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사는 새옹지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칭찬을 받는가 하면 이내 쓴소리를 듣기도 한다. 일간스포츠는 요지경 속 2002년 야구계를 흘겨보고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한 ‘거리’를 찾아보았다. /야구부
▲쇠심줄상-이광환 LG 감독
야림(野林) 8대문파 장문인 자리를 내집 드나들 듯 유람한 장수가 있었으니. 그 출세의 연이 쇠심줄과 같아 이름하여 쇠심줄상이라. 10월 25일 한화 감독 사퇴, 11월 23일 김성근 감독 해임, 11월 29일 친정 LG 복귀에 이르기까지 잘 짜여진 각본처럼 이어진 사건들을 두고 사람들은 사전 내락설이니, 음모론이니 말들도 많지만 모두가 터무니없는 소리. 혹시 모르지 이 정도 이야기는 있었는지. “우리가 마 남이가.”
▲뒤통수상-김성근 전 LG 감독
교토사주구팽(狡兎死走狗烹)이라. 토끼를 쫓던 사냥개는 토끼가 죽고 나면 역시 쓸모가 없어지는 법. 기적 같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구고도 뒤통수를 얻어 맞은 이의 억울함과 처지가 똑같다. 달구벌 고길장군이 이를 미리 예측하고 고리아대첩이 한창이던 어느 날, 이런 시를 읊었다지. “그대의 신묘한 지략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꿰뚫었노라. 전과 이미 높으니 그만 만족하고 떠나기를 바라노라.”
▲배째라상-삼성 임창용
일찍이 피를 말리는 승부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던 배포를 모르던 바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대찰 줄이야. 백전노장의 서슬 퍼런 엄포에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아따, 저그들이 성적 계속 내고 싶으면 고개 먼저 숙이것제. 한 번 우승하고 나면 또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여? 어디 할 테면 해 보더라고.” 그러니 코끼리 감독 사과도 제대로 안 받고 있지.
▲눈물상-삼성 양준혁
그가 부진하면? 양의 침묵. 그가 어쩌다 불끈하면? 양의 반란. 그가 포효하면? 양의 외침. 맹호의 소굴로 쫓겨 갈 때도, 쌍생동자 품으로 팔려 갈 때도 언제나 ‘위풍당당’하던 그가 자신도 모르게 두 줄기 눈물을 쏟았다니. 삼성 우승 21년 숙원이 풀리던 날,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양도 울었던가. 너는 아∼니? 양의 몸엔 파란 피가 흐른다는 전설을.
▲개구멍상-두산 진필중
어느 귀공자의 푸념. “나 99년에 잘 나갔어. 일간스포츠에서 500만 원짜리 상도 줬다구. 운만 조금 따라 줬으면 50세이브포인트 먼저 따먹고 2000만 원도 챙길 수 있었어. 명색이 한국 최고 구원투수였다구. 그런데 내 몸값이 겨우 3000만원? 그래, 내가 차라리 안나가고 만다 말어.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낯이 화끈거리지? 어디 개구멍 없나.”
▲쪽박상-롯데
꼭 10년만에 다시 만난 두 부산 친구의 대화. “말도 마라. 그 때 정말 대단했다 아이가” “120만 명이나 되는 관중들이 사직구장을 꽉꽉 채워뿌렀다며” “부산 갈매기가 한 번 울기 시작하모, 산천이 벌벌 떨었던기라. 그 유명한 거 있제, 신문지 응원. 그것도 다 부산서 나온 거 아이가.” “그라모 요새는 좀 우떻노?” “치아뿌라 마. 재수 없다 카이.” 2002년 부산 관중은 12만 8000명이었다.
▲대박상-포스트시즌 관중
포스트시즌에 겹친 세 가지 악재, 월드컵 축구 함성으로 야구 열기가 식어 버렸고 아시안게임에 드림팀이 구성돼 일정이 늦어진데다 때이른 맹추위까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반전은 감동을 낳는 법. LG가 만들어 가는 기적에 만세를 부르는 이가 있었으니. KㆍBㆍO. 페넌트레이스에서 작년보다 20%나 감소한 238만 1724명의 관중을 유치하는데 머물렀던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는 유료관중 20만 9478명(수익 24억 4361만 7000원)이라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는 ‘대박’을 터트렸다.
▲부도수표상-홍현우
홈런 한 방에 3억 원, 타점 하나에 3750만 원, 안타 한 방에 2046만 원, 한 경기 출장에 1059만 원. 2001년부터 4년간 18억 원에 FA 계약한 홍현우의 성적대비 몸값 환산액이다. 2001년 60경기에서 36안타 2홈런 16타점(타율 1할9푼8리), 2002년 25경기에서 8안타 1홈런 8타점(타율 1할1푼8리)이 전부다. 참고로 2002년 이승엽의 홈런 한 개 값은 872만 원이었다.
▲번지점프상-LG 신윤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있을까마는 단 하루 피고 마는 꽃도 찾기는 쉽지 않을 터. 2001년 다승 구원 승률왕에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2002년엔 어디로 갔을까. 무려(?) 37게임이나 나왔다는데 한 번도 못 본 것 같으니 무슨 조활까. 혹 번지점프라도 하며 실컷 떨어져 보고 온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