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출간 당시부터 워낙 논란과 악명의 아이콘으로 화제에 올랐고
(1955년 초판 발행 당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책'이라는 혹평을 들었을 정도)
이후 명감독(1962년 스탠리 큐브릭 버전)과 명배우 (1992년 버전의 제레미 아이언스)들의 참여로 두 차례나 영화화까지 되었던 작품이어서 지금까지도 다양한 북커버 디자인이 나와 있어.
이 중 기분나쁠 정도로 이 소설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하는 실제 책표지 / 실제 표지는 아닌 북디자인 / 영화판 (스탠리 큐브릭 버전) 팬아트 등을 모아 봤어.
우선 롤리타라는 소설의 간단한 줄거리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소아성애자가 된 40대 남자 험버트가 세들어사는 집 딸인 13세의 롤리타를 성적인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타락하는 내용이야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제 1부, 17pg-
소설 속에서 험버트가 롤리타(본명은 돌로레스)에게 지어 준 별명이 제목인 롤리타인데
아래에도 있지만 그 별명의 의도가 아주 불결?함.
.
여튼 저건 유명한 텍스트를 그대로 이미지화해서 나타낸 거고
저 부분은 롤리타라는 작품이 인용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Top 3 구절 중 하나야.
그 다음으로 많이 인용되는 게 이 표지에 적힌 부분.

'그녀는 로, 그냥 로였다.
슬랙스 차림일 때는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의 이름은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제 1부, 17페이지-
위에서 험버트가 롤리타를 '롤리타'라는 자기만 아는 별명을 지어 부른 게 이런 뜻임. 즉 미성년자인 롤리타를 이성으로서 연인(...)으로서 보고 있었다는 의미.



'아침에 양말 한 짝만 신고 서 있을 때 키가 4피트 10인치인 그녀는 로, 그냥 로였다.'
-제 1부, 17pg-
*4피트 10인치 = 약 147cm...
이 부분도 많이 인용되는 구절 중 하나야.
양말이 학생이고 미성년자인 롤리타를 나타내는 소품이기 때문에 이 양말이 소재로 많이 활용됨

롤리타 표지 중에는 이렇게 교묘하게 착시효과를 노린 표지도 많아
위 표지는 Jamie Keenan 이라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표지인데
알아챈 게녀도 있겠지만
팬티만 입은 어린아이 다리(...)를 클로즈업한 듯한 착시를 노림. 특이하다, 참신하다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당연스럽게도 기분나쁘다는 반응이 대다수



좀 더 직접적인 디자인으로 된 표지들이야.
위에 있는 벽 모서리와 비슷한 착시를 노린 디자인들.
이건 직접 설명하기도 싫다...

이건 올릴지 말지 고민하던 팬아트인데
기분나쁘게 메타포(상징)을 잘 활용한 작품이어서 넣음... 롤리타의 화자인 험버트가 절대 성적인 대상이 되면 안 되는 미성년자 소녀(카라멜)를 더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걸(포장지가 열린 상태) 한 장으로 표현
이렇게 주인공인 험버트를 묘사하는 성인 남자의 모습 자체가 표지인 경우도 있어


작품 내에서도 험버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창백한, 병자 같은 인상을 지닌 미남이라는 표현이 꽤 자주 나오는 인물이야. 험버트 본인도 자신이 잘생긴 걸 알고 있는 듯한 묘사도 나와. 소설 내의 이미지로 묘사한 디자인들.

이 표지는 책 내용을 알기 전에는 이상하지 않아 보이지만 내용을 알고 난 후
소아성애자인 주인공 험버트의 시선으로 다시 보면
표지에 그려진 소녀들이 모두 초등~중학생 정도의 나이대고 (머리모양으로 짐작 가능)
살짝 뒤돌아보려는 여자애가 롤리타인 걸 알게 됨.

