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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이 문화국장
[장두이 문화국장] ‘제 66회 그래미 음악상 시상식을 봤다’.
소위 ‘아프로 비트(Afro-Bear)’ 나이지리아 출신 싱어 ‘Burna Boy'가 출연.
허나 진정 아프로-아프리카의 원조, ‘아이티(Haiti)’의 Voodoo 노래와 춤을 봤으면, 그런 금박(金箔) 입힌 상업성을 띤 노래와 춤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
“덤발라 세로와꾸 레블라 에
덤발라 세로와꾸레블라 바라시로
덤발라외도 올라쑤 쏭프랄레
아이갸이갸 올라쑤 쏭프랄레.....”
모든 예술에 유구한 조상의 전통을 이어받지 않으면, 그건 영혼 없는 껍데기 장식에 불과 한 것!
선무당은 사람 잡는 법이고, 진무당은 민족의 혼을 탱탱히 분기충천(憤氣沖天) 이어가는 법......
잘 못된 관념이지만, 경제지수가 낮은 나라라고, 그 나라 문화를 경시(輕視)한다면 그건 온전히 잘못된 ‘편견과 오만과 불찰’....!
문화 잣대는 정치도 경제도 무관하다.
지구상 가장 경제적 정치적으로 빈한(貧寒)하고 혹독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캐리비안 연안의 멋진 나라 '아이티(Haiti)'다! 필자가 아이티를 알게 된 건, 세계적인 연극 연출가이자 사상가, 구루(guru)라고 일컬어지는 내 연극의 위대한 스승, ‘Jerzy Grotowski’ 덕분이다.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1)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2)
1983년 그로토프스키 선생의 'The Objective Drama'에서 그의 Practitioner 이자 연기자로 함께 4년 반 동안 작업 할 때, 만났던 아이티 Voodoo 수행자이며 연희자인 ‘티가(Tiga Garoute)’와 ‘모드(Maud Robart)’를 통해서다. 30대 후반의 넓은 어깨에 큰 키를 가진 미인형의 얼굴로 Voodoo 세레모니를 이끄는 리더로 노래와 춤이 탁월한 왕무당 격의 여자 ‘모드’. ‘티가’는 아이티 드럼을 빼어나게 연주하는 리듬의 강약과 밀당(밀고 당기고)을 잘 주무르는 박수무당 격의 퍼커션니스트. 이 두 사람은 단순히 아이티의 전통과 土俗信仰 Voodoo를 유니버설한 세계로 우리 단원들을 이끌었다.
20곡이 넘는 아이티 노래로 변화무쌍 음악과 춤의 세계를 넘어, 트랜스의 경지로까지 체현(體現)하게 만들어 본격적인 ‘Ritual Theater Performance’의 진수를 제공했다.(그 후 지금까지 난 끊임없이 아이티 Voodoo와 우리 巫俗을 가늠하며 리서취하고 있다)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3)
본래 Voodoo(아이티에선 Vodou 라고 함)는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아이티에서 발전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종교’다.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여러 전승 토착종교와 캐톨릭을 연계한 혼합주의적 종교다. 초월적인 창조신인 Bondye과 영혼으로 일컬어지는 Lwa을 믿고 숭배하고 섬기는 종교로 주술과 통과의례, 농경의례가 생활 속에 그대로 답습되어 행해지고 있는 종교다.
