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패스트푸드점에 들렀을때, 갑짜기 터지는 폭죽소리와 함성에
깜짝 놀라서 뒤돌아 보니 초등학생들의 생일파티였습니다
케익과 온갖 먹을거리를 앞에두고 왕관 비슷한 것을 쓰고 있었습니다
탁자위에는 이쁜 포장의 선물들이 흩어져 있었고...
7 년전 저는 생일을 구치소에서 맞이했습니다
당시 기결수로 있었기에 한달에 한번씩 "합동 생일잔치" 가 열립니다
물론 미결수에겐 별도 행사나 미역국이 없답니다
5월에 생일인 죄수들을 강당에 모이게하고 사회 복지단체에서
내빈 5명이 찾아오셔서 좋은 말씀과 다과를 제공해 주는자리입니다
그 날 저는 무려 8개월만에 "사회 빵과,과자 그리고 쵸코파이,쥬스,수박등"을
배터지게(?) 맛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생일을 맞은10 여명의 기결수들은 체면이고 안면이고
가리지않고 게걸 스럽다싶이, 수박씨 한톨 남기지 않았습니다
내빈께서, 건의 사항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제가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 너무도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담번엔 꼭 커피도 가져와 주신다면
교정 생활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라고 엉뚱한 건의를 했습니다
배가 부르니깐, 8개월간 맛 보지못한 커피생각이 간절했던거죠 ㅎㅎ
6 월달 생일 잔치에 저는 다시 신청을 했습니�
"5월은 양력이었고, 실제 생일은 음력인 6월" 이라고 우겼으나,그런 예는 없다고
거절 당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억지였지만)
제� 미결수였을때, 소년수방에 봉사원으로 소년수들과 함께 몇달을 지냈습니다
생일을 맞이하는 소년수들은 눈에 띄게 어깨가 늘어지고 울먹이기도 합니다
물론 면회때 들어오는 빵과 과자로 생일을 추카해주지만,
한참 뛰어놀 나이에 그것도 생일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니,얼마나 부모가,친구가
그립겠습니까
어느날 저녁이었습니다
그날도 가장 어린 15세의 소년수 생일을 璿?해주기위하여
우리 방에 있는 15 명가량의 소년수들이 과자와 빵를 앞에두고 빙~둘러 앉잤습니다
" 봉수야, 잠깐 눈 감아봐~"
" 이제 눈 떠도 돼~" 저의 말에 가운데 있던 봉수가 눈을 떴습니다
봉수 앞에는 제가 만든 "생일 케익" 이 놓여 있었습니다(세계 교도소 사상처음ㅎㅎ)
" 단팥 빵에 큰 오징어다리 한개, 작은 다리 5개가 꽂혀 있었습니다"
15 세이기에 촛불대신 오징어 다리로 , 케익대신 단팥빵을 사용했습니다
" 이제 촛불을 훅~불어서 꺼라"
봉수는 오징어다리 촛불을 힘껏 불어서 껐습니다
우리는 모두 교도관이 듣지않을 정도로 작게 "해피버스데이 봉수" 를 불렀습니다
맨 먼저 봉수가 울었고, 다른아이들도 울먹였고, 저도 울었습니다
비록 고깔도 크림으로 만든 케익도 폭죽도 없었지만
그 날 우리는 감동의 생일 파티를 했었답니다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봉수와 그들은 생일을 맞이 할때마다
저 처럼 그날 그 곳에서 있었던 생일 파티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2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