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수사과 이형사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주공아파트 단지 입구의 과일 가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현장 보존용 노란 띠가 상가 모퉁이를 어지럽게 둘러싸고 있었다.
평소라면 가게 한구석에 놓인 낡은 귤 상자 안에 흰갈색 길고양이가 동그랗게 몸을 말아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이형사가 가까이 다가가자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고양이 대신, 귤 상자 옆 골목 구석에 사체가 놓여 있었다.
피해자는 유명 부동산 컨설턴트이자 최근 정부 세제개편안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강성두(48) 씨. 타살 흔적은 명확했다.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더 기이한 것은 사체 바로 옆 과일 상자 안이었다. 흰갈냥이는 세상의 소란과 완전히 단절된 듯,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현장 한복판에서도 그저 코를 묻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형사님, 피해자 소지품입니다."
순경이 건넨 투명 증거물 봉투 안에는 고가의 스마트폰과 메모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폰 화면에는 연신 급박한 뉴스가 팝업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 대토론회 파장…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정국 경악’
‘여야, 세제개편안 두고 사상 최대 부동산 전쟁 돌입’
강성두의 스마트폰 단톡방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여당 내부조차 보유세 인상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갈라져 고성이 오갔고, 야당은 "정권 교체론"까지 꺼내 들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수억 원의 세금과 수십억 원의 아파트 값이 걸린 거대한 정치·경제적 소용돌이. 강성두는 바로 그 폭풍의 한가운데 서 있던 인물이었다.
"강성두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은 한둘이 아닙니다."
이형사는 사건 현장 주변의 CCTV를 분석하며 중얼거렸다. 강성두는 최근 정부의 ‘신혼부부 현금 100만 원 지급’ 정책과 ‘보유세 중과’ 방안을 적극 옹호해 온 인물이었다.
"서민들 집 더 못 사게 만들려고 작정한 거냐!"라며 그에게 날아든 협박 메일만 수백 건. 집값 폭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세입자들, 그리고 세금 폭탄을 맞게 된 다주택자들 모두가 그에게 분노를 품고 있었다.
그중 강력한 용의자로浮上한 인물은 최근 주공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신혼부부 남편, 한현우(31)였다.
경찰서 조사실에 앉은 한현우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내가 죽였냐고요? 나도 죽이고 싶었습니다!"
한현우가 분통을 터뜨리며 책상을 내리쳤다.
"영끌해서 겨우 얻은 전세 계약이 끝나가는데,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습니다. 정부는 신혼부부 지원이랍시고 현금 100만 원을 준다는데, 집값이 10억인데 100만 원이 말이 됩니까? ‘신혼생활 일단 100만 원 깔고 시작하네요’라고 비꼬는 댓글이나 달며 겨우 버텼습니다. 그런데 강성두 같은 인간들이 TV에 나와서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느니, 시장 규제를 더 해야 한다느니 궤변을 늘어놓더군요. 시장을 살릴 생각은 안 하고 단기 현금이나 뿌리는 건 배급제랑 뭐가 다릅니까? 서민들 피를 말리는 정책을 만든 게 그 자입니다!"
한현우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없었다. 사건 시각, 그는 과일 가게 근처 골목을 배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형사의 머릿속을 스치는 의문이 있었다. 강성두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 그리고 그 곁을 지키고 있던 흰갈냥이.
이형사는 다시 사건 현장인 과일 가게로 돌아갔다. 과일 가게 주인은 혀를 차며 말했다.
"그 고양이요? 둔해서 누가 옆에서 싸우든 말든 신경도 안 써요. 하지만 딱 한 사람, 매일 자기한테 고급 간식을 주던 사람한테는 꼬리를 치며 반겼지."
"그게 누구였습니까?"
"저기 건너편 '성공 부동산' 김 소장입니다. 강성두 씨랑 오랜 친구라던데, 요새 세제개편안 때문에 둘이 매일 싸웠어요."
이형사는 김 소장의 사무실로 향했다. 김 소장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김 소장님, 강성두 씨가 죽던 시각에 주공아파트 상가 뒤편에 계셨죠?"
"무슨 소립니까? 난 밤새 사무실에서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안 분석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면 시장이 어떻게 얼어붙을지 대책을 세워야 했으니까요."
이형사는 김 소장의 구두 끝에 묻은 미세한 흙과, 그의 자켓에 붙어 있던 털 한 가닥을 눈여겨보았다. 흰색과 갈색이 섞인 고양이 털이었다.
"강성두 씨를 죽인 건 집값에 절망한 서민이나 정치적 반대파가 아닙니다. 바로 당신이죠, 김 소장님."
김 소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증거 있습니까?"
"강성두 씨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특정 지역의 규제 완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투기를 노렸지만, 강성두 씨가 마음을 바꾸어 대토론회 발표 직전 그 정보를 공개하려 했죠. 당신의 거대한 부동산 투기 판이 무너지려 하자, 서민들의 정국 불안과 정책 갈등을 이용해 그를 살해하고 강도나 원한에 의한 범행으로 위장하려 한 겁니다."
이형사가 덧붙였다.
"당신이 범행을 저지르고 강성두의 스마트폰을 조작해 부동산 정책 불만 댓글들을 켜놓는 동안, 평소 당신을 알아보던 흰갈냥이가 접근했겠죠. 당신은 녀석을 쫓아내려고 귤 상자 안에 밀어 넣었고, 녀석은 그저 늘 그렇듯 다시 잠에 들었을 뿐입니다. 그 고양이의 털이 당신의 옷에 그대로 남아 있더군요."
김 소장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욕망과 소란 속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비극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경찰서를 나선 이형사는 다시 과일 가게 앞을 지났다.
정치권은 여전히 보유세 인상과 국가 재정 적자, 현금 지원 정책을 두고 사나운 언성을 높이고 있었고, 서민들의 삶은 빚더미와 집값의 무게 속에서 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산더미 같은 과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먹구름처럼 도시를 덮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세상의 한복판, 귤 상자 안의 흰갈냥이는 여전히 세상을 등진 채 몸을 웅크리고 평온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도시에 남은 유일한 고요는, 그 자그마한 박스 안에만 존재하고 있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