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하드락 보컬리스트 전체를 함 디벼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드락 보컬리스트 중에 시공을 막론하고 꼽히는 인물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1. 로버트 플랜트 : 레드 제플린 / Hony Drippers
2. 로니 제임스 디오 : Rainbow / Black Sabbath / Dio
3. 데이빗 커버데일 : Deep Purple / Whitesnake / Coverdale & Page
4. 오지 오스본 : Black Sabbath / Ozzy Osbourne Band
5. 그래함 보넷 : Rainbow / Al Catrazz / Michael Schenker / Impelliteri
굳이 이들 5 명을 꼽은 것은, 이들 각각이 나름대로의 "스타일" 을 대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특기할 만한 것은 위에 든 보컬리스트 중 3 명이 리치블랙모어 라는 기타리스트가 이끌던 딥퍼플 & 레인보우 출신이라는 점 입니다.
마치 오지 오스본이 훗날 오지오스본 밴드를 통해 명 기타리스트들을 발굴, 성장 시켰던 것처럼 (랜디로즈, 제이크.이.리, 잭 와일드, . . )
리치 블랙모어는 좋은 보컬리스트를 볼 줄 아는 '선구안'이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 각각에 대해서 할 얘기가 무지 많지만 담 기회로 미루고요. 이번 글에서는 로버트 플랜트 보컬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도록 하죠. 특히 '락보컬리스트' 를 지향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로버트 플랜트는 한마디로 하면 기교파로 출발해서 오히려 테크닉을 넘어선 경지에 이르러 버린 사람입니다.
로니 제임스 디오는 “하드락 보컬에 있어서 '파워' 란 이런 것이다.” 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입니다.
데이빗 커버데일과 오지오스본은 '톤'의 미학을 알려준 사람입니다.
그레함 보넷은 하드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헤비메틀'에 맞는 보컬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준 사람이고, 특히 보컬에 있어서 'tension'이란 항목을 덧 붙여준 사람입니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은 초기(1집-4집)와 중반기 그리고 솔로 활동 시절로 확실하게 구분지어 볼 수 있습니다. 확실하게 구분지어 볼 수 있다는 것은 심지어 '음색' 자체마저 바뀌었다는 얘기 입니다. 창법은 말할 것도 없고요.
대체로 우리나라 락팬들은 기형적으로 제플린 초기 앨범(1집-4집)만을 <특히 Stairway to Heaven, Rock 'n' Roll 이 들어있는 4집만을> 들어보고 제플린 음악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플랜트의 보컬' 하면, '미성(微聖)' 어쩌고 하는 얘기만 하는 수가 많습니다.
김종서의 음성이 플랜트와 비슷하니 어떠니 하는 얘기는 제플린 초기에 로버트 플랜트가 들려줬던 음색만을 갖고 얘기하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로버트 플랜트는 '미성'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특히 락보컬리스트의 꿈을 안고 목소리를 연마하는 사람들이 왕왕 제플린의 "락앤롤" 보컬을 흉내내며 로버트 플랜트를 추종하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하곤 하는데, 그건 천만에, 만만의 말씀입니다.
1집의 블루스 넘버인 ‘Dazed And Confused’를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Led Zeppelin - Dazed and Confused
이 곡은 훗날 레드제플린의 라이브에서 단골 레파토리로 등장하기도 하고, 폴길버트와 빌리쉬핸이 있던 수퍼밴드 Mr. Big 역시 자신들의 라이브 스테이지에서 종종 들려주는 곡입니다.
이 곡을 들어보시면 로버트 플랜트가 데뷔앨범을 내던 당시부터 이미 '굵직한' 음성의 소유자 였음을 <특히 2 옥타브 시에서부터 3 옥타브 도, 레 음역을 아주 굵은 팔세토로 처리해 내는 높은 기교를 갖고 있던 보컬리스트 였음>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허스키한 '바탕' 위에서 가늘게 뽑아낸 톤이 락앤롤의 톤이었다는 점을 놓치고 그저 가늘게 부르기만 해서는 오히려 듣는 사람에게 '불안정함'만 안겨줄 뿐인 것이죠.
실제 로버트 플랜트는 노래를 하다가 '스피커' 를 찢어지게 만들어 버렸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만큼 거대한 성량을 갖고 있던 보컬리스트였죠.
이런 플랜트의 진면목은 중후반기 음반 이후에 더욱 확실하게 두드러집니다. 특히 9집 (In Through the Outdoor) 에 실려있던 한없이 사람을 깔아지게 만드는 처절(?)한 (좀 상투적인 형용사이긴 하지만) 블루스 넘버인 "I'm Going to Crawl" 을 들어보시면 로버트 플랜트 중저음의 진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Led Zeppelin = I'm Going to Crawl
이 곡은 '테크닉을 넘어선 테크닉', 즉 뒤집히고 흔들리는 음정까지를 그대로 레코딩 하는 한 차원 높은 보컬을 보여준 명곡이기도 합니다.