다 익은 사과들을 놔두고 아직 채 익지 않은 풋사과를 따버리는 남자의 손
'구두'도 소재로 많이 선택되는 편이야

너무 큰 어른 구두를 신은 소녀의 발

여자아이들이 흔히 신는 구두에 남자 형상의 그림자를 드리운 걸로 표현

뮤직비디오나 하이틴 영화 등에서 흔히
소녀, 발랄함, 청춘의 이미지로 쓰이는 분홍색 풍선껌(롤리타)을 짓밟는 남자 구두(험버트)

소녀의 작은 구두에 비해 너무 압도적으로 큰 남자 구두 등등

이 디자인은 실제로 출판된 북커버야
여담인데 작품 속에서 험버트가 롤리타의 투명한 피부,
솜털(...)에 열광(...)하는 묘사가 굉장히(...)많이 나와.

이미 시들고 있는 꽃 속에 갇힌 어린 소녀
험버트를 소녀에게 드리우는 그림자로 표현한 디자인들도 있어.


콜라를 마시는 소녀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남자의 그림자

소녀의 눈물 속에 들어 있는 남자의 그림자 등
스탠리 큐브릭 버전 영화로 유명해진 하트모양 선글라스를 제재로 삼은 디자인도 많음

저 안에 씌어진 단어들은 모두 소설 내에서 직접 쓰였던 단어들
Charlotte 는 롤리타의 엄마 이름
Nymphet 은 소설 속에서 험버트가 11세에서 17세 사이의 '미성숙'한 소녀들을 일컫는 말이고
작가 나보코프가 롤리타 내에서 처음 만든 단어
Haze는 롤리타의 성


마지막 초록 바탕 사진은 하트 모양 머리핀을 하트 선글라스 낀 눈 한 쪽으로 보고 씹다 버린 풍선껌을 입술로 보면 돼. 롤리타의 얼굴을 나타낸 것.
아래의 세 장처럼 그냥 상징이나 비유 없이 이미지 자체만으로 소설의 내용을 나타낸 표지들도 있고




금발머리의 어린 소녀가 '사과'를 먹으려 하고 있음
저렇게 사과를 먹기 직전의 소녀는 두 가지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데
하나는 성경에서 뱀의 꼬임에 넘어간 이브가 먹었던 선악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순수하고 순진했던 이브는 선악과를 먹은 후 변하게 되지...
다른 하나는 백설공주가 마녀의 꼬임에 넘어가 먹었던 독사과. 백설공주는 중독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고...
공통적으로 악한 의도를 지닌 누군가에게 속아 호기심에 넘어가 버렸지.
즉 저 표지의 소녀가 먹은 사과는 어떤 쪽이든 좋은 쪽은 아니라는 뜻이 됨

소설 속에서 험버트는 롤리타를 중고차에 태우고 말 그대로 미국 전역을 떠돌아. 누가 봐도 어린애인 롤리타를 데리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도, 집에 돌아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근 1년이 넘도록 전국을 떠돌게 된 거지.
이 커버는 소설 내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

소녀의 목을 목걸이인 듯 잘라버릴 듯이 가로지르는 타이포그래피. 배경을 뒤덮은 붉은색과 더불어 불길한 느낌을 주고 있어.
매니큐어, 스커트 등 특정한 물건을 돋보이게 표현한 디자인들도 많아



깨져버린 막대사탕. 위에 있던 짓밟힌 풍선껌과 같은 선상이야.

