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힘들었습니다. 잘 쓰다가 뭣좀 할 게 있어서 복사를 눌러놓고 돌아와 보니... 붙여넣기가 안되는 것이에요!!! 분명히 확인 해보고 나갔는데.. 그래서 다시 써봅니다(어쩌다 보니 잘못 눌러서 이게 세번째). 이번에는 소모임이 아니라 여기에 올려봐요.
원래 한문순샘 댁에서 은혜하고 하루 자기로 한 것이 '스스로 캠프'라는 것으로 커져 버렸다. 기획을 우리가 한다는 게 좀 부담스럽기도, 재밌기도 했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안절부절 했는데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어쨌든 일정이 잡혀서 초대글도 써보고, 그것으로 선생님이 홍보를 하셔서 첫날은 학생 다섯명과 한문순샘까지 이렇게 여섯명이 모이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이 올까? 하고 갔는데 의외로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작년에 재미있는 학교에서 했던 '낯설게 보기' 에서 만났던 애들이 있었다. 다 모이고 보니 다 그때 사람들이어서 좀 친숙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들도 좋지만, 아는 사람들하고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이렇게 해서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활동을 마치고 헤어졌다.
그리고 이 기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문순샘 댁에서(부암동) 캠프'날이 왔다. 경복궁 역에서 원래 멤버 다섯명과 보조교사 조종완, 그의 사촌동생 최정민, 우호제, 한상희샘까지, 이렇게 9명이 만나서 캠프장으로 올라갔다. 서로 간단히 소개를 시작하려고 할 때, 예린이와 동생 예준이, 그리고 둘의 어머님이시고, 우리에게 미술치료를 해 주실 문숙인 선생님께서 도착하셨다. 이렇게 12명이 거실에 모여 있으니 추웠던 몸도 녹아버렸다. 서로 소개를 끝내고, 요리팀과 청소팀으로 나눠 일을 시작했다.
청소가 끝나니 요리도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다들 배고파하고 있었는데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드디어 요리가 끝나고, 빙 둘러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중심 요리로는 된장찌개, 골뱅이무침, 오징어볶음, 감자요리... 이렇게 많은 음식들이 준비가 되었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나고 미술 치료를 시작했다. '만다라'라고 하는 것을 하게 되었다. 원으로 부터 시작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오랜만에 크레파스로 큰 원을 그려보니 웃겼다. 나는 내 스스로 해보겠다고 안대고 그렸더니 울퉁불퉁하게 그려졌다. 그래도 잘 그린거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려나갔다. 처음엔 생각한대로 그려지는 듯 싶었지만 다 그리고 나니까 또 그게 아니었다. 다 그리고 난 뒤 모두 자기 그림을 설명했다. 이렇게 설명도 하고 나니 우리가 예술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드디어 19일의 마지막 프로그램! '죽은 시인의 사회'시청 시간이다. 하루동안 힘들긴 했지만 모두들 열심히 봤다. 시간이 좀 늦어져서 영화가 끝나고 나니 열두시가 넘어있었다. 다들 안에만 있어서 몸도 뻐근하고 속도 좀 답답한 것 같아서 한상희샘이 산책을 제안하셨다. 그래서 가고싶은 사람들은 산책도 할 겸 나갔는데, 산책이라기 보다는 달리기였다. 힘들긴 했지만 공기가 좋아서 정신이 말끔해 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늦어서 영화에 대한 얘기는 간단하게 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할 계획이었는데 미국과 한국의 학교 생활에 대한 차이에 대해서 정민씨(계속 이렇게 부르는걸 듣다 보니까 익숙해져버린..)와 얘기했다. 들어보니까 미국은 수업들이 재밌는 것 같았다. 우리처럼 지루하지 않고 대부분 재밌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지 애들이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아직이지만 알트루사 재미있는 학교에서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은것 같다.
아렇게 서로의 얘기를 하다보니까 너무 재밌는, 좋은 얘기가 많이 나와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얘기가 계속 되었다. 그러다 보니 새벽 3시, 내일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움직여야 하니까 이부자리를 펴고 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소녀들의 이야가는 끝날 줄을 모르고.. 정민씨와 나, 그리고 은혜는 4시가 넘어서 까지 이야기를 계속 했다. 처음에는 정민씨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얘기를 많이 안해서 아쉬웠는데, 학교 얘기를 하면서 들어보니 말도 잘 했고, 수다떨 때 스스럼 없이 편하게 얘기해 준 것 같아서 오래된 친구마냥 즐겁게 얘기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며칠 후면 다시 돌아간다는데.. 다음에 또 만났으면 좋겠다.
다음날 아침 기상 시간은 7시 30분이었는데 제시간에 일어난 사람은 나와 예린이 뿐이었다. 우리는 깨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들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지 못했다. 그래도 한문순샘이 일어나셔서 모두를 깨웠더니 8시 10분쯤에는 모두들 일어나 있었다. 그렇게 허겁지겁 준비를 하다보니 어느 새 무술을 해 주실 보조교사 조종완씨의 부모님이 도착하셨다. 고맙게도 아침에 좋은 유기농 사과를 가져오셔서 직접 깎아 주셨다. 차도 같이 마시자는 의견이 나와서 캠프장에 있는 장미차, 국화차를 마셨다. 처음 마셔보는 국화차는 신기했다. 따뜻한 물에 꽃 세개를 넣었더니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찌나 향도 좋고 예쁘던지, 들어본 적이 있어서 궁금했엇는데 마침 잘 된것 같았다.
