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오는 날의 풍경화
개암 김동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손님 같은 봄비가 찾아와
목마른 대지에 탄생의 기쁨을 축복하며
새 생명의 희망을 속삭인다
창밖 거리에는
금실 좋아 보이는 팔팔한 노부부가
노란 장우산을 나란히 쓰고
다정히 걸어가고 있다
어느덧 나도 따라 봄비 속으로 걷는다
누런 잔디밭을 살살 헤쳐보니
냉이 달래 새 쑥이 파릇파릇한
얼굴을 내밀고
매화꽃이 한창 피어나는
양지녘 언덕에는
나목의 가지마다 새 움이 튼다
봄 손님이 먼저 다녀가신 황톳길 섶
손바닥만한 물웅덩이 속에는
꽃눈을 갓 틔운 백목련의 꽃잎 하나
살며시 내려앉아 방긋이 웃고 있다
켜켜이 쌓였던 겨울의 잔상이
하나둘 사라진 곳에서
희망찬 생명의 숨결이 잔잔히 들려오고
촉촉이 젖어 드는 내 마음 속에서는
봄비같이 아름다웠던
내 젊은 시절의 연인을 추억하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하늘 가린 우산 속에서
나직하게 속삭이듯 울려 퍼진다.
2025-03-04
카페 게시글
개암 김동출 작품실
봄비 오는 날의 풍경화
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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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
25.03.05 21:0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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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운글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보내세요
입에서 입을 통해 글에서 글들이 봄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보아
분명 봄은 우리 곁으로 가까와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