마치 우리나라 ‘대동굿’이나 ‘씻김굿’ 처럼 매우 샤머니즘 적이면서 매우 즉흥적 연출의 서사연극이다. 삶과 죽음을 잇는 젯상에서 시작해, 컴뮤니티 사람들을 흙과 물, 불로 인도(引導)하는 행위로 북을 중심으로 민속악기들을 연주하며 춤을 추고, 수행자 중 한명이 빙의(憑依)하여, 죽은 자와 산자 사이에 영적(靈的)인 의사소통을 꾀하게 한다. 세레모니 중에 점술, 치유의식, 약초요법 그리고 부적도 사용하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는 ‘총체 퍼포먼스’.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4)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5)
1천1백만의 인구를 가진 아이티는 카리브 연안 섬나라들 가운데 세 번째로 큰, 북미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본래 남아프리카 원주민 ‘타이노족’이 거주했는데, 컬럼부스가 처음으로 발견했고 스페인에 의해 ‘에스파뇰라’로 명명되었다가 1697년 프랑스에 양도되어, 사탕수수를 경작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데려와 Afro-Africa의 전통과 풍습이 함께 유럽 문화와 결합되는 다문화 사회를 자연히 이룩하게 된 것이다. 이들 언어에도 프랑스어가 많이 혼용돼 있음을 그래서 볼 수 있다.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6)
Voodoo 의식은 일종의 ‘댄스 씨어터(무용극)인데, 주재자(여성)가 선창을 하면, 사람들이 후창으로 받는 대화식(對話式) 구성으로 즉흥적인 춤, 연기, 노래가 있는 ‘즉흥 뮤지컬’ 형식이다. 음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드럼은 신과 인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영물(靈物)로 북을 만들 때에도 특별한 의식을 한다. 마치 우리 巫俗人들이 방울이나 징 등 무구(巫具)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유사하다.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7)
Voodoo 노래가 가진 가사의 내용은 대부분 神에 대한 경배와 찬송으로 멜로디와 리듬 패턴은 쉬운 반면, 며칠 낮 밤을 춤추고 노랠 해도 지치지 않는 특유의 치유(治癒) ‘힐링 음악’이다. 심지어 4~5살 어린아이부터 90이 넘은 노인들까지도 지치지 않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그러면서 몇몇 사람들은 트랜스의 경지로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공연예술의 힘이다)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8)
사실 우리의 무속 ’굿‘이 부정할 수 없듯이, 근본적으로 우리 연극의 효시(嚆矢) 역할을 했듯이, 아이티의 Voodoo 의식은 그냥 그대로 종교적인 성극(聖劇)과 다를 바 없는 그 자체, 원초적인 ‘연극적 주술액션플레이’ 인 것이다.
Voodoo는 매우 즉흥극적인 요소를 띠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복잡한 풍습의 구성을 가지고 몇날 며칠 진행된다. 노래와 춤으로 이어지는 의식은 커다란 하나의 ‘리츄얼 뮤지컬드라마’. 인생과 죽음을 함께 다루는 한 편의 한 많은 삶의 파노라마다.
사진: 아이티 부두교 축제(9)
축제는 11월 1일이나 부활절을 앞두고 라라밴드(Rara Band)에 맞춰 거리에서 행해지는데, Vaksin이라 불리는 원통형 대나무로 만든 피리와 드럼, 마라카스, 귈로스라는 타악기 그리고 금속으로 만든 종(鐘)들이 합주를 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을 전 주민이 참여하게 만드는 커뮤니티 참여연극 축제 공연이다.(과거 우리나라 하회 별신굿을 연상시킨다)
歐美에선 ‘Voodoo’가 파괴적이고 악의적인 종교로 취급되어, 사탄교, 흑마술의 종교라고 비방 받고 있다. 그러나 1950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아트 수집가들은 아이티 부두교에서 사용되는 종교적 그림이나 장식 등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UCLA ‘FOWLER 박물관’에서 <부두교 신성한 예술에 대한 전시회>가 열려, 3년 이상 미국 전역을 돌 정도였고, 영화 ‘White Zombie(1932)', London Voodoo(2004)' 같은 공포 영화도 등장했다.
아이티 국민들은 로마 카톨릭과 개신교를 함께 인정하는 나라로, 농담 가운데, “아이티 국민 85%는 카톨릭, 15%는 개신교, 부두교 신자는 100%다.” 란 말이 있을 정도. 중산층과 상류층에선 모두 부두교를 원시종교라고 안 믿는 것 같지만, 음성적으론 아이티 모든 사람들이 부두교를 신봉하는 나라다.....(이런 양상 역시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하겠다)
2010년 규모 7.0의 지진이 크게 일어, 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로 현재에도 지구상 최빈국의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티의 시, 소설, 음악, 춤은 서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 아이티 부두교 (10)
필자가 만난 ‘티가’와 ‘모드’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티의 경제, 사회, 그리고 혼란한 정치를 위해선 Voodoo 축제로 온 국민이 깨끗하게 씻김을 맞이해야 한다!”
문득 이들의 말이 언젠가 정도령이란 무속인이 필자에게 ‘대한민국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썩은 정치를 위해서, 거국적인 ‘씻김굿’으로 씻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란 말과 어쩌면 그리 일맥(一脈)이 상통(相通)되는지..... 지금도 묘한 여운을 준다.
1987년 아이티에 가서, 삶과 죽음의 간극(間隙)사이 풍성한 이야기가 있는 Voodoo 축제를 대하면서, 지금도 파도소리의 울림처럼 들리는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와 ‘얀발루’ 춤스탭은 오래도록 내 몸속에 남아져 있어, 공연예술의 신기를 더해 신비의 경지를 더해주고 있다.
“바디아 룰루 아에오
바디아 룰루 아에오아에
에줄리 에오 에줄리 사오
에줄리 에오 에줄리 사오
요간띠 삐띳 마가야
가난차빌레 아아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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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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