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관심=사랑(홍미라 수녀, 인보성체수도회 서울 인보의집 원장)
서울 인보의집 ‘얘들아! 밥먹자!’는 무료 식당입니다. 청소년이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식사를 제공합니다. 주택이 밀집한 후암동의 골목 안이라서 찾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데, 그래도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무척이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청소년들이 와서 쭈뼛쭈뼛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하게 음식을 시키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참으로 좋습니다. 이제는 제법 단골손님도 생겼습니다. 단골손님 중에 이주민(미등록) 청소년이 있는데,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기에 피부색을 제외하고는 완전한 한국인입니다. 5분 정도만 대화하다 보면 피부색도 잊을 만큼 말을 참 잘합니다. 그런데 이주민(미등록)으로 살다 보니, 제한되는 것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서울 인보의집에 오는 청소년만이라도 돌봐주고 싶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참사랑 도배 봉사 단체에서 습한 지하방에 방수 처리 후 도배와 장판을 해 주셨고, 20년 동안 치우지 못한 짐들은 용산구 의원님, 용산구청 청소과 주무관님, 나선(용역회사) 직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부식되어 부서지고 낡은 가구들은 버리고, 당근마켓에서 무료 나눔을 받아 장롱, 침대, 책상, 세탁기, 냉장고 등을 마련하였습니다. 옮기는 것은 이사 업체를 하시는 형제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큰 관문은 부모의 불법체류가 풀려야 아이도 풀릴 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미등록 기간의 과태료를 내야 했습니다. 당장의 끼니도 어려운 형편에 과태료로 낼 큰 금액을 마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후암동성당 신부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주교님께서 본당에 방문하시는데, 식사를 ‘얘들아! 밥먹자!’ 청소년 무료 식당에서 청소년들이 먹는 메뉴와 똑같은 것으로 준비해주실 수 있겠느냐고요. 구요비 주교님께서 후암동성당 방문 후 ‘서울 인보의집’에서 점심을 드신 후, 차 한 잔을 하시면서 청소년들에 관해 물으시기에 고민을 말씀드렸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그 가정에 대한 것들을 글로 적어 메일로 보내 달라고 하셨습니다. 며칠 후, 유경촌 주교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구요비 주교님께 보낸 글을 함께 공유하였고,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께서 가난한 이웃을 위해 조금씩 저금해 모은 것 중 일부를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후암동 주임신부님과 관할 본당인 해방촌 주임신부님께서도 동참해 주셨습니다.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시는 예수님처럼,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과 평신도님들께서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주셨습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이방인 아닌 이웃이 되어, 따스한 겨울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