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실부모 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든
순둥이는 부모가 남긴 논 서마지기
문서를 들고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다
변변치 못한 외삼촌이란 인간은
허구한 날 투전판을 쏘다니더니
금쪽같은 순둥이 논 서너마지를
몽땅 날려 버렸다
열일곱살이 된 순둥이는 외삼촌집을
나와 오씨네 머슴으로 들어갔다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한 순둥이를
모진 세상은 끊임 없이 등쳐 먹었다
죽어라고 일해 계약된 3년이 꽉 차자
오씨는 이런저런 핑게로 새경을
절반으로 깍아 버렸다
사람들은 사또에게 고발 하라고 했지만
순둥이는 관가로 가다가 발걸음 돌려
주막집에서 술을 퍼 마시면서 분을 삭이고
반 밖에 못 받았지만 그 새경으로
나지막한 둔덕산을 하나 사고
골짜기에 방 한칸 초가집을 짓고
밤낯으로 둔덕을 일궜다
''흙은 나를 속이지 않겠지''
이를 악물고 잡목을 베어내고
바위를 굴려내고 돌을 캐냈다
한뻠한뻠 밭이 늘어나는게 너무 기뻐
어떤 날은 달밤에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었다
남은 새경이 바닥 날때쯤
한마지기 남짓 일궈 놓은 밭에
조와 메밀을 심어 양식을 하고
겨울이면 읍내에 가서 엽전 몇닙에
남의집 통시를 퍼 주고 그 똥통을
메고와서 밭에 뿌렸다
언 땅이 녹자마자 또 다시 화전
일구기를 5년에 둔덕산은 번듯한
밭으로 변했다
그해 봄
순둥이는 콩 세가마를 장리로 가져와
밭에 심기 시작했다
콩을 심는데만 꼬박 이레가 걸렸다
콩을 다 심고 순둥이는 주막으로
내려가 술을 마셨다
부엌에서 일하는 주모의 질녀
열아홉살 봉선이를 점 찍어두고
가을에 콩을 추수 하면 봉선이와
혼례를 올리겠다고 마음 먹고
주모의 귀띔도 받아 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부슬 부슬 밤비가
내리기 시작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지신명님''
순둥이는 두팔을 벌려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절 했다
단비는 땅속 깊숙이 스며들어 흙속의
생명들을 일 깨웠다
이튼날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하늘은 푸르고 맑고
남풍은 불어 대지를 따뜻하게 데웠다
며칠 후 노란 콩싹들이 올라오더니
콩잎을 활짝 펄쳤다
겨울마다 똥 지게로 퍼 나른 인분 거름을
먹고 콩잎은 싱싱하게 팔을 벌렸다
가을이 되자 콩잎은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고 포기마다 주렁주렁 콩만 남았다
순둥이의 입이 귀에 걸렸다
콩을 뽑아 둔덕위에 쌓기 시작 했다
달을 보며 별을 보며 콩을 아무리
뽑아도 힘든 줄 몰랐다
''이모가 이거 갖다 주라고 합디다''
봉선이가 한손엔 막걸리 호리병을
또 한손엔 찐 고구마를 들고 콩밭에 왔다
''봉선아~나는 부자여''
''이 콩이 마른 후 타작을 하면 스무섬은
나올거야''
호리병째로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킨
순둥이는 와락 봉선이를 껴 안았다
입이 틀어 막혀 말을 못하니 손으로 토닥토닥
순둥이 가슴을 치던 봉순이의 손이 어느새 순둥이 목을 감싸 안았다
순둥이의 억센 손이 봉선이 치마를 올리고 고쟁이를 벗겨 내렸다
달빛을 머금은 스물다섯 순둥이의
구리빛 등짝과 엉덩이가 물결 치자
봉선이는 가쁜 숨을 몰아 뿜었다
순둥이는 미지막 큰 숨을 토해 내고
옆으로 쓰러지며 구수한 흙 냄새를 맡았다
어머니의 젖 냄새 같기도 하고
아버지의 등짝에 업혔을 때의
땀 냄새 같기도 한 흙 냄새!
그는 흙을 한옴큼 쥐고 소리 쳤다
''봉선아~이건 황금이여''
옷 매무새를 고처 입은 봉선이는
부끄러운듯 빈 호리병을 들고
휑~하니 가 버렸다
바닥에 깔았던 순둥이 옷에 선명한
핏자국이 아직도 비린내를 뿜었다
순둥이가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아 올린
콩더미가 집채 보다 커졌다
가을볕에 콩은 말라 갔다
콩깍지가 저절로 벌어 질때 쯤
멍석을 대여섯장 깔고 타작을 할 참이다
순둥이가 주막에서 점심을 먹을때 였다
갑자기
''짜자 짜자 짱~우르르 카아 쾅쾅쾅''
하늘을 찢고 땅을 가를듯이
마른 번개가 네댓차례나 내리 쳤다
''순둥이 여기 있는가 빨리 나와 봐~''
고함 소리에 뛰처나간 순둥이는
망연자실 얼어 붙었다
멀리 둔덕에 쌓아둔 콩더미에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이다
순둥이가 달러가고 동네 사람들이 뒤 딸았지만 마른 콩더미 불길을 속수무책 아무도 잡을수가 없었다
순둥이는
''하늘도 나를 속이고 땅도나를속이는구나 ''
짐승처럼 울부짓고
봉선이는 펑펑 눈물을 쏟아 내고
동네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순둥이는 목을 매려다
봉선이 입덧을 하는 통에
생각을 바꿔 먹었다
술로 나날을 보내든 어느날
검은 두건을 쓰고 긴 수염을 늘어 뜨린채
옥색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노인 한분이 주막으로 찾아 왔다
''벼락 맞은 콩 주인장 계시오~''
''소문을 듣고 찾아 와소이다''
순둥이가 나가자
범상치 않은 그 노인은
새까맣게 탄 콩 한자루 쓸어 담아
사동(사삿집에서 부리는 종)의 등에 얹었다
''준비 해온 돈이 이것 뿐이오''
''벼락 맞은 콩은 자고로 진귀한 명약이요
내 이것으로 시험해 보고 다시 오리다''
노인이 떠난 후 받은 전대를 열어본
순둥이는 깜작 놀랐다
콩 열섬 값이 넘었다
소문을 듣고 팔도강산 명의들이 쉼 없이 찾아왔다
순둥이는 새까맣게 탄 콩 가마니를 쌓아두고 찾아오는 의원들에게 팔았다
벼락 맞은 콩은 욕창, 등창, 문등병에 특효약이었다
동짓달 스무이래
그날 따라 봄날 처럼 따뜻 했고
온동네 잔치판이 벌어졌다
순둥이와 배가 살짝 부른 봉선이의
혼례날이었다
착하게 열심히 살면서
참고 인내 하다 보면
어딴 난관이 닥처도
전화위복
좋은일이 있다는 것이다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콩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부자가 되고
아들도 얻고 참 행복
한 순둥이네요.
순둥이 착한 마음을 하늘도 알아주었구먼
그런데 콩도 벼락이 통하남!
이 바보는 아리송 하네유
암튼 착하게 살면 복이옵니다.
순둥이와 천생연분 복덩이 봉선이 앞날을 축복했군요
이런경우를 전화위복 새옹지마라고 하나요 ㅎ
순둥이와 봉선이는 백년해로 했겠지요 ..
재미있게 잘읽었 습니다
순둥 순둥 어질게 손해본듯
살면 다 알아주고 복이
들어오고 행복과 즐거움으로~
글 감사합니다 ㅎ^^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글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순둥의의 결말이 행복해서
다행입니다
잘보고갑니다 산자락님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