어린아이의 겉옷, 성인 여성의 속옷, 일그러진 인형을 쥔 아이.
동물이나 꽃 일러스트도 많이 쓰이는데
롤리타를 나비로 많이 표현하기도 했어

날아가지 못하고 박제당해 핀이 꽂힌 나비

새장에 갇힌 분홍색 새

솜털이 보이는 흰 살결 위에 앉은 파리

미처 피기도 전에 말라비틀어진 꽃봉오리를 쥔 커다란 손
음 좀 갑작스럽지만 일단 이 글은 여기서 끝
(어떻게 끝내냐...)
두시간 넘게 썼더니 졸리다 으으
여튼 문제시 소라넷 서버 터트림!
+ 나보코프는 자신의 소설을 읽고 교훈을 얻는 걸 극히 싫어하는 사람이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롤리타를 소아성애를 옹호하는 쪽으로 집필한 것도 아니라고 함. 여하튼 출간 당시에도 5천만부가 팔릴 정도로 베스트셀러였고 현재도 영문학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는 작품이야. 다시 말하면 해석의 여지가 넘나 많다는 것...
결론적으로 소재로 인해서 외설 시비에 휘말리긴 했지만
이 작품이 명작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이나 대중들이나 반발이 없다는 얘기.
또 나도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어서 따로 글을 쓴 거고.
어찌됐든 내가 올린 이미지들과 나름대로 단 해석은 나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는 걸 명시하고 싶어서 추가!
첫댓글 진짜 기분나쁘다
ㅋㅋㅋ근데 되게웃긴게 지금와서는영화보고더럽다 싫다 이러는데 몇년전 리뷰만해도 와 이런 아련한내용좋다..분위기좋네 이런평많았음 쭉빵만찾아봐도 개좋다 퇴폐적이여서좋다 이런글많음
222222..
33 영화도 그럼 쭉빵이고 커뮤고 야한씬보다 이런게 더 야하다는 식의 글 있었는데 댓글들 반응 좋더만
삭제된 댓글 입니다.
@태오아내 본문에서 보듯이 잘 출판되고 있어요 물론 책이 출판될 당시에 논란은 있었지만요
풋사과 존나신박하다...
이거 읽다가 포기함... 문체는 진짜 좋았음
안 읽어봤는데 한 번 읽어보고싶어
이미지 진짜 신박하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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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사놓고 안읽었는데 읽어바야지
이 컨셉이 잘못 시도된 경력이 있어서 그렇지 이 소설 자체는 좋은 소설임 ㅇㅇ
진짜그렇게두까운책을이렇게재밌게읽은적없엇는데ㅠㅠ빨려들어가서읽음
몇개는 좀 소름이다...
책 자체는 읽으면서 묘하긴함.. 근데 작가가 아예 비판하려고 쓴 거라 그렇게 생각하며 읽으면 결코 험버트 험버트가 불쌍해보이지않음ㅋㅋ 그리고 롤리타에 대한 집착이 롤리타도, 험버트도 망가뜨린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때문에 작가가 진짜 천재라는 것을 느낌 책 진짜 좋음 읽어보셈
본문에는 없지만 민음사 표지도 강렬함 여자애가 빤히 보는 표진데 나 아무잘못없는데 미안하고 그런표지... 막 그런느낌임 왜 당신은 날 방관해요? 이런느낌
@루시엔카 오 사진 찾고있었눈데 빠르다 그것이야!!
롤리타 재밋는데ㅋㅋ 소아성애 미화시키는 책은 절대아님 섹슈얼한 내용이 전부도 아니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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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난 영화로 봤어 뭔가 싫었어..
오...봐봐야지 존나심오..
글쓴님 보관하기 안되까용?ㅠㅠ 책읽고 보고싶은뎅..
풀었어요!
@세훈 아내 감사해영♡♡♡♡♡♡♡♡복받으세욥!!
진짜 표지가 기분이나쁨.. 읽어보고싶다
갠적으로 어렵게 읽은 책.. 심리소설이라 대충 읽기가 넘나 힘든 것. 그덕분에 이 소설의 가치를 알 수 있었지만.. 문체도 개성있고 감각적이어서 좋음. 첫문장은 진짜 잊혀지지가 않음b
와 진짜많다 쩐다......근데싫다.......,,ㅠ
와 읽고나서보니까 진짜 표지하나하나소름돋음 예쁘면서도 기분나쁘기도하고...
오 재밌다
표지 해석 진짜 천차만별이다. 저렇게까지 재해석되는 거 자체가 작가한테는 되게 뿌듯할 수도 있고
같은사람이 쓴거야?
오 되게 흥미로운 글이다. 글 써줘서 고마워 글쓰나!! 진짜 재밋게 봣어!!!!!
너무싫지만 표현은 잘했네. . . .
헐 이거 트위터에서 보고 찾던건데ㅠㅠ. 쓰니 고마워ㅠㅠ
딸기 시발 존나;;;;
저거 영문판으로보면 남주 조롱하는 언어유희가 넘쳐서 존잼이라는데! 나는 영어고자라 넘나 슬픈것..ㅠ
내용은ㅈㄴㄱㅅㄲ인데 필력 문장때문억...
존나 줄거리만 보면 극혐인데 문장력이 글을 아름답게 만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