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의 시대, 곱셈의 시대
옛날 영화배우 가운데 큰 부자가 된 사람으로 신영균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또 제작과 투자도 하며 세월 속에서 차곡차곡
재산을 쌓았다.한 번에 크게 번 것이 아니라 하나씩 더해 가는 방식이었다.
말하자면 덧셈의 인생이다.영화 한 편, 또 한 편. 작은 성공이 모여 큰 산을
이루는 길.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외손녀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는 표현
을 했다고 한다.“나는 덧셈으로 부자가 되었는데 손녀는 곱셈으로 부자가
되었다.”
그 외손녀는 세계 음악 시장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EJAE(본명:김은재)이다.
재능 하나로 만든 음악이 인터넷과 플랫폼을 통해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 나
간다. 예전 같으면 음반을 만들고 방송을 타고 시간을 두고 퍼졌을 음악이
지금은 한 곡이 올라가면 수천만, 수억 명에게 동시에 전해진다.
그래서 어떤 성공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처럼 커진다. 세상도 조금 달라졌다.
세계 10대 부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당대에 부를 만들었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장과 토지를 통해 천천히 부가 쌓였지만 지금은 인터
넷과 기술, 그리고 AI라는 새로운 바람이 세상을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곧바로 세계 시장으로 나가고 한 번의 성공이 순식간
에 몇 배, 몇십 배로 불어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평생
의 부를 만들기도 한다.이 풍경은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덧셈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성실함, 꾸준함, 사람과의
관계,세월 속에서 쌓이는 신뢰. 이런 것들은 여전히 덧셈처럼 쌓여 인생의
바탕을 만든다.다만 그 위에 기술과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세상은 어느 순간
곱셈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어쩌면 우리는 지금 두 시대의 경계에 서 있는
지도 모른다.
덧셈의 삶을 살아온 세대와 곱셈의 세상을 살아가는 세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둘은 서로 다른 길이 아니라 하나의 이어진 길일지도 모른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덧셈의 토대 위에서 어느 순간 곱셈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
세상은 그렇게 조금 더 넓어지고 조금 더 빨라지고 있다.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