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내가 속한 본당 공동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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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20/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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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8장 1-3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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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열두 제자
신학생 시절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학급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담임 신부님이 강론 중에 갑자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왜 열두 명일까?” 교의신학을 가르치던 신부님의 질문이라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답을 찾던 순간, 신부님이 눈을 깜박거리시며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열두 명쯤 되어야 폼 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미사 중에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사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고 광야에서 40일간을 홀로 보내신 다음 맨 처음 하셨던 일이 복음 선포, 그리고 제자들을 부르신 일이었습니다(마르 1,12-20 참조). 복음 선포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진영을 갖추는 느낌입니다. 오늘 복음에도 예수님 주변이 열두 제자뿐 아니라 몇몇 여인들도 따라다닙니다. 참으로 폼 나는 순간입니다. 전능하신 분, 즉 모든 일을 홀로 하실 수 있는 분께서 왜 제자들을 거느리고 다니셨을까요? 아마도 공동체가 주는 힘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고향에서 푸대접을 받은 예수님께 때론 공동체의 존재가 위로가 되지는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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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감 안젤로 신부(광주대교구)
생활성서 2024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