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한 때 아리랑이 한국 사람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음악가들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올랐다는 말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진 적이 있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말이 쏙 들어간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인터넷 조회수를 늘리기 위하여 올렸던 사실이 아닌 낚시성
글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터넷, 유튜브 등에는 전혀 터무니없는 소식, 얘기가 많이 나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이라는 말은 좀 과하나,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곡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물결치고 있는 지금 한국 문화의 붐을 타고 ‘한국'을 뜻하는 ‘K’자만 앞에 붙으면 무조건적으로
세계 여러 곳에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아리랑’도 많이 불려지고 연주되고 있다. 잘 하면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사람도 전문가가 아니면 잘 모르는 판소리,
시조창 등을 비롯하여 대금, 소금, 가야금, 해금, 아쟁 등의 국악기 연주도 널리 유행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물놀이를 대표로 하는 풍물(농악)놀이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세계인들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오늘은 ‘한류’라는 유행어가 생겨나기 한참 전에 ‘아리랑’을 편곡하여 악단을 통해 세계적 유명 악단이 연주한 '아리랑' 두 곡을 소개한다.
1. 프랑스 ‘폴모리아(Paul Mauriat)’악단의 아리랑
‘폴 모리아’는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편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이며 쳄발로 연주자로 음악에 대하여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누가 들어도 편안한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음악계의 대가이다!
그가 이끄는 악단이 '폴모리아 악단'이며, 그는 1975년에 첫 방한한 이래 우리나라의 ‘아리랑’을 비롯한 대중가요 몇곡을
편곡하여 연주하였으며 1976년에는 아리랑을 유럽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그의 팝 오케스트라와 함께 2006년 말 경에도 내한하여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그 해 급성 백혈병이 원인인 심부전으로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무산되고 말았다.
대표곡으로는 '이사도라, 러브 이스 블루, 토카타, 눈이 내리네, 여름날의 세레나데, 엘빔보, ...' 등이 있다.
* 프랑스 폴모리아 악단의 아리랑
https://www.youtube.com/watch?v=8ekKjHxdrAQ
2. 미국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아리랑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한 때 저명한 지휘자 카라얀이 이끌었던 독일의 ‘베를린필하모닉’,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적인 3대 오케스트라의 하나를 이루고 있는 이름 높은 유명 악단이다!
과거 ‘신세계 교향곡(From the New World)'을 초연하기도 했으며 많은 거장들을 거쳐 1960년대 레어드 번스타인이 지휘봉을
잡으며 크게 발전했으며 1969년 사임할 때까지 전성기를 구가하였으나 현재는 예전만한 전성기는 아니라 한다.
2008년 7월 우리 국민 53세 여성 박왕자 씨가 금강산 관광에 나섰다가 해변가에서 산책 중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여
남북관계가 얼어붙기 이전까지는 밀월이라 할 정도로 관계가 좋았었다.
때 마침 2008년 2월 남북화해를 위해 방북을 했던 뉴욕필하모닉이 동평양 대극장에서 ‘아리랑’을 연주하였고 MBC에서도 생중계를 했었다. 이 때의 아리랑 연주는 호평을 받아 다시 한번 ‘아리랑’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 미국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아리랑
https://www.youtube.com/watch?v=QrEedoLFyfo
3. 우리 민요와 서양음악의 비교
지금은 별로 얘기가 없지만 IT산업계, 가전제품업계에서 한 때 ‘퍼지(Fuzzy)’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쉽게 말하면 한계가 단계적으로 명확한 ‘디지털(Disital)’에 대하여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시간의 흐름 같은 연속적인 데이터
등을‘아날로그(Analog)’라고 한다.
이런 관계를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시계’와 ‘아날로그 시계’이다!
디지털 시계는 단계적 시간을 몇분이나 몇초로 똑똑 끊어서 숫자로 표시를 해주나, 아날로그 시계는 바늘이 멈추지 않고
부드럽게 돌아가면서 흐르는 시간을 표시해 준다.
‘퍼지’란 약간 아날로그적인 개념으로 한계가 불분명하게 근접한 수치를 말한다.
