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월의 마지막 시간이다.
교수님의 호출 전화를 받고 연구실에 가서 작년 초우아카데미에서 나온 책을 받아서 강의실로 갔다. 작년에 대부분 받았지만 새로 오신 분이나 더 필요하신 분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하셨다.
다들 더 부지런해지신 듯 늦는 분이 별로 많지 않아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교재 2페이지 시는 창조적 사고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셨다.
* 머리 속에 폭풍을 일으켜야 한다 :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
우리들 무의식 속에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코스모스는 갸냘프다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고 진부한 표현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상상해야 한다. 뚱뚱한 코스모스라든지, 회색의 코스모스 등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 대머리에게 삼푸를 파는 방법에 대해 브레인 스토밍하기 -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창조적 사고이고, 그것이 바로 시이다.
*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 : 그 아홉 가지 유형
① 나무를 그냥 나무로 본다.
② 나무의 종류와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들이 움직이는 모양을 세밀하게 살펴본다.
⑤ 나무속에 승화되어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양과 생명력의 상관관계를 본다.
⑦ 나무의 생명력이 뜻하는 그 의미와 사상을 읽어본다.
⑧ 나무를 통해 나무 그늘에 쉬고 간 사람들을 본다.
⑨ 나무를 매개로 하여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는 겉모양, 즉 외형적인 관찰, 사실적인 묘사인데, 그 중에 ①, ②는 정적인 것을, ③, ④는 동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⑤~⑨는 내면 즉, 비가시적인 것을 묘사하여 시를 한 단계 상승시킨다. ⑤~⑦은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내용이고, ⑧, ⑨는 정답이 없이 이야기를 상상으로 만드는 것으로 시의 품격이 올라간다.
1차원의 시 : ①~④ 존재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
2차원의 시 : ⑤~⑦ 존재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
3차원의 시 : ⑧, ⑨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존재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
차원이 높을수록 점점 좋은 시, 고품격의 시가 된다.
좋은 시란 어떤 시인가를 ‘나무’라는 시를 공부하였다.
나무(TREES) - 알프레드 킬머
나무같이 예쁜 시를
나는 다시 못 보리
대지의 단 젖줄에
주린 입을 꼭 댄 나무
종일토록 하느님을 보며
무성한 팔을 들어 비는 나무
여름이 되면 머리털 속에
지경새 보금자리를 이는 나무
가슴에는 눈이 쌓이고
비와 정답게 사는 나무
시는 나같은 바보가 써도
나무는 하느님만이 만드시나니
* 조이스 킬머(Alfred Joyce Kilmer : 1886~1918)는 미국의 시인.
1913년에 발표한 <나무>라는 시 한편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886년 뉴저지 주 태생의 이 시인은 첫 시집 '나무와 그 외 시들'을 1914년 발표하고는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군에 지원, 프랑스에서 작전수행 중 사망하였다. 시집에 'Trees and Other Poems'가 있다.
조이스 킬머의 손자는 조이스 평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According to my Dad, Joyce Kilmer's eldest son, Joyce was writing about trees in general, not about any particular tree. Joyce was living in Mahwah, New Jersey, at the time he wrote the poem (February 2, 1913)." (조이스 킬머의 맏아들인 나의 아버지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어떤 특별한 나무를 쓴 것이 아니라 세상에 흔히 있는 나무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할아버지는 뉴저지 주의 Mahwah에 살고 계셨는데 그 때 1913년 2월 2일 이 시를 지으셨지요."
이 시는 나무의 의미성, 음악성, 회화성이 잘 나타난 시로 ‘나무=시’라는 은유법을 사용하여 시를 썼다.
마지막 연이 가장 잘 쓴 연이라고 하셨다. 킬머는 겸손한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하느님은 나무를 창조하고, 자신은 시를 창조한다는 내용으로 하느님과 같이 창조를 한다는 즉, 신 다음에 나라는 자부심과 자존감이 드러난 시이다.
이어 <평생 갈 사람>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멘토뿐 아니라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그런 친구
굳이 어떤 가르침을 주지 않아도 좋다
그냥 어떤 상황에서든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
멘토와 멘티가 되어
서로를 끌어주는 관계로 살아가야 한다.
서로를 끌어주고 때론 서로 기대면서
평생 동안 서로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 주는 친구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보다 더 큰 빽은 없습니다.
우리 교수님과 가천 시창작반은 이런 친구가 되어 평생 갈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어 중국 楊萬里(양만리, 南宋, 1127-1206)의 7언절구 시를 소개하셨다.
下橫山灘頭望金華山(하횡산탄두망금화산)
山思江情不負伊 강과 산은 사람을 속이지 않으리
雨姿晴態總成奇 비 오나 개이나 언제나 아름답네
閉門覓句非詩法 문 닫고 시 짓는 건 옳지 않나니
只是征行自有詩 길나서면 저절로 시가 있는 것을
특히 3,4연이 시인들이 귀하여 들어야 할 말이다. 시를 짓기 위해서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산책이나 등산을 많이 다니면서 좋은 경치,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시를 지어야 할 것같다. 문교수님도 여행을 가시면 그 때 그 때 메모하시면서 많이 짓는다고 하셨다. 홍긍표샘이나 김영주샘이 이번에 여행을 다녀오시면서 시를 많이 짓는 걸 보니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오늘은 해외에 가신 최혜순샘을 빼고 전원 출석을 하셨다. 교수님까지 20명이 모이니 바글바글, 간식도 많으니 행복이 따불로 오는 것 같다.
