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위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1935~2015), 대한민국의 시인, 작곡가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던 박찬호 선수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내가 힘들 때 크게 위안을 준 시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선수가 꼽은 시는 위 시인 <희망가>이다.
모죽이라는 대나무가 있다. 이 대나무는 주변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처음 5년동안 겉으로는 전혀 자라지 않는다. 다만 땅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리며 성장을 준비할 뿐이다.
그렇게 5년이 지난 뒤에는 하루에 70cm씩 쑥쑥 자라 6주 동안 30m나 성장한다고 한다.
모죽처럼 앞이 캄캄하고 성장하기 어려워보이더라도 좌절하고 낙담하면 안된다. 좌절은 감사의 토양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희망의 새싹을 준비할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병란 시인은 1959~63년 김현승 시인의 추천을 받아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으로 등단하였다. 이후 26권의 시집과 다수의 산문집을 간행하였으며 빚고을 아리랑, 빚고을 진혼곡 등을 작곡하기도 하였다.
https://youtu.be/0EyLuFyGa5o?si=u9d0PeU0iFIzJc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