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장,
차가 출발을 하자 아이들이 신이 났다.
모처럼의 여행이 아이들에게도 큰 기대와 기쁨을 안겨주고 있었다.
서울 시내는 참으로 한산하고 조용한 아침이다.
아직도 차례를 지내고 있는 가정들이 많고 서울을 빠져나간 수 많은 인구로 해서 마치 서울 시내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조용한 거리다.
막힘 없이 차는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선다.
“언니!
너무 한산해서 정말 좋은데요.”
“그러게 말이다.
이런 한산한 도로를 본 것이 어제였는지 모르겠어!
그 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명절 날 아침에 집을 나서 본 것도 아마 없지 싶다.”
“저도 그런 것 같아요.
명절이면 늘 마음이 무겁고 불안하던 기억만 있네요.”
“후후후……………..
우리 둘은 닮은 데가 너무 많다.”
나미자는 쓴 웃음을 날린다.
“엄마!
우리 정말 여행을 가는 거 맞죠?”
보라가 차창을 바라보다 엄마와 이모를 보며 묻는다.
“그럼!
지금 바로 여행을 하고 있는 거다.”
“엄마, 이게 여행야?”
보영이도 엄마와 이모를 보며 묻는다.
“그래, 여행을 시작한 거야!
좋은 것 많이 보고 도착을 하면 신나게 놀고 그럴 거야!”
“엄마!
우리 정말 부자야?”
또 다시 보영이 묻는 말이다.
“부자?
우리 보영이는 부자가 되고 싶니?”
“응!
부자가 되면 커다란 집에서 살 수 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다고 해!”
“누가 그래?”
"그전에 텔레비전을 보면 그렇게 나와!
돈이 많으면 부자지?”
“보영아, 그리고 보라야!
이모는 돈이 많다고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상당히 부자거든!
그런데 돈이 많지는 않지.
이렇게 우리 보라와 보영이 그리고 보성이가 있고 엄마와 이모가 서로 사랑하고 너희들을 또한 사랑하면서 이렇게 너희들이 기뻐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하고 이모는 정말 행복한 마음이 들거든!
그리고 우리가 마음이 편안하게 여행도 가고 그러니까 우리는 부자다.”
“그렇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돈이 많아야 하는 거잖아요?”
보라가 묻는다.
“그래!
돈은 꼭 필요한 것이지.
돈이 없으면 살아갈 집도 없어지니까 돈은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 돈만 많고 서로 사랑하지 못하면 그것은 부자가 아니란다.
그것은 돈에 노예가 되는 거란다.
우리 보라는 노예가 뭔지 알지?”
“네!
주인을 섬기는 일만 하는 사람이잖아요?”
“우리 보라 참으로 똑똑하구나!
그래, 우리가 돈만을 벌기 위해 돈의 노예가 되면 안 되겠지?
돈을 벌면서 쓸 줄 알아야 하고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행복하잖니?
이런 것이 진짜 행복이다.”
“그렇지만 이모, 난 돈을 많이 벌 거야!”
보영이의 대답이다.
“돈 많이 벌면 좋지.
허나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알았지?”
“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서 엄마하고 이모를 모두 줄 거예요.”
“호호호…………
그래, 엄마하고 이모는 우리 보영이가 벌어다 주는 돈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 볼까나?”
미자와 윤주는 큰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러나 윤주는 아이들의 말에 가슴이 싸 해져 온다.
벌써부터 돈이 없으면 고생을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딸들이 마음이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철없이 밝고 고운 심성을 가질 나이에 벌써 부자와 가난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딸들의 마음이 가슴 아프다.
차는 막힘 없이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자, 우리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갈까?”
미자는 아이들의 기분을 맞추어주기 위해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네!”
보영이는 큰 소리로 대답을 한다.
“그럼, 우리 보영이부터 노래를 해 볼래?”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 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 으~쓱 귀여워!”
보영이는 일어나 조그만 동작까지 취하며 노래를 부른다.
“와! 짝 짝 짝!
우리 보영이 어디서 그 노래를 배웠어?”
“텔레비전에서 나와요.”
“그랬구나!
정말 노래를 아주 잘 했어요.
이젠 보라가 해 볼래?”
보라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주춤한다.
그러나 금방 생각이 났다는 듯 노래를 시작한다.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요.
우리 집엔 우리 가족들 모~여 살아요.
행복한 우리 집, 즐거운 우리 집~~~
우리 가족 너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
보라의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가사를 개조해서 부르는 소리에 미자와 윤주는 놀래서 두 눈이 동그래진다.
두 아이들 역시 알고 있다는 듯 따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에!