얘기하고자 하는 건 이겁니다. 로버트 플랜트만의 그 개성적인 보컬에 정말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질려버리는 보컬리스트 지망생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정작 놓치는 것은 로버트 플랜트의 그 기교적인 하이톤에서의 테크닉이란 것이, 실상은 허스키한 중저음의 바탕에서 만들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안정적이고 & 다채롭게 변형이 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제가 주장하는 것은, 로버트 플랜트 보컬을 추종하는 것도 좋고, '연습 대상' 삼아 카피 하는 것도 좋지만 껍데기를 보지말고 음색 주변에서 흘러다니는 그 풍부한 선을 놓치지 마시라는 겁니다.
우선 허스키 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말이 좀 골치 아프게 새고 있군요. 이제 제플린 초기 앨범 4장을 간단하게 살펴보죠.
Led Zeppelin I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블루스' 를 바탕으로 헤비한 리프를 통해 파워를 추구했던, 아직까진 야드버즈의 냄새가 좀 나는 앨범입니다.
실제 앨범 곡 중 상당수가 블루스 곡이기기도 하구요.
(You Shook Me 와 I Can't Quit You Babe)
하지만 뒤이어 쏟아져 나올 하드락의 원형격인 노래들도 하나 둘 선보이고 있는데, 예를 들면 직선적인 리프와 하이톤의 보컬, 달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드럼 등 하드락의 전형을 제시했던 "Communication Breakdown" 등이 있습니다.
Led Zeppelin - Communication Breakdown 1969
앨범의 첫곡인 Good times Bad times 는 공격적인 하드락과 블루스의 중간쯤에 서 있었기에 오히려 더 독특해져 버린 경우입니다.
국내에서는 Babe, I'm Going to Leave You 라는 서정적인 발라드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Led Zeppelin II 는 "I Whole Lotta Love" 라는 진정한 하드락의 교과서가 첫 곡으로 실려 있던 앨범입니다.
Led Zeppelin - I Whole Lotta Love
많은 히트곡이 있던 음반이기도 하죠. Heartbreaker, Living Loving Maid (She's Just a Woman)같은.
Led Zeppelin - Living Loving Maid (She's Just a Woman)
저는 한국 사람이므로 당연히 아름다운 어쿠스틱 오프닝이 있는 곡, 'Thank You' 를 좋아합니다. 존 폴 죤스의 오르갠 플레이 역시 장난이 아닌 곡이죠. What is and What Should Never Be 의 텅빈 듯한 죤본햄의 심벌웍도 좋고, Ramble On 의 살랑살랑한(?) 보컬도 재밌습니다.
Led Zeppelin - Ramble On
Led Zeppelin III 너무나 '발라드' 같은 노래가 많아서 하드코어 제플린 팬들의 외면을 받았던 음반입니다.
하지만 Side A 에 실려 있는 Immigrant Song 에서 로버트 플랜트가 보여준 바이킹의 출정을 알리는 듯한 보컬 멜로디와, 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지미페이쥐의 심플하지만 파워풀한 리프는 이처럼 단순한 코드에서 이런 음악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Led Zeppelin - Immigrant Song
Tangerine 이나 That's the Way 의 아름다운 어쿠스틱 기타 역시 어찌 빼놓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오버드라이브' 사운드의 조화를 추구한 곡들은 모두다 지미페이쥐의 의견에서 비롯된 겁니다.
(Stairway to Heaven 도 마찬가지죠). 지미페이쥐가 로버트 플랜트를 꼬실때 바로 이와 같은 '어쿠스틱 + 하드락' 싸운드를 블루스에 바탕을 두고 해보고 싶다.'는 조의 얘길 했다고 합니다.
Led Zeppelin - That's the Way
Led Zeppelin IV 좋은 음반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것은 이 4집이 너무 많이 팔려버려서 정작 명반인 중후반기 음반들이 상대적으로 국내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Stairway to Heaven, Rock 'n' Roll, Black Dog 등의 히트송들이 들어있던 음반입니다. 이 앨범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당시의' 평론가들이 제플린의 음악성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바보같은 넘들), 이 앨범까지가 지미페이쥐가 '뉴 야드버즈'를 구상하던 당시 이미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것들이었습니다.
Led Zeppelin - Stairway to Heaven
Led Zeppelin - Rock 'n' Roll
첫곡 Black Dog 은 변박을 도입해서 카피하는 밴드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준 곡이었고, 이런 변박의 도입은 훗날 Houses of the Holy 앨범에서도 그대로 계승됩니다. 블랙독은 화이트스네이크의 곡 'Still of the Night' 이 표절한 원곡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일기도 했던 곡입니다. 한곡 한곡이 흡사 비틀즈의 음반처럼 각기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진 다채로운 음반이면서도, 일관된 레드제플린 風 이 느껴지는 수작 중 하나입니다.
Led Zeppelin - Black Dog
WhiteSnake - Still of the Night
중후반기 음악의 시초가 곳곳에 비춰지기도 한 앨범인데요, 개인적으로 끝곡 When the Levee Breaks 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이 곡은 다음편에서 다룰 '팽팽한' 죤본햄의 드럼을 잘 느껴볼 수 있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