예를 들면 술집에 여러 명이 가서 술을 주문할 때, 5병을 시키는 것은 디지털적인 것이고,
대여섯병(5~6병)을 시키는 것은 퍼지적인 것으로 다섯병을 가져오든 여섯병을 가져오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고가 매우 퍼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좀 과장하면 ‘서너대여섯병(3~6병)’을 시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음악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음악은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악보에 나타내고 이를 디지털 적으로 연주하지만, 우리 국악은 악기
연주든 창으로 부르든 연주자마다 다른 특성으로 아날로그적, 퍼지적으로 연주할 수 있다.
그래서 이름난 연주자의 풍을 따르는 것을 그 연주자의 이름이나 호 뒤에 ‘~~류’라고 부른다.
-나 한테 배워서 내가 부르는 식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은 ‘녹슨칼류’로 분류가 된다. ^^;-
우리 국악을 악보로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또 오선지에 악보로 나타낼 수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재현을 할수 있을까?
아마 서양식의 재현으로는 우리 음악의 오묘한 느낌을 나타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계이름 하나에 한 음 높이의 소리만 내는 서양음악과 달리 음 하나하나에 많은 불규칙한 떨림과 꺾기, 다루치기 등이
수 없이 많은 노래를 악보에 일일이 나타내기도 어렵고 전문가인 명창이라 한들 사람마다 다 같을 수는 없는 퍼지적인 노래를
정확히 악보를 그려 노래를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서양 노래와 다른 특징 중 또 하나는 우리 민요 대부분은 1절의 구성이 짧다. 서양의 노래는 1절이 길고 그 형식이 똑같이 2절,
3절, 길어야 4절 정도로 이어지다가 끝내기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민요는 1절 가사(사설)가 짧은 대신
20절, 30절 끝이 없이 계속된다. 거기다가 더 어려운 것은 '진도아리랑'을 예로 들면 각 절의 가락 자체가 다르다.
각 절에서도 음의 높이를 적게는 낮은 음, 중간 음, 높은 음 3가지로 낼 수도 있고 사설의 분위기나 창을 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주어도 하나 이상할 것이 없으니 이것은 또 어떻게 악보에 나타낼 수 있을까?
받는 부분에 해당하는 후렴구도 서양에서는 거의 가사 뒤에 따라 온다. 우리 민요에도 사설 뒤에 오는 것이 보통이긴 하지만,
더러는 노래 시작 전에 있기도 하고 각 소절 뒤에도 꼭 있는 것이 아니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매우 비정형적이다!
사설도 그렇다. 꼭 이거라는 개념이 없이 서로 다른 민요에서도 같거나 비슷한 사설이 많고 또 상당부분 때와 장소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 쓰기도 하다보니 똑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가사는 천차만별이다! 이보다 더 다양성을 중시하는
음악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참고로 아래에 ‘진도 아리랑 배우기’에 나오는 가락 표현하는 방법을 소개한 두 장면을 보자!
어떻게 하면 오선 악보에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염두에 두면서...!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아래 원고지처럼 네모칸에 가사를 쓴 것을 '정간보(井間譜)'라 하고 한칸이 한박을 나타낸다.)
(푸른색으로 나타낸 것은 장구나 북을 치는 악보인데 덩(⊖), 덕(―), 쿵(◯) 또는 덩(⊖), 따(―), 궁(◯)이라 한다)
장구를 칠 때 '덩(⊖)'은 궁채와 열채 양손을 같이 친다는 표시이고, '덕(―)'이나 '따(―)'는 오른손의 열채만 친다는 뜻이며,
'쿵(◯)'이나 '궁(◯)'은 왼손 궁채만 친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는 구음이 '덩덕쿵'으로 나오나 국악인, 일반인들은 보통 '덩따궁'으로 구음을 낸다. 세마치 장단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덩 덩 덕쿵덕'이라 구음으로 가르치나, 국악인들은 '덩 덩 따궁따'라고 발음하는 식이다! -
<장구채(궁채, 왼손)>
<장구채(열채, 오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