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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비박을 하고나서 아침에 일어나 찍은 사진, 날이 밝아 서둘러 카페에 가서 따뜻한 우유한잔과 코코아 한잔씩 마셨더니, 다시 쌩쌩해 진다. 역시 젊다. 열현중이만 컨디션이 안좋아 보였다. 감기 걸린것 같다.
8월11일(일) 리바데세야(아베우)~콜롱가(버스이동)~히혼(버스이동)~폰페라다(버스이동)~루고(새벽2시도착)~ 공원비박
- 우리는 리바데세야 관광지 도심에서 4키로미터 더 걸어온 아베우 마을 알베르게에서 하루 머물면서, 이곳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아침7시에 일어나 눈비비고 나와서 먹는다. 이젠 깨우면 잘도 일어난다. 폰을 하지 않으면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 많이 걸으면 잘 먹고 잘 잘수 있다. 우리는 아주 단순하게 생활하며 순례자의 기본기를 닦고 있다. 한국에서 익혀온 습관을 내려놓고 순례자로써의 생활방식을 익히는데에 관심을 두어야 했다. 빌바오에서의 어수선한 상황을 보내고 다시 안정감을 찾은 순례단이 이제는 생활하는 모든 모습들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워 보인다. 어느 것에도 걸림없이 스스로 무엇을 할 줄 아는 어린 순례자가 된 모습이다. 8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학부모방에 사진 전송을 하는데 삼십분이 걸린다. 한국은 세계 인터넷 속도 1위임을 실감한다. 집떠나면 고생이고, 한국떠나면 더고생이다.
예원이가 어제 그제 컨디션이 안좋은지 계속 쳐진다. 오늘은 우리가 루고로 200여키로를 넘어가야하기에 쿨롱가까지 버스시간 11시반까지 가야했다. 중간정착지 히혼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너무 늦게 출발하는 관계로 17키로를 3시간반 안에 주파해야 했다. 이젠 속도전이다. 쳐지는 친구들 짐은 힘좋은 친구들이 들어야 했다. 처음엔 내가 예원이 짐을 들고 걸었는데 나중엔 또 다른 친구들이 쳐질것 같아 큐에게 니에켓 짐을 맡기고, 후발대를 밀고 갔다. 베낭을 큐에게 맡겼는데도 니어켓의 커디션이 안좋아 보인다. 후발대에서 완전 낙오될 것 같아서 마을에 당도하여 카페테리아에 들려 콜택시를 불러달라 하고 신스틸과 큐와 니어켓이 함께 택시타고 콜룽가로 넘어갔다. 힘 좀 남아보이는 한 순례단원에게 후발대를 책임져서 혹시라도 챙겨달라고 하니까 단호히 거절한다. 왜 그들의 짐을 들어야 하는지, 스스로가 알아서 짐을 버려서 라도 와야하고, 책임지고 걸어야 하는것이 공평한거 아니냐며 억울해 한다. 공동체성이 무엇인지 팀워크가 왜 중요한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일 수 없단다. 휴~~ 어렵다. 때가 오겠지.
결국 나는 3명을 인솔하여 10키로 가량을 건너뛰고 그들을 기다렸다. 그들은 두시간을 쉬지 않고 내리 달려 콜룽가에 도착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버스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어쩔수 없었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리자와 늘보가 걱정되었는데 죽을 힘을 다해 뛰다시피 걸어왔단다. 그런 속도로 걸은 건 이번에 처음 보았다. 11시반 쿨룽가도착 미션수행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사람은 위기에 봉착하면 다 하게 되어있다. 히혼으로 가는 11시반 버스를 놓치면 우린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야 했기에 그들은 달렸던 것이다. 안 달리면 그들 손해니까... 자기 문제다 보니 즉을 힘을 다해 쉬지않고 3시간 반을 달려온 것이다.
