시아에서 백신 접종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독일 출신 스테판 하일리만 가족의 '백신 관광' 기사가 실려 관심을 끌었다.
독일인,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위해 가족과 함께 러시아 방문/얀덱스 캡처
러시아 레스토랑·호텔리어 연합회 회장 이고리 부하로프 (Игорь Бухаров)와 쇼핑센터 연합회 회장 불라트 샤키로프(Булат Шакиров) 등은 최근 "이같은 '백신 관광' 유치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관련 산업의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한 외국인들에게 비자 면제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외국인들이 러시아에 입국해 접종을 받도록 허용하는 문제를 검토하자는 제안은 이미 있었으며, 일부 유럽 국가들로부터도 그러한 요청이 들어왔다"며 "백신 접종을 위한 외국인 무비자 입국 문제는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책본부가 우선 논의할 사안이며, 대통령은 대책본부가 내린 결정이나 권고를 바탕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러시아 보건·위생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의 안나 포포바 청장은 지난 1월 국가두마(하원) 전체 회의에 출석, "백신 접종 대상은 러시아인이기 때문에, (러시아 거주) 외국인에게는 아직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의 백신 접종소/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그러나, 현지 교민 소식통에 따르면 모스크바 거주 교민 1천 여명 가운데 백신 접종자는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포포바 청장의 발언에서 보듯, 원칙적으로 영주권을 지닌 외국인들에게만 백신을 접종하지만, 여러 곳의 민간 병원들이 진료·검사비 명목 등으로 7천 루블(약 10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외국인에게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놓아준다는 것. 현지 우리 교민들도 대부분 GMS, 메드시(Medsi) 같은 민간병원을 찾아 백신을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가까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요되는 시간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1차 접종 21일 뒤에 2차 접종을 해야 백신이다. 현지에 한달 가까이 머물든가, 2차례 현지 방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톡 국제공항/바이러 자료사진
다만 1회 접종이 가능한 '스푸트니크 라이트'가 등록을 받은 뒤 시중에 출하될 경우, 이 문제는 해결된다. '스푸트니크V'의 개량형인 '스푸트니크 라이트'는 임상 시험을 끝내고 지난 29일 러시아 당국에 등록을 신청했다. 조만간 등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백신 관광'은 '스푸트니크 V'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알려주는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현재 전세계 58개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유럽연합(EU)측에도 사용 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EU측은 정치적인 판단으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사용 승인을 기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지 언론에서는 조금씩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