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철학, 비판적인 사회 시각을 결합한 독창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미국 작가 톰 로빈스가 지난 9일(현지시간)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아들 플리트우드 로빈스가 고인의 죽음을 확인하면서도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사망한 곳은 워싱턴주 뉴 콘너로 알려졌다. 소설 여덟 편, 선집 한 권, 노벨라 한 편, 논픽션 두 편 등을 남긴 이 작가의 사망 정황이나 유족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야후 블로그 멘스 저널은 고인의 책들을 사랑한 이들은 'Still Life With Woodpecker'나 'Even Cowgirls Get the Blues'같은 고인 작품의 좋아하는 대목을 찾아 읽고, 그의 책들을 전혀 읽어보지 않은 이들은 그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32년 7월 2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블로잉 록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3년 공군으로 복무한 뒤 기상학자로 일했다. 1967년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살며 대안 방송 '지하에서 나온 노트들(Notes from the Underground)'를 진행했다. 당시 현지 신문들에 기고하기도 했는데 유명 록 밴드 도어스의 리뷰 등이 있었는데 도어스 음악을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더 간절히 쓰고 싶어하는지 깨닫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그는 1967년에 아래 글을 적었는데 쉼표가 무지하게 많은 글이다. "다락방에 돌아와, 아직도 부분적으로 약에 취한 채, 난 분명 음악 말고는 다른 소스 없이, 새벽 2시까지 가만히 앉아, 현지 지하 신문 헬릭스를 위해 콘서트 리뷰를, 그리고 도어스가 내 뇌에 들이민 비타협적이고, 원초적이며, 시적인 에너지의 파도를 탔으며, 난 다른 쪽으로 뚫고 들어갔다. 말하자면, 난 마침내 내 목소리를 찾아냈다....내 불이 붙었다. 몇 주 뒤, 난 내 첫 소설을 시작했다. Another Roadside Attraction,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고인은 아마도 1976년 소설 'Even Cowgirls Get the Blues'로 가장 명성을 날렸는데 손바닥이 엄청 컸던 여성 시시 행크쇼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다. 그 책의 선정성과 기묘한 이미지는 궁극의 히피 소설이란 낙인이 찍히게 했다. 결국 구스 반 산트가 우마 서먼을 주연으로 기용해 1993년에 영화로 만들었다.
고인의 또다른 인기 소설로는 'Jitterbug Perfume'(1985)이 있는데 어떤 종류의 향수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소설의 상당 부분을 성교하고 정말 놀라운 냄새를 맡는 데 할애한 그리스 신 판의 귀환이었다. 'Even Cowgirls Get the Blues'처럼 이 책은 황당한 즐거움을 안기지만, 오늘 기준으로 보면 발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책은 나온 해 베스트셀러였다.
책들을 통해 로빈스의 로큰롤 스타일은 도어스와 롤링 스톤스 같은 1960년대와 70년대 밴드들과 많은 점을 공유했다. 그렇지만 로빈스가 실제로 본인을 "히피"라고 자처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핵심을 지적한 것도 아니다. 그는 'Still Life With Woodpecker'(1980)에도 "사랑은 궁극적으로 무법"이라면서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우리 중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은 공범으로 서명하는 일 뿐"이라고 적었다.
로빈스는 하나 이상 여러 갈래의 무법 작가였다.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독특한 견해들과 그것들을 어떻게 돌파하는가는 계속해서 오랫동안 읽어야 할 것이다. 설사 책장들을 넘기면서 얼굴이 벌개져도 말이다.
제임스 미치너(1907~97), '아메리칸 갓스'와 '코라라인' 같은 판타지 소설을 내놓은 네일 게이먼과 함께 시애틀은 근거지로 활동한 대표적인 작가로 빠지지 않는 것이 고인이다.
고인은 또 명언 제조기로도 유명하다. '불가능한 것을 성취하려면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상한 인간 같은 건 없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한 것 뿐이다', '평등은 다른 것을 똑같이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다르게 보는 데 있다', '사람을 믿지 못한다면, 자신부터 의심을 거둬 들여야 한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기에 결코 늦은 때는 없다' 같은 명언으로 낯 익다.
재미있는 것은 '쇼생크 탈출'의 명배우 팀 로빈스와 고인의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국내 포털 사이트에 '톰 로빈스'를 검색했더니 '톰 로빈스-수전 서랜든 이혼'처럼 어처구니 없는 기사들이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