히혼 터미널에 도착하니 처음에는 루고가는 버스가 없어서 내일 아침 8시표를 끊었다. 히혼까지 온것만도 다행이었기에 오늘 하루 히혼 바닷가에서 푹 쉬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알베르게 풀, 호텔 , 호스텔, 아파트 풀이었다. 오늘이 이곳에서 페스티벌 대규모 행사 축제날이란다. 어디서든 잠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우리는 부랴부랴 다시 루고로 넘어가는 완행버스 표로 바꾸고 새벽에 도착할 각오로 비박도 염두에 두었다. 루고로만 넘어가면 본격적인 산티아고 순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기에 어떻게 해서든 루고에 도착해서 밤을새더라도 비박을 하더라도 그곳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200키로미터 정도 이상 남아있는 루고로 이동한다면 남은 기간동안 산티아고 대성당 가는 것은 충분히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 돌격한다.ㅋㅋㅋ
8월12일(월) 루고~산 로메오 - 루고에 새벽 2시경 도착했다. 폰페라다를 거쳐 1시간 이상 대기후에 다시 루고로 오는 버스를 타려했다. 그런데 마드리드에서 오는 버스가 폰페라다에 와서 루고로 넘어가는 버스인데 연착되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었다. 각오하고는 있었지만, 노숙이 거의 90%였다. 히혼에서 버스표를 바꾸어 밤새도록 달려 루고로 오는 대장정을 감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고, 모든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비장했다.. 중간에 계속 루고의 숙소를 알아봤지만, 13인의 단체 숙박지를 찾기는 힘들었다. 우리는 그냥 공원 벤치에 앉아 밤샘을 하며 침낭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에 새벽 6시반경 날이 밝아오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이번 구간중에 처음있는 단체 노숙이었다.
3~4시간을 버티고, 날이 새면 20키로를 걸어야 했다. 우리는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아주 넓은 영역의 공원에 가서 조용하고 어두운 곳의 벤치를 찾아 들어갔다. 각자 벤치 하나씩 마련해주고, 나는 나무 아래 솔잎을 마치 매트리스 대용으로 바닥에 두껍게 깔고 침낭을 펼쳤다. 리누샘에게도 그 노하우를 알려주고, 잠이 들었는데, 자동화되어 있는 공원시스템에 따라 잔디에 물을 주는 스프링쿨러가 새벽 5시경이 되어서 터지기 시작하더니 내 침낭을 공습했다. 나는 부랴부랴 다른 벤치로 옮겨서 다시 잠이 들었다. 잠이 들었다기 보다는 날이 새기를 버티며 추위와 싸웠다. 히말라야 해외원정에 가거나, 그 원정을 위한 훈련중에도 많은 추위에 싸워왔던 경험이 있던 터라 나름 잘 버티며 새벽을 맞았다. 그 사이에 리누샘도 스프링쿨러를 피해 자리를 옮겼지만, 스프링쿨러의 피해에 노출된 열현중과 쭌 삼십오는 비가 오는 줄 알고 침낭으로 머리까지 집어넣고 버티고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들은 잠도 못잔채로 침낭안에서 살기위해 버티고 있었는데 간혹 침낭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서로를 바라보니 그냥 자고 있더라는 것이다. 비가 오는 줄 알고 그냥 다들 자고 있다고 생각한 그들은, 스프링클러를 피해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스프링쿨러의 습격을 받았던 것이다. 비가 오는줄만 알았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서로 생각해서 어쩔수 없이 버틴 것이다
밤새 비박후에 살아남은 자들이 새벽에 날이 밝아 카페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며 따뜻한 우유와 코코아로 몸을 녹이고 있다.