그리고 무술 시간, 현지는 요리를 돕기로 하고 나머지는 방 안으로 들어가 몸풀기를 시작했다. '무술'이라고 해서 좀 낯설고, 어려울 것 같았지만 처음에는 두드리기로 시작해서 재밌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몸풀기가 끝난 뒤 밖으로 나가서 좀 어려운 동작들을 배웠다. 이게 뭐지, 했지만 응용해서 어디에 쓰이는 지 알고 나니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무술 시간이 끝나고 안으로 들어가니 식사 준비가 끝나가고 있었다. 아침은 간단하게 어묵국과 어제 남은 오징어 볶음. 역시 맛있게 먹고 나서 조금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노래도 듣고 얘기도 하면서 하하호호 시간은 흘렀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문화탐방' 시간. 모두 짐을 챙겨 나갈 준비를 했다. 처음에 가본 장소는 현진건 집터와 그 주변이었는데, 관리가 잘 안된 점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한문순샘은 현진건씨의 '빈처'라는 작품에 가난한 그의 집 풍경이 나온다고 하셨다. 그걸 읽어보고 이 곳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돌아다니다 보면서 느낀 거지만 이 동네에는 한 집에 한마리씩 큰 개들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지나갈 때면 멍멍 하고 짖는게 귀여웠다. 그리고 두번째는 길가에 있는 어느 신기한 갤러리. 작은 공간에 투명한 유리벽과 문, 안에는 A4용지에 인쇄한듯한 십여장의 그림들과 옆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감상. 이곳은 이렇게 어느 때나 열려있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날은 아쉽게도 닫혀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 편의 커피숍이 있었는데, 문 앞에만 서있었지만 은은하 커피향이 흘러나와서 다음에 한번 꼭 와보고 싶었다. 그리고 창이문을 구경했다. 천장에 있는 익숙한 색의 그림들이 너무 예뻤던 것 같다. 딱 잘라서 분홍색도, 초록색도 아닌 좀 바랜 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색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환기 미술관을 방문했다. 한상희 샘과 같이 감상했는데, 어제 했던 만다라 같다고 하셨다. 듣고보니 그런 것 같았다. 작품 중엔 어제 우리가 그렸던 그림하고 비슷한 것도 있어서 반갑다고나 할까? 그렇세 작품들을 감상하고, 이것 저것 상상을 하면서 보니까 더 재미있었다. 원래 숙제 때문에 갔던 미술관이지만,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보기엔 낙서같은 그림들인데 이렇게 미술관에 있다니, 우리도 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곳곳에 한 장소에서 완벽해지는 그림들도 숨어 있어서 찾는 맛이 쏠쏠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순서인 점심식사이다. 세검정 이라는 음식점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으며 캠프에 대해 한마디씩 감상을 얘기했다. 이렇게 우리가 기획한 캠프가 모두에게 즐거웠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다음주에는 이 '스스로 캠프' 의 마지막 날이다. 아쉽게도 예린이는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마지막 날을 즐겁게 보내고 싶다.
쓰고 나니까 어제 일이 생각나네요~ 좀 긴 글이 되어버렸지요. 어쨌든 마지막까지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와~~~캠프 풍경이 눈앞에 선한 글솜씨란! 수고 많았다 소정! 아주 재미나게 읽었어! 고마워~~
소정씨, 한번 듣고 영원히 기억할 이름을 가진 소녀! 지루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미술과도 조금은 친해진 듯 하니 다행이네요. ^^우리 또 만나요.
서원이가 미국에 와서 지내더니 한국 학교에 가기 싫어해서...고민입니다만... 재밌는 학교가 있어서 모든 게 보상이 될 것 같아요. 원더풀!
이렇게 긴 글을 세번씩이나 썼다니! 없어진 글의 맛은 또 달랐을텐데.. 재미있는 학교가 또 다시 성공한 경우가 되었네요. 스스로 캠프이니 얼마나 대견해요. 노인이 된게 조금 속상해지려해요.
나의 궁금증이 턱 하니 해결되었다^^ 애 썼어요 소정씨^^
장문의 글, 잘 읽었어요..고마워요..재미있었겠네요..나이가 부럽네요~ㅋ
자, 여러분 강사로 참여하면 나이를 부러워하지 않고 그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습니다. 길은 많아요~~
제 글에 답글들이 많이 달리니 기분이 좋네요^^
소정, 고마와. 대단한 기록입니다.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참가한 것같이 눈에 선해요. 잘 읽었어요. 계속 화이링!!!
기록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영화 한편보았습니다. 수고했습니다.(무예체조 선생님)
우리가 한 동작들은 두드리기. 손뼉치기. 가락수 등의 동작입니다. 아. 제기차기. 맨손검술 등은 담에 같이 하시지요.
오봉산!은 인왕산 뒷산인가요..아하하하 오봉산..재밌는 닉네임이십니다.
제기차기. 수벽8세. 발길질. 팔굽치기 등 재미있는 스트레치 동작이 많아요. 청소년도 좋고. 현대 여성에게는 필수동작입니다. 오봉산은 인왕산의 다음 산 입니다.
오봉산 선생님, 재미있는 학교만 가시지 마시고, 알트루사 어른들께도 한동작 전수해주세요^^
재미있는학교 새학기 수업으로 개설하기로 약속하셨습니다.
이제 무술 수업도 할 수 있게 되는군요~~ 저도 할 수 있다면 꼭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