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川明月主人翁만천명월주인옹-창덕궁존덕정!
국가경영의 책임감과 자기 수양의 중압적 심리적 부담을 피해 창덕궁의 비원에 숨은 정조 등 조선후기의 군주들!
숲 속에 짱박혀서 놀기 좋은 창덕궁. Cangdeokgung is the best place where kings hang out in the woods to spend time in secret.
경복궁은 유교의 엄격한 이념을 건축의 원리로 반영한 건물구조이기도 하고, 평지에 지은 남북 일직선 상의 건축물들의 배치는 왕의 일거수 일투족이 노출되어 은밀하게 숨어 편안히 놀 곳이 없다.
관광안내 덕에 깊어지는 역사공부가 현장에서 여러번 반복해서 검증하는 과정때문에, 살아서 움직이는 역사로서 사유하며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되었다.
60이 넘어 시작한 여행안내라는 새로운 일은 삶에 자극이 되고, 새로운 일과 사람들은 마음을 긴장하게 만든다.
긴장은 신체와 정신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노먼 도이지의 기적을 부르는 뇌의 차이는 정신적 자극의 강도 차이이다. 소설 읽듯이 죽죽 읽어내려가는 책인 기적을 부르는 뇌, 그러나 읽고 또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라캉의 정신분석학 도서다. 쉽게 읽히는 책 보다 난해한 책은 정신에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극, 지적능력과 통찰력을 발전시킨다.
정조와 창덕궁의 놀자판 환경. 경복궁의 유교-왕의 자기계발-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원리 수양 및 실천 장소. 창덕궁의 후원 존덕정에 새긴 만천명월 유일옹이란 현판에 새겨진 정조의 자만이 우스꽝스럽다.
지독한 유교원리주의자 정조의 분서갱유는 대중에 외면되어 정조의 본모습이 질못 알려져있다. 드라마때문에 개혁군주로 잘못 알려진 정조는 완고한 성리학 근본주의자로 "문체반정"과 "서체반정"등의 수구꼴통 정책으로 신학문의 도입을 탄압하였다. 신학문과 관련된 서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출판과 유통을 금지했으며 박지원 등 신학문을 도입하려는 선비들을 탄압했다.
정조의 자신감, ‘만천명월주인옹자서’ 존덕정 안 북쪽 지붕 아래에는 ‘萬川明月主人翁自序’라 쓰인 나무판이 걸려 있다. 정조가 재위 22년(1798년)에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세상의 모든 시냇물이 품고 있는 밝은 달의 주인공)’이라는 호(號)를 스스로 지어 부르고, 그 서문을 새겨 존덕정에 걸어 놓은 것이다. 그 요지는 ‘뭇 개울들이 달을 받아 빛나지만 달은 오직 하나이다. 내가 바로 그 달이요 너희들은 개울이니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에 합당하다’라는 것으로 신하들에게 강력하게 충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는 유교의 핵심 원리인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즉 백성과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양-계발해야 한다는 원칙을 벗어난 것이다. 이 유교의 원칙에 따라 궁궐은 통치와 권위의 장소이기 이전에 자신을 수양하는 장소가 되야하는데 정조는 자신을 과시하고 교만을 떠는 놀이터로 만들었다. 지독한 유교원리주의자인 정조가 유교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망발을 저지른 현장을 보고, 느끼는 안타깝고 한심한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방문할 때 마다 듣는 천편일률적인 창덕궁후원믜 영어해설사들의 정조에 대한 칭송들이다. 존덕정에 걸린 문구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는 무지가 만드는 실수이다.
조선의 쇠락과 패망이 가속화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 유교의 엄격한 가치를 반영하여 왕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주는 정형적formality 통치의무를 주는 중압적 환경을 지닌 경복궁을 떠나 숲속에 숨어 놀기 좋은 창덕궁을 통치장소로 선택한 것도 핵심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창덕궁 시대 부터 내면적 가치를 지향하는 유교의 진지함은 급속히 타락하고, 현저하게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조선이 518년 이란 세계역사에 전례가 없는 장기간의 왕조유지는 유교라는 우수한 이념을 통치이념으로 유지한 덕분이었다.
호화로운 임금의
수레도 부서지듯
우리 몸도 늙으면
허물어진다.
오로지 덕행을
쌓아 가는 일만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법구경)
구경회 2023.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