6시반 경이 되어서야 날이 점점 밝아옴을 감지한 나는 모든 구성원들이 살아있는지 깨워보니 다들 살아있었다. 나는 전체기상 긴급대피령을 내리고, 3000미터 가량 걸어가서 만난 카페테리아로 들어갔다. 따뜻한 우유 한잔과 카카오 초코차 등을 마시면서 갓 구운 빵을 먹으니, 밤새 사워 이겨내었던 추위가 사라지고 이내 몸이 다 녹았다. 잠은 피곤한 대원들은 따땃한 차와 우유를 마시고 빵을 먹고 난 후에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들기도 했다. 세상이 깜짝 놀랄 이런 경험을 우리는 잘 버티고 해냈지만, 오늘 하루 20키로의 순례일정도 남아 있었다. 8시반에 함께 출발하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잠도 재대로 못자고 우리는 열심히 걸어서 13시가 조금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열현중이가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여 루고에서 출발하는 다리를 건너기전에 알베르게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 앉아 휴식과 치료를 병행하며 상황을 체크했다. 정신이 왠만큼 올라온 열현중은 결국 함께 걷다가 히치하이킹을 통해 ‘오 부르고’ 라는 마을까지 4키로를 혼자서 건너가게 한 후, 혼자가 된 나는 그냥 쉬지 않고 걸어갔다. 열현중은 4키로를 차량으로 이동한 후 리누샘을 만났고, 다시 함게 출발하다가 체력에 한계를 느낀 니어켓과 함께 다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고, 성공하여 숙소 근처까지 도착하여 나머지 조금만 걸어서 우리의 예정된 숙소에 12시경 도착했다. 그리고 전화가 와서 기다리고 있으라 했고, 본대는 13시반경에 도착했단다. 나는 14시경이 되어서 도착했다. 내가 쉬지 않고 걸었음에도 그들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은, 그들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낮 한시반까지 걸었다는 의미다. 정말 대견할 뿐이다. 이렇게 강행군 일정을 불평불만 하나없이 묵묵히 수행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비박을 하고 나서도 20여키로를 더 걸어서 갔다. 그들의 정신상태가 최고조의 상태임을 느꼈다. 비장한 각오로 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견하기도 했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그리고 더욱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 땅의 자랑스런 아들딸들이 이렇게 불굴의 의지로 모든 안좋은 상황에서도 견뎌내는 모습이었다.
산 로메오 마을은 알베르게 3채와 민가 몇 채 정도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전형적인 시골풍경 그대로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냈다. 우리 6인( 당당 니어켓 쭌 큐 신스틸 래드헌터)은 100미터 아랫건물의 주방시설도 갖춰진 좋은 알베르게에서 지내게 되었고, 나머지 7인은 창고같은 건물을 개조한 알베르게 숙소에서 춥고 눅눅하게 지내게 되었다. 알베르게 본 건물 안에서는 식당과 매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서 각종 식료품 일부를 조달할 수 있었고, 우리는 이미 히혼에서 서로 나누어 짊어매고 온 식료품들을 꺼내서 한데모아 점심 백숙을 준비했다. 쌀을 부어 밥을 짓고, 닭 두마리를 삶아 국물을 우려내었다. 이제는 세번째 백숙 시간이라서 밥도 짓는 법도, 백숙 레시피도 단원들에게 잘 설명해 주고, 나는 지켜보다가 나중에 최종적인 마무리만 해주면서 맛있게 먹었다. 고기도 삶아서 내주었더니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아침부터 빵만 먹고 달려오다보니 숙소에 도착하면 항상 배고픈 상태다. 차려주는 모든 식단의 음식들이 너무 맛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닥에 흘린것도 집어먹고, 발우공양처럼 그릇에 남김없이 먹도록 밥상머리교육을 철저히 강조했더니, 접시그릇까지 핡아먹는 단원들도 생겨났다.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저녁 먹기전까지 모두 곯아 떨어져 버렸다. 밤새 잠도 못잤기 때문에 누구나 할 것 없이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면 쌓인 피곤이 몰려오는 것은 당연하다.
딸들은 순례가 끝나면 항상 웃음꽃이 만발한 표정으로 순례단의 분위기를 정화시켜 준다. 리자 니어켓 늘보 이사벨라 .....
산티아고 순례길의 진면목은 숲에 있다.
언제나 고즈넉한 술길을 만난다.