보라야!
그 노래 어디서 배웠어?”
“텔레비전에서 배웠는데요 내가 이렇게 바꾸어서 불러요.”
“뭐?
네가 노랫말을 바꾸었다고?”
“네!
그리고 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어요.
우리 집에서 이렇게 다 함께 사는 것이 너무 좋아서 생각해 봤어요.”
“어쩜!
어쩜 우리 보라가 노래 가사 말을 다 바꾸어 부를 줄 알고……..”
미자는 보라가 생각보다 마음이 깊고 생각하는 범위가 넓다는 것을 알고 놀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속마음이 훨씬 깊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나미자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윤주의 두 눈에서는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린 것이 얼마나 가슴에 묻어둔 상처가 깊을 것인가?
엄마와 떨어져 동생을 돌보며 할머니 눈치를 봐가며 살았던 것이 제 딴에는 얼마나 힘든 일이었으면 지금의 상황을 즐겁고 행복한 느낌으로 그런 노래를 만들어 동생들과 함께 부르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뻐근해진다.
“보라야!
고맙다, 그리고 엄마는 우리 보라가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동생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생기도록 멋진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게 하고 그런 고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우리 보라와 보영이가 너무 자랑스럽고 정말 사랑한다.”
“엄마!
나도 엄마가 고마워요.
보영이와 나를 버리지 않고 찾아와 주신 것이 너무 고마워요.”
“엄마가 어떻게 우리 딸들을 버릴 수 있겠니?
엄마는 우리 딸들과 아들이 없으면 못산다.”
“아빠가 버리면 엄마도 버리는 사람들이 있대요.
잠시 기다려라 하고, 데리러 온다고 하고 오지 않는 엄마들이 있대요.”
“보라가 많이 불안했었구나?”
“…………………….”
윤주는 비로서 어린 딸의 마음을 알아간다.
그 동안 얼마나 불안한 나날들을 보냈던 것인가?
“보라야!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지?”
“네!
이제는 행복해요.”
“고맙다.
엄마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 딸들을 아름답게 키워줄게!”
“엄마!
저도 좋은 딸이 될게요.”
보라는 엄마의 목을 살며시 끌어안는다.
“자, 우리 이번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갈까?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볼일도 보자.”
“정말요?
정말 맛있는 거 사 먹어요?”
세 아이들은 합창이라도 하듯 소리를 지른다.
“암!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먹는 즐거움을 빠트리면 재미 없잖니?”
나미자는 세 아이들을 돌아보며 함께 즐거워한다.
윤주는 그런 미자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웃는다.
얼마 가지 않아 나오는 휴게소로 차를 운전해 간다.
별로 차량들이 많지 않은 휴게소의 한산한 풍경이다.
차가 정차를 하자 나미자는 먼저 내려서 아이들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어서들 옷을 단단히 입고 내려라!”
“네!”
아이들은 저마다 벗어 놓았던 외투들을 입고 내린다.
“이모!
정말 먹고 싶은 거 사도 돼요?”
보영이의 물음이다.
“암!
얼마든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 주마!”
“와!
우리 이모 최고!”
“그런데 우리 화장실부터 갈까?”
나미자는 보라와 보영이의 손을 잡고 화장실 쪽으로 간다.
차를 주차시켜 놓은 윤주는 보성이를 안고 뒤를 따른다.
화장실에서 나온 보영이는 매점을 둘러보면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른다.
“언니는 안 먹어?”
아직 아무것도 고르지 않고 있는 보라를 보며 묻는 보영이다.
“응, 먹어!
근데 너 너무 많이 사달라고 하지 마!”
“왜?
이모가 다 사 주신다고 했잖아?”
“그래도 너무 그렇게 많이 사면 어떻게 하니?
난 그냥 네가 고르는 것을 같이 먹으면 돼!”
“피!
누가 준대?”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듯 미자는 웃고만 있다.
보라의 깊은 생각이 너무나 어른스럽다.
“보라야!
너도 어서 골라 봐라!”
나미자는 보라의 마음을 부채질한다.
무엇이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나미자의 마음이다.
핫바와 닭 꼬치 그리고 구운 감자와 몇 가지의 과자를 사서 다시 차에 오른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오늘도 연제 소설 잘 읽고 갑니다^^
함께 해주시고 정성을 다하시는 댓글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더욱 풍성하고 보람된 날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어제도 전국적으로 환하게 볼 수 있어서 정월 대보름달에 소원을 빌고 소원 성취하는 한해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함께 해주시고 정성을 다하시는 댓글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더욱 풍성하고 보람된 날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