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지원'에서 소외된 학생 위한 교육복지는 어디에?
[인천교육복지점검] ② 학교장 추천제의 허와 실
학교장 추천제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가족/법정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 130% 이하인 가정’에 해당되지 않은 학생도 부모의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고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 학비, 급식비, 방과후 수업비 등을 전액 혹은 일부 지원하는 제도다.
경제적 어려움을 서류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학생의 사정을 잘 아는 담임이 상담을 통해 ‘추천서’를 작성, 학교장 동의를 받아 교육청에 제출한다.
지난해까지 인천시 중고교 저소득층 아이들은 학교장 추천만 있으면 급식비를 지원 받을 수 있었다.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신청자 대부분이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시교육청의 학교장 추천제 급식비 지원 비율은 3%에 불과하다.(지난 기사 참조. 2014. 7. 18. “저소득층 학생 급식비 지원, 대폭감소 왜?”) 급식비뿐만 아니라 학비, 방과후 자유수강권 지원도 지난해와 비교해 그 비율이 감소했다.
학비지원, 최저생계비 150%이하로 상향 조정했지만
학교장 추천대상자는 예산부족으로 지원 불가
지난해에는 의무적으로 지원받는 학생(국민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가족/법정차상위계층) 외에 소득이 최저생계비 135% 이하인 학생에게 교육비를 지원했던 시교육청은 올해 그 비율을 150%이하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학교장 추천제 비율은 35%에서 10%로 축소했다.
시교육청 복지재정부 교육비지원 담당자는 “지난해 말 교육부에서 감사원 감사 관련 공문이 내려왔다”며 “소득이나 재산조사가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 학교장 추천 비율을 10% 이내로 축소하라는 내용이었다.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고 권고사항이었지만 어쨌든 올해 학교장 추천 비율이 35%에서 10%로 줄었다”고 했다.
지난해 시교육청 교육비 예산은 74억8천여만원. 올해는 58억8천만원으로 16억 정도가 감소했다. 담당자는 “저소득 지원 최저생계비 비율을 135%이하에서 150%이하로 상향 조정한 탓에 신규신청자가 늘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학교장 추천제 비율을 10%로 줄였지만 그쪽은 도울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학교로 공고가 나간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지원을 받았지만 1년간의 소득, 재산 조사 결과 올해 탈락한 학생들이 이의 신청을 했고, 또 의무지원 대상자 수가 늘어난 탓에 추가 지급이 불가피해 복지재정부는 약 6억을 추경에 요구해놓은 형편이다.
복지재정부 관계자는 “복지문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상대적 빈곤감인데, ‘우리는 집 한 채밖에 없어요. 소득은 전혀 없으니 도와주세요’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집 한 채도 없어서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런 점 때문에 주관적인 평가보다 객관적인 기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학교장 추천제 비율 축소 영향
저소득층 방과후 수업비 지원은?
초중고교 저소득층 방과후 지원은 자유수강권 방식을 사용한다. 1인당 1년에 최고 6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차상위계층, 유공자녀, 저소득층, 한부모가정에 대한 우선지원 대상자는 지난해와 같고 올해 ‘난민보호자가정 자녀 지원’을 추가했다. 학교장 추천은 지난해 40%에서 올해 10%로 줄였다. 시교육청 창의인성학습팀 담당자는 “다른 타도시에 비해 인천시의 지원이 적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방과후 예산은 지난해 150억에서 올해 118억8천만원으로 줄었지만 추경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학교장 추천제는 객관적, 합리적이지 않다
‘추가지원’이 아닌 ‘긴급구조제도’임을 알아야
서울교육청 교육복지담당관 교육복지지원팀 담당자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객관적 기준이 있고, 소득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저소득층인지 아닌지가 판단된다. 원클릭시스템에 지원했다가 탈락된 아이들 중에서 담임이나 학교장의 추천으로 지원받는 게 학교장 추천제다. 물론 예산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객관성, 합리성,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우려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생계 비율을 현행 130% 이하에서 140%, 혹은 150%로 범위를 확대하면 선심성 지급이나 ‘추천하기 나름’이라는 주관적 판단에 의한 의혹을 사지 않을 것이다. 전체인원을 줄이자는 게 아니고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13개 지자체 중 ‘학교장 추천제’를 전면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다만 지자체별로 비율이 다를 뿐이다. 인천시교육청도 학비, 급식비, 방과수업비의 학교장 추천비율이 각각 다르다. 확실한 것은 교육계 전반에서 학교장 추천지원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과 담당자는 “학교장 추천은 추가로 도와주는 게 아닌 긴급구조”임을 강조했다. 의무지원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부모가 실직했거나 사고, 중병을 당했을 경우 ‘긴급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어려움이 증명된 학생들의 지원이 우선이며, 학교장 추천제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그는 이 제도가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불합리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이 제도를 없애고 지원 기준만으로 따지는 것도 무리가 있다”며 “복지혜택은 받으면 만족스럽고 못 받으면 불만족스러운 것이다. 그만큼 주관적인 기준이 크게 작용한다.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올해 교육복지 지원 대폭 줄인 인천시교육청,
진보교육감 당선 후 변화에 주목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과 실무관의 말대로 ‘주관적인 판단은 옳지 않으니 지원 기준만으로 처지를 판단하자’는 주장은 현명하지 못하다. 객관적, 합리적인 잣대만을 신뢰하려 들면 ‘소외계층’에서 탈락한 ‘소외된 학생들’을 지원할 방법은 더욱 요원해진다. 올해 인천시교육청의 재정은 약 1800억이 부족하다. 명퇴수당, 원도심활성화, 학교용지 등 상황이 변동돼 600억의 수익을 얻는다고 해도 약 1200억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청연교육감 인수위 ‘행복교육 준비위원회’가 지난 22일 열린 시민보고회에서는 ‘올해 10억이상 감액한 사업’ 4가지가 소개됐다. 교원인건비, 교수학습활동 지원비, 지방채 및 리스료 등이 그것인데 이 중 가장 많은 금액인 175.3억을 줄인 항목이 교육복지 지원 사업이다. 올해 쓰일 사업비 중 저소득층 학비 18억, 주5일제 수업 21억, 방과후 수강 40억, 급식지원 45억, 교육복지우선지원 21억, 교과서지원 19억을 줄인 것이다. 학교장 추천제 비율 감소한 데에는 이러한 예산감액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등은 진보교육감인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크다. ‘행복교육 준비위원회’는 시민보고회 자리에서 교육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이 교육감도 이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시 재정전입금, 개방형 교장 공모,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행보로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감이 무엇보다 교육복지에 힘을 쏟아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