8월13일(화) 산 로메오~ 멜리데
- 계산 착오로 멜리데까지 27키로를 걸어야 했다. 단원들에게는 루고에서 18키로씩 두번 나누면 된다고 독려하며 걸어왔는데 막상 숙소에 도착해서 멜리데 거리를 보니 27키로가 찍힌다. 헐~~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점검해 보니, 루고에서 멜리데까지의 거리 측정을 잘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단원들이 불평불만도 없이 군소리 안하고 따라준다. 그나마 어제는 잠을 잘 잤다. 하룻밤을 잘 쉬고 나니 다시 힘이 쏟는다. 역시 젊다. 27키로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잇겠다는 믿음감이 생겼다. 7시반 출발했다. 나는 8시가 조금 지나서 출발했는데 열현중과 쭌 삼십오가 밍기적 밍기적 거리며 거북이 걸음으로 간다. 추워서 그런단다. 새벽부터 출발하면서 반바지 반팔티만 입고 춥단다. 항상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도 잘 안 듣더니 추워서 못 간다고만 한다. 옷좀 입으라고 해도 귀찮다고 거부한다. 형이 그러니 동생도 그런다. 포기하고 먼저 지나가면서 꼭 걸어서 오라고 엄명을 내렸다. 결국 그들은 도착지점 6키로를 남기고 히치하이킹해서 숙소에 도착했다. 그 때의 시간이 오후 4시반경이었다. 우리는 2시반경에 도착하였으니, 선발대와는 2시간 차이가 났으면서도 히치하이킹을 한 것이었다. 열현중이가 어제 그제 계속 히치하이킹을 하던 재미가 다시 붙어있어서 그런지 오늘도 형들과 히치하이킹을 시도한 것이다. 어쩔수 없이 그냥 수고 했다며 꼭 안아준다. 아직 아이라서 히히덕거리며 삼겹살을 구워주니 맛있게도 잘 먹는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까 모든 게 용서가 된다. 아이쿠~~ 다시 시작이다.
예원이와 마지막 후발대로 걷다가 예원이 짐을 들어줄까 고민하다가 그냥 모르는체 하고 앞서 갔다. 가끔 뒤돌아보며 오고있는지 확인하다가 실험삼아 먼저 숙소로 갔다. 니어켓은 과연 숙소에 찾아올 것인가. 꿋꿋이 걸어 걸어 찾아온 예원.... ㅋㅋㅋ 예원까지 모두가 27키로 구간을 완주하게 되었다. 인간승리다. 인간 한계를 뛰어넘은 예원의 불굴의 의지...
의진이가 갈비탕을 먹고싶다고 하소연한다. 그랬더니 예원은 엽기떡뽁이를 먹고싶단다. 단원들은 한국가면 먹고 싶은 것들이 머리릿속 리스트에 쌓여있다.
멜리데에서 단원들은 직접 저녁을 해서 조별로 먹기로 하고, 리누샘과 나가서 문어전문점에 갔더니, 시식을 한 리누샘이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며 사비로 아이들을 불러 스페인 정통 문어요리를 사주겠단다. 정이 단단히 들었다. 한달내내 24시간 달라붙어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제 대성당까지 56키로만 남았다. 일정대로 잘 진행해 왔다. 몇가지 수정보완했다면, 예비휴식일을 사용하여 무리한 일정을 나누어 걸었다는 것, 일정상 예정된 북쪽길 남은 2일치 구간을 하지 않고 넘어 왔다는 것, 넘어올때 루고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는 점이다. 그 외로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일정대로 진행되어 왓다고 보면 될 것이다. 숙소잡기 어려운 구간에서는 택시타고 건너뛰는 경우도 있었지만, 직접 걸어서 저녁까지 걸어야 했던 적도 있엇다. 그 모든 상황에서도 잘 헤쳐나와 이곳 프랑스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제 굳히기 작업만 남았다. 내일부터는 미션수업이 진행될 것이다. 각자 25유로를 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결하며 혼자서 길을 가는 연습을 할 것이다. 모두가 잘 적응되어 어느누구도 사고없이 잘 도착할 것이다. 길을 잃더라도 이곳에서는 탈출구도 많고, 모든 사람들이 도와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에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이겨낼 것이다.
