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시
어둠의 결 /김세영
La texture des tenebres
시집 : 새로운 약속
Le nouveau testamen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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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결
저물녘에 산방에서 나와 알몸으로 산길을 걸어간다
울혈의 세상이 만삭처럼 무거워지는 8시 경에도
머나먼 쓰나미파를 태중의 박동처럼 희미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다
어둠의 농도가 짙어지면서 살 껍질이 장속의 캡슐처럼 녹는다
10시 경에는 살점 하나 없는 한 그루 벌거숭이 자작나무가 된다
0시가 되자, 강산성의 검은 기류 속에서 대퇴골 통뼈마저 녹아버린다
공중으로 증발하는 한 뭉치의 파동을 어둠의 결이 감싸서 모아준다
빛의 바늘로 깁지 않은 천의무봉의 검은 천이다
그 천의 결을 따라 분별의 마디 없는 델타파가 흐른다
태초의 어둠 속을 운행하던 율려의 기파이다
불빛 하나 없는, 형체 하나 없는
섣달 그믐밤, 진공 같은 빈 들판을 알몸으로 걸어간다
예리한 바람이 회를 뜨듯 살점을 베어내면
살속의 신경 수상돌기가 마른 씨털처럼
기파의 율동을 따라 날아오른다
부엉이처럼 알파파로 몽유하는 3 시경에는
어둠의 결이 가슴 깃털처럼 나의 기파를 품고
지상의 것으로 다시 부화시키려는 것을
새 살 돋아나는, 통점 없는 꿈결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