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님의 갑작스런 별세로 고향 문경에 갔다가 주일 미사에 참석했었습니다.
시골 작은 본당의 담을 허물고 열린 성당을 만들기 위해 새로 정원을 꾸미기로 했다면서 십수 년 된 오동나무와 몇몇 늙은 나무를 베어내게 되어 잔가지들을 치울 일손이 필요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자 오동나무는 가지치기가 끝나고 밑동을 잘라내는 중이었습니다. 나무둥치는 적당한 길이로 잘라 몇 개의 나무 의자로 만들어 질 것이고 한 발길이로 자른 나무는 반으로 켜서 탁자로 만들어 질 것입니다.
어지럽게 늘려진 가지들을 손질해서 묶어 내는 동안 ME마크가 선명한 하늘색 앞치마를 두른 작은 키의 수녀님이 일손을 도우러 오셨습니다. 너무도 반가워 바쁜 손을 놓고 인사를 하고 보니 정이시도로와 이실베스텔 형제님을 너무도 잘 알고 계시며, 카페의 최근 상황을 저보다 더 환하게 알고 계셔서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작은 키에 안경 너머로 웃는 눈이 맑고 아름다운 수녀님은 송현 본당에 계실 때 주말에 다녀오신 김다니엘라 수녀님이었습니다. 지금은 안동교구의 문경 주평본당에 계시면서 ME 주말에 보낼 대상자를 탐색하고 계셨는데 그 날 주보에 ME주말 일정을 소개하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너른 마당 한편에 있는 등나무 그늘에 십수 명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습니다. 젊은 손이 아쉬워 미사참석차 외출 나온 군인들과 신부님과 수녀님까지 도와 정리를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끝까지 도와드리지 못하고 또 다른 일정을 쫓아 나서는 뒤 꼭지가 괜히 근질 거렸습니다.
일년에 몇 번씩 들러 특별한 일이 없으면 미사만 마치고 나오던 저를 기억하실 길 없는 수녀님은 ‘저기 땀 흘리며 일하는 저 낯선 사람이 누군가’ 하고 물으실 정도의 이방인 같은 저를 카페에서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기로 할 정도로 얼굴을 익히게 하는 데는 ME주말 가족으로서의 친밀감이 있어서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를 지속하는 방편으로 카페를 이용할 수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제가 그 안에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시도로와 실베스텔 형제님께 안부 전해달라시던 수녀님께 저희 부부이름 탐세스(토마와 세실리아)를 알려드릴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안동 ME주말에 많은 부부들이 참석할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첫댓글 너무 놀랍군요. 마치 영화속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모습이 떠오릅니다. 다니엘라 수녀님... 정말 사랑과 인정이 넘치던 분인데 꼭 한번 수녀님에 계신 본당을 찾아뵙고 싶습니다. 탐세스님! 우리네 삶이 참 아름답지요?^-^ 이런 모습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