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影園 김인희
젊었을 적엔 아주 고운 사람이었다. 너처럼 궁녀였고. 옷소매 끝동은 몹시 붉고, 과인은 그걸 보며...
마음이 아팠더랬지. 왜 아팠냐고? 궁녀들이, 옷소매 끝을 붉게 물들여 입는 것은...
그녀들이 왕의 여인이라는 징표야. -영조-
옛날엔 나도 두렵지 않았어. 별로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 가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도 가진 게 있어. 잃어버리는 건 무서워. -성덕임-
그 서고에서 너와 함께 보낸 시간이, 특별했으니까.
그 서고에서 너와 함께 있는 동안, 네가 나에게 휘둘리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 정말 그러했느냐?
네가 나에게 휘둘렸느냐, 아니면 내가 너에게 휘둘렸느냐? -이산-
쉴 새 없는 하루였는데, 가끔씩, 네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넌 무얼 하고 있을까. 내가 준 책은 읽었을까. 그 책을 읽으며, 혹, 나를 생각했을까. -이산-
- 북풍은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네. 사랑하여, 나를... 나를... 좋아하는....
-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 북풍은 차갑게 휘몰아치고, 눈비는 훨훨 휘날리네.
-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돌아가리.
- 붉지 않다고 여우가 아니며, 검지 않다고 까마귀 아니런가.
-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수레에 오르리. -이산 & 성덕임-
그저 곁에 있어라. 그거면 된다. -이산-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 참는 것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견디는 것이다. 난 고통이 무엇인지 알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지도 안다. 난 이 나라의 왕세손이야. 나에겐 언젠가 힘이 생겨. 그 힘으로, 수많은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이루고자 하는지, 네가 아느냐? 넌 그저, 곁에 있어다오. 그걸로 충분해. -이산-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는 그날까지, 제가 저하를 지켜드리겠습니다.
하오니 안심하십시오. 저하께서는 반드시 뜻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성덕임-
한낱 궁녀 주제에, 나를 지키겠다고? -이산-
한낱 궁녀이지만 저하의 사람입니다. 일평생 곁을 떠나지 않고, 오직 저하만을 위할 저하의 사람입니다. 제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저하를 지켜드리겠나이다. -성덕임-
내가 신경쓰는 것은 오직!... 오직, 나의 사람뿐이다. -이산-
귀한 것입니다. 소인에겐 과분한 것이지요. 하여 사양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원치 않는 것이옵니다. 한낱 궁녀에게는 처음부터 사양할 자유조차 없는 것이옵니까? 부디, 소인이 사양할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성덕임-
임금도 사람이야. 한 사람 정도는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버티질 못해. 나중에 네가 보위에 오르거든, 좋은 여자를 찾아. 이 할아비가 영빈을 만났던 것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 -영조-
너는 오로지 나의 결정에 달려있어. 너의 모든 것은, 나의 것이다.
오직 나의 뜻으로만 죽을 수도, 살 수도 있다는 걸, 절대... 잊지 마라. -이산-
도대체 몇 번의 기회를 더 주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자네는 내 사람이 되겠는가. -이산-
그것 보십시오. 제가 지켜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하께서는 이 나라 조선을 지키시느라 바쁘고, 저는 그런 저하를 지키느라 바쁘고.
그럼 대체 누가 더 바쁠까요? -성덕임-
그 신호연을 보았을 때, 너일 줄 알았다. 너 일 수밖에...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을 때 떠올랐던 얼굴은... 제발 한 번만 더 보게 해달라, 애원했던 얼굴은... 너였다. 덕임아... -이산-
너를 만난 후, 나는 늘 웃었다. 너는 늘, 나를 웃게 했어. 그렇지? 덕임아. -이산-
너를 내 마음에 두었어. 너에게 내 가족이 되어달라 말했고. 지금껏, 그리 말한 사람은... 오직 너뿐이야. 세상에 태어나, 유일하게 연모한 여인이... 바로 너다. -이산-
차라리 나 때문에 울어라. 내가 보는 앞에서만 울어.
내가 보지 못할 때, 알지 못할 때, 홀로 울지 마라. 이것은 명이다. -이산-
지키기 위해, 제 곁에 둔 것입니다. -이산-
영원히, 이리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 -이산-
난 끝까지 지켜낼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산-
- 마땅할 의(宜)... 왜 하필 이 글자입니까?
- 아니 왜, 싫으냐?
- 가르쳐주십시오. 정말, 왜 이 글자이옵니까?
- 의가의실(宣家宣室)이라는 말을 아느냐?
- 부부가 되어, 화목하게 지낸다는 뜻이옵니다.
- 의가지락(宜家之樂)이라는 말도, 아느냐?
- 부부사이의 화목한 즐거움을 이르지요.
- 그게 바로, 내가 너에게 준... 의(宜) 자다. 말했지 않느냐. 난 너와 가족이 되고 싶다고.
- 의(宜) 자에는, 좋아한다는 뜻도 있지 않습니까? 있지요? -이산 & 성덕임-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원자만은 반드시 지켜주마. 임금이 한 약조이니 믿어도 좋아. -이산-
- 왜 하필 신첩이옵니까?
- 그게 무슨 소리지?
- 세상에 여인은 많습니다. 가문과 학식, 인품. 모든 것을 갖춘 여인도 많은데, 왜 하필 저였 습니까?
- 다른 그 어떤 여인도, 네가 될 순 없으니까. 덕임아, 나는 내 천성을 거스르면서까지, 너를 마음에 두었다.
그러니 다른 이는 필요 없어. 오직 너여야만 해. (이산 & 성덕임)
나는 널, 그리워했고... 너와 함께했던 시절을 그리워했어. 두 번 다시 이 손은 절대 놓지 않는다. -이산-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 알고 보니, 시간이 많지 않더구나. 기다릴 여유도 없었고.
그러니, 날 사랑해라. 제발... 날 사랑해라. -이산-
이것이, 과거라 해도 좋다. 꿈이라 해도 좋아. 죽음이어도 상관없어. 오직,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택할 것이다. -이산-
그리고 바랄 것이다. 이 순간이, 변하지 않기를.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이산-
그리하여, 순간은 곧 영원이 되었다. -성덕임-
“그리하여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이것이 과거라 해도 좋다. 꿈이라 해도 좋아.
죽음이어도 상관없어.
오직,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바랄 것이다.
이 순간이 변하지 않기를,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이산-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북풍은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이산-
**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감동을 준 대사를 옮겨적습니다.
이산 정조대왕께서 임금의 의지로 사랑했던 여인 궁녀 성덕임.
후에 의빈이 된 정조의 연인입니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성군, 효심이 깊었던 임금.
그리고 한 여인을 지극하게 사랑했던 남자였습니다.
정조 임금을 연모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의 고독한 삶에 들어가 외로움을 덜어주고 싶어집니다. -影園-
첫댓글 사랑하는 여인의 오만함은
용서가 되겠지만
경쟁하는 상대의 오만함은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 선거판)
운산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오만함은 용서가 되겠지만
경쟁하는 상대의 오만함은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명심하겠나이다."
선생님!
2022년 임인년 새해 건강하시길 빕니다.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건필하소서!!
저하께서는 이 나라 조선을 지키시느라 바쁘고, 저는 그런 저하를 지키느라 바쁘고.
그럼 대체 누가 더 바쁠까요? -성덕임-
사랑받을만 하군요
그렇지요.
사랑은 사랑은 낳아요.
착하고 따뜻하게 살면
복을 받고요.
저는 그리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