이봄표 떡, 류숙자표 구운 감자, 김옥희표 딸기와 떡, 김영주표 딸기, 박경자표 사과의 정성과 맛이 일품이다.
2교시는 학생 작품을 공부하였다.
김영주샘의 미국 여행 작품 '천년의 숲'을 먼저 보았다.
천년의 숲
천년의 세월을 한 눈에 담은
나무들의 나이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건만
쭉쭉 뻗어 하늘을 가린
해안 레드우드
발을 디디기 시작하자
피톤치드에 빨려 들어간다
거목들의 소리 없는 숨소리
잠깐 머물다간 작은 여인은
잊지 못할 순간을
가슴에 안고 떠난다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머리 위를 스칠 때
천년의 숲 앞에서 숙연해진다
이어 이정원샘의 '지는 단풍'을 보았다.
지는 단풍
푸르름이 좋다지만
익은 단풍 더 곱더라
우리 님 몰라 보고
익어감만 탓하지만
그래도
지는 단풍이
꽃보다도 곱더라
이어 김옥희 샘의 '나를 위로 하고 싶은 날'을 보았다.
나를 위로 하고 싶은 날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선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보따리 속에 다양한 내가 있다
어느날 나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을
위로하고 싶을 때가 있다
상처를 만져주고
현재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나를 위로하며
나를 알게 되는 날
그날 바로
내가 다시 태어나는 날이다
끝으로 채기병의 '심야 버스의 풍경'을 보았다.
심야 버스의 풍경
광화문에서
분당으로 달리는
9000번 심야 광역 버스
버스 안에
가득 찬 수많은 사연들
침묵 속으로 침몰하고 있다
세월과 함께 잊힌 세월호
두 번이나 외치는
안전벨트 착용 소리는
그저 허공에 메아리로 떠돌 뿐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들
입가에 침이 흐르고
잠 못 드는 사람들
사각 화면에 갇혀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버스 티브이
살아 있는 것은
쉬지 않고 바뀌는 광고뿐이다
긴 어둠을 깨는
하차벨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말만 쏟아내는 기계 여인의 음성
선잠자다 놀라
후다닥 내리면
자정으로 달리는 버스는
졸린 눈을 껌뻑이며 멀어져 간다
오늘은 새로 오신 6명이 점심을 산다고 해서 학생 작품을 서둘러 마치고 비전타워 지하에 있는 차이나스푼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새로오신 분들이 사시는 밥을 먹으니 맛이 더 꿀맛이다.
식사 후에는 11명이 모여서 합평회를 하였다.
김종근샘의 '봄이 오는 소리', 이정원샘의 '목련이 필 때', 홍긍표 샘의 '옹관', 김유미 샘의 '위로', 심양섭샘의 '진달래꽃', 채기병의 '겨울 갈대의 위한' 모두 6편의 작품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말하고 최종적으로는 박경자샘의 좋은 말씀을 들었다.
이제 4월이 오면 완연한 봄이 될 것 같다. 합평회를 마치고 나와서 보니 산수유는 활짝 피었고, 목련꽃과 진달래가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꽃송이가 피어나는 만큼 우리들의 시심도 피어날 것이다.
첫댓글 가천시창작반, 자리가 모자랄 듯합니다.
열공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곧 강의실을 옮겨야 할 것입니다.
'알프레드 킬머'의 "나무"라는 시에 대한 교수님 강의를 작년에도 들었지만 들을 때마다 또다른 새로움이 발견됩니다.
이번 강의에서 사물을 보는 아홉가지 유형 5번에서 9번까지의 단계를 어떻게 밟아 갈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복습하게 해주신 채기병선생님과 사진으로 항상 즐거움을 주시는 홍긍표선생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나 고민하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
수업 내용을 자세하게 잘 정리해주신 도여 채기병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진을 잘 찍어 자료로 남겨주신 홍긍표 선생님, 감사합니다.
맛있는 점심을 제공해주신 신입생 여러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이 맞는 거지요.
채기병 울 회장님이 모범생을 만듭니다 복습 하게 해주신 노고에 늘 박수를 보냅니다 노오란 좁쌀이 범벅이 되어
가지에 달린 산수유. 터질듯 목련 몽우리 숨죽여 있더니 활짝 피어가는 보라에 가슴이 울렁입니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홍금표 샘 봄을 활짝 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봄에는 이봄샘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도여님의 장문의 내용에 마음 여밈니다.
한마디로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개나리처럼 귀엽고 목련 처럼 화려한 시의 산실, 이곳
장래가 좋아 보입니다.
우리 교수님의 홍복!에 따라 서 복 많은 학생들,
복습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복이 많은 거 같습니다.
늘 허겁지겁 하면서도 행복한 오늘을 찾아주는 우리의멘토 가천의 시심에 하루가 감사합니다
다시금 여유로 복습의 시간을 수고해주시는
울 회장님 그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명이 아니라 뉘신지 모르겠습니다.
@道如 채기병 ㅎ~~본명이 중복이라 안되어서 닉네임한게 그리되었어요
허복례입니당~;~
@복례 허 패랭이 꽃 같은 총무님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