리자는 이룬에서의 첫날부터 발목부상을 당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왔다. 매일같이 다리가 너무 아프다며 호소하는 나날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픈 발목을 이끌고 자연스럽게 고통을 감내하면 걸어왔던 나날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 카미노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한달내내 30일간 함께 했던 여정의 추억들은 일반 여행에서의 사귐과는 차원이 다르다.
혜림이와 하진이가 리누샘과 이미 숙소에 도착해 있었는데 13시였다. 13시반에 알베르게 체크인 한다면서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8월15일(목) 카예~페드로우소~라바코야 - 새벽6시에 기상하여 6시반 1층 식당에서 아침조회를 시작했다. 오늘은 두번째 미션수업, 이번에는 폰을 가지고 가며, 한데 어울리는 것을 허용하되, 말을 아끼기. 이번에는 20키로를 가지만 날이 밝기 전부터 움직이기 때문에 모두 12시경에는 도착하는 것으로 하고 출발했다.
리자는 언제나 리누샘과 당당샘의 주파수를 살피고, 도울일을 찾아 도와준다. 왕형과 왕언니들이 나름 솔선수범하는 모습들이 동생들에게 아주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느낀다.
8월14일(수) 멜리데~아르수아~카예 - 아침7시경 일어나서 짐을 챙긴후 1층 식당에 모였다. 7시반이 되어서도 내려오지 않아 아침부터 잔소리 좀 했다. 공립알베르게라서 다른 곳보다 숙박비 대비 시설이 아주 좋다. 이곳 멜리데 공립알베르게는 150명을 수용하는 알베르게이지만, 어제는 절반도 안찼기에 부대시설들을 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
아침조회를 하면서 오늘부터 있을 양일간의 미션수업을 설명했다. 몇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홀로 걷기, 침묵하기, 폰자제하기, 걷기명상하기 등 오직 자신만을 위한 걸음걸이가 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1인당 1일 25유로씩 50유로 현금을 지급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다. 점심 한끼라도 제대로 사먹고 나면 아침저녁 식료품 구입비와 알베르게 비용으로 25유로를 훌쩍 넘기고, 만약 점심식사를 사먹지 않고, 바게트 빵으로 때우면 남는 금액이었다. 숙소에 도착해보니 반은 사먹었고, 반은 안사먹어서 남은 금액을 개인 용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뜰한 단원들은 다음날도 돈을 아껴 모아 용돈을 마련할 것 같다.
애초 20키로를 하루 걸기로 하였으나, 우리가 지정했던 아르수아 마을의 알베르게가 이미 예약되어 소개받은 알베르게로 옮겼다. 그곳은 3키로를 더 가면 나타나는 카예마을 이었다. 카미노길에서 약간 벗어나서 마을 아랫길로 내려가면 도로가에 하얀 건물이 나온다. 그곳이 알베르게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석조건물에 현대식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한 카페겸 식당겸 알베르게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폰도없이 다들 무사히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망중한을 즐긴다. 여학생들은 카페안에 앉아 2시간 수다방을 개설했다. 리누샘과 모든 남학생들은 카드놀이에 여념이 없다.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의 순례이후의 생활 놀이문화가 다르다. 여학생들은 한 자리에 3시간동안 앉아서 이야기만 하면서도 웃음보가 터지고, 남학생들은 온-오프라인 게임을 통해서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의진 예원이가 둘이서 사이좋게 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원래는 혼자서 가기로 되어 있지만, 이 두명과, 남학생은 큐와 신스틸을 묶었다. 그들 4명을 후발대에서 챙겨가며 아르수아에서 점심식사를 순례자메뉴 8유로에 함게 시켜 먹었다. 그들과 점심식사후에 함께 걸어서 숙소에 도착하니 15시를 넘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