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에서 고깃집을 열었다 실패했던 경험을 통해 ‘음식 장사는 야박하게 굴면 안 되는구나’를 절감했기 때문. 그래서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은 메뉴는 서양식인데도 한국적인 인심이 느껴진다. <이사벨더부처>의 스테이크 역시 푸짐함을 기본으로 한다. 메뉴도 코스 요리가 아닌 단품요리로만 구성해 여러명이 넉넉히 나눠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사벨더부처>는 200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인 곳이다. 국내에 아직 드라이에이징 기술이 소개되지 않았을 때, 데이비드 현 셰프는 혼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건조숙성법을 터득했다. 그때 실패해서 버린 고깃값만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데이비드 현 셰프는 “이제는 본토인 미국보다 더 잘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맛있는 스테이크를 위한 세 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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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어링Searing
<이사벨더부처> 스테이크의 특징은 겉부분이 검게 보일 정도로 과감한 시어링이다. 시어링(Searing)은 표면을 지지듯이 굽는 것으로, 육류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일으킴으로써 고기 본연의 감칠맛을 살리는 방법이다. 제대로 시어링한 스테이크는 표면에 바삭바삭한 크러스트(Crust)가 형성된다. 그릴에 구운 뒤 오븐으로 옮겨 속까지 익히는 조리법도 있으나, 데이비드 현 셰프는 오로지 팬프라이로만 스테이크를 굽는다. 스테이크를 팬프라이할 때에는 두꺼운 무쇠팬에 굽는 것이 일반적인데, 거대한 포터하우스 부위에 맞는 팬이 없어 무쇠철판을 커다랗게 재단해 사용하고 있다.
무쇠철판을 뜨겁게 달군 뒤에 스테이크를 올리고 2분마다 뒤집는다. 틈틈이 버터를 브러쉬로 바른다. 스테이크가 두꺼울수록 굽는시간이 오래 걸리며 일반 스테이크를 미디움 정도로 구울 때는 10분 정도 걸린다.
2. 에이징Aging
스테이크용 고기는 데이비드 현 대표가 자체 숙성고에서 직접 숙성한다. 경매를 통해 특등급 한우를 공수한 뒤 바로 드라이에이징하며, 온도 0~2℃, 습도 70%의 환경에서 21일간 진행한다. 소고기는 숙성을 통해서 근육 결체조직이 끊어지고 식감이 연해지는데, 특히 드라이에이징은 육류 표면을 공기중에 노출시켜 수분을 날리므로 더욱 농축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숙성법이다.
스테이크용 고기는 굽기 전 1시간 정도 상온에 두어 온도를 맞춘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굽게 되면 겉은 익어도 속이 차가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께가 두꺼운 고기일수록 미리 꺼내둬야 한다. 굽기 직전에 소금물, 마늘즙 등을 브러쉬로 바른다.
3. 서빙Serving
음식의 온도가 낮아지면 짠맛과 쓴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소고기 스테이크는 식으면 식감이 질겨져 제맛을 즐기기 어렵다. 그래서 스테이크를 서빙할 때는 뜨겁게 데운 접시에 담아내는 것이 기본이다.
<이사벨더부처>에서는 달군 무쇠철판에 스테이크를 담아내 보온성도 높이고 씨즐감도 살렸다. 둥그런 무쇠철판은 접시 사이즈에 맞춰 주문 제작한 것이다. 테이블 위로 그릴을 옮겨놓은 듯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열이 오랫동안 보존돼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따뜻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와 함께 제대로 맛보는 아메리칸 다이닝
1. 클래식 촙트 샐러드 Classic Chopped Salad
싱싱한 채소를 한입크기로 잘게 썰어(Chopped) 버무려 만든다. 소탈하고 푸짐한 미국식 샐러드로,양이 넉넉해 여럿이서 나눠 먹기에 좋다. 양상추, 적채, 오이, 붉은 양파 등 채소만 8가지가 들어간다. 여기에 건포도, 토마토, 월넛을 더해 색과 식감을 풍성하게 만든다. 샐러드 드레싱은 타라곤 크림소스인데, 허브의 일종인 타라곤(Tarragon)은 라임과 비슷한 산뜻한 향기를 더해 크림의 느끼한 맛을 상쇄한다.
채썬 양파에 밀가루를 살짝 묻혀 튀겨낸 뒤, 드레싱으로 버무린 샐러드 위에 얹어 완성한다. 양파튀김의 고소한 단맛과 바삭바삭한 식감은 밋밋한 샐러드에 포인트가 된다.
2. 프렌치 어니언 수프 French Onion Soup
프랑스의 대표적인 수프인 어니언 수프는 들인 정성만큼 맛이 나는 요리다. 그래서 제대로 된 어니언 수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나절 내내 주방을 지키는 수고가 뒤따른다. 채썬 양파를 오랜 시간 천천히 볶아 캐러멜라이징(Caramelizing)하는데, 이 과정에서 양파는 짙은갈색으로 변하며 복잡한 풍미를 얻게 된다. 양파 한 망이 한 줌이 될 때까지 줄어들면 육수를 부어 끓인다. 완성된 수프는 라메킨(Ramekin, 작은 내열성 도자기 그릇)에 담아 슬라이스한 바게트 빵과 그뤼에르 치즈를 올려 마무리한다.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에서 필수 메뉴는 아니지만 <이사벨더부처>에서는 스테이크와 함께 즐겨찾는 인기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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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라임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Prime Poterhouse Steak
<이사벨더부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인 곳이다. 스테이크는 안심, 채끝등심, 샤토브리앙 등 다양한 부위가 준비되어 있으나,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포터하우스’다.
포터하우스는 소 한 마리에서 스테이크용으로 3장정도 나오는 고급 부위다. 소의 허리쪽 T자 모양 뼈를 중심으로 등심과 안심이 좌우로 붙어 있는 스테이크 부위를 ‘T본’이라 하는데, 앞쪽으로 갈수록 안심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안심이 가장 크게 붙어있는 맨 뒷부분을 특별히 ‘포터하우스’라 부른다.
크기부터 압도적인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는 두께가 무려 4cm, 무게는 850~950g 정도로 성인 3명 정도가 나눠먹을 수 있을 만큼 푸짐하다. 짙은 갈색을 띠는 표면은 마치 ‘베이징 덕’ 껍질처럼 바삭한 크러스트가 형성돼있다. 포터하우스는 한 접시에서 등심과 안심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등심과 안심의 익는 속도가 다르므로 조리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4. 크림드 스피니치 Creamed Spinach
크림드 스피니치는 이름 그대로 크림에 조리한 시금치 요리로, 스테이크에 곁들여먹는 대표적인 사이드메뉴다. 우선 마늘과 양파를 팬에서 볶다가 다진 시금치를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여기에 그라노 치즈와 넛맥, 헤비크림을 더해 농도가 적당해질 때까지 끓인다. 헤비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35% 이상인 동물성 생크림으로 고소하고 농도가 짙어 크림소스 만들기에 좋다. 향신료의 일종인 넛맥(육두구)은 유제품의 비린 맛을 잡아준다.
시금치는 서양요리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식재료인데, 특히 크림소스와 잘 어울린다. 시금치를 동물성 단백질과 함께 조리하면 시금치 속 철분의 흡수율이 높아져 영양학적으로 도 궁합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