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인류문명(人類文明)<스리랑카>
28. <스리랑카> 실론(Ceylon) 섬의 시기리야(Sigiriya) 성채(城砦)
정상의 연못(물의 정원) / 성채 오르는 나선형 철제(鐵製) 계단 / 성채(城砦) 전경
인도 동남부 실론(Ceylon) 섬의 작은 섬나라인 스리랑카(Sri Lanka)에는 세계 8대 경이(驚異:8th Wonder of the Ancient World)로 꼽히는 시기리야(Sigiriya) 성채(城砦)가 있다.
AD 5세기, 궁녀소생의 서출(庶出) 왕자였던 카샤파 1세는 아버지가 이복동생(정통 왕손)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자 아버지인 국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簒奪)하였는데 정적(政敵)들에 의한 암살의 두려움에 이 바위산 위에 궁전을 세우고 이 위에서 18년간 통치하였다고 한다.
원통형 나선 계단을 7~80m쯤 오르면 바위벽을 파내어 만든 높이 2m, 길이 10m 정도의 작은 통로가 보이는데 이곳 벽면에 그 유명한 시기리야의 미녀들(Lady of Sigiriya)이 기다리고 있다.
풍만한 여인들을 그린 이 프레스코 채색화는 원래 500여 명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대부분 훼손되고 지금은 18명의 여인 그림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되어 현란한 색채로 당시의 복식(服飾)과 장신구 등을 보여주고 있다. 가슴을 드러낸 반라(半裸)의 이 프레스코(Fresco)화는 그 아름다운 색채와 관능미(官能美)로 지금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프레스코화>는 벽에 회반죽을 바르고 그 위에 그린 그림을 말한다. 회반죽은 수산화칼슘 성분이 있는 석회암을 가루로 만든 뒤 1,300℃ 정도로 구운 다음 물을 넣어 만든다. 회반죽이 굳어 버리면 그림을 그릴 수 없고, 한번 그리면 수정도 할 수 없어 가장 어려운 기법(技法)이 프레스코화 기법(技法)이라고 한다.
산 중턱 절벽에 그려진 시기리야의 미녀 / 정상의 성채 유적 / 사자 발(足) 입구
이곳을 지나 비스듬히 옆으로 돌아 올라가면 바위산 중턱쯤으로 제법 넓고 평평한 공간이 나타나고 나무들도 자라고 있어서 쉴 수 있다. 이곳에서 고개를 젖히고 쳐다보면 다시 까마득히 철 계단을 지그재그로 올라 정상에 이르는 길이 보인다.
왕은 이곳에 다시 바위산을 오르는 돌계단을 파고 그 입구에 입을 벌린 어마어마하게 큰 사자를 설치해 놓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머리와 몸통은 없어지고 발(獅子足)만 남아있다. 예전에는 사자의 두 발 사이를 지나 사자 몸통 속을 통과한 후 계단을 따라 위로 오를 수 있는 구조였단다.
사자(Lion)는 불교를 수호하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상징성이 있다고 하는데 카샤파 1세는 이곳에 사자를 세워 지키게 함으로써 암살의 두려움을 털어내고자 했던 모양이다.
사자 발 문 앞에서 바라보면 계단은 마치 사자 목줄기를 따라 머리 위로 오르는 형상이다.
산의 정상은 평평하고 제법 넓은데 당시의 왕궁건물은 남아있지 않고, 바닥의 주춧돌들과 축대만 보인다. 그리고 탁 트인 사방으로는 푸른 밀림이 뒤덮인 넓은 벌판과 악어가 우글거린다는 호수(늪지)들이 한눈에 펼쳐져 보이며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 시기리야 성채의 또 하나의 신비는 바위산 정상에 있는 ‘물의 정원(Water Garden)’이다.
바위산 꼭대기 왕궁터의 조금 낮은 곳에 정교하게 조성된 물의 정원이 있는데 넓이는 대략 사방 10m 정도의 야외 풀장 모양인데 맑고 푸른 물이 그득하여 관광객들이 발을 담그고 있었다.
이 바위산 꼭대기에 샘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빗물이 고였다면 썩거나 더러울 텐데 나도 손을 씻어 봤지만, 너무나 깨끗하고 시원했다. 이 물의 정원에서 왕궁으로 오르는 계단이 서너 군데 남아있었는데 바위벽을 쪼아 정교하고도 아름답게 설계된 계단이 귀엽고도 놀라웠고, 궁녀들이 이 물의 정원에 내려와 희희낙락하며 물놀이를 즐기다가 낮은 돌계단을 올라 왕궁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인도 아잔타(Ajanta) 석굴사원과 거의 같은 시기에 조성된 이 성채는 고대 세계 8대 경이(驚異:8th Wonder of the Ancient World) 중 하나로 꼽히며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곳 중 첫 번째로 꼽은 곳이라고 한다.
<나는 2011. 4월, 스리랑카를 2주 동안 샅샅이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