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제 발 저린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
잘못을 범한 사람은, 그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는 뜻의 속담이다.
옛날 도둑은 야밤에 남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갖고 나와서
잡히지 않기 위해 달음질을 쳐서 도망갔을 것이기에, 양심의
가책으로 인한 '정신-신체 증상'이 '발 저림'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인간도 본질적으로 짐승과 다를 게 없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오장육부를 갖고 있고, 먹여야 살고, 교미해서 새끼 낳는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그저 중생일 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이
최강의 포식자로 등극하게 된 비결은 인간의 사회성에 있다.
까치나 참새와 같은 들짐승들은 먹이를 구하든 집을 짓든
생존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남이 만들어 준 것이다.
책상이든 옷가지든 컴퓨터든 집이든
지금 내 주변에 잇는 모든 것은 다 남이 만든 것이다.
개개인의 힘은 호랑이나 곰과 같은 야생동물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타인과의
공조를 통해 인간은 다른 종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고등문명을 이룩하였다.
반야경에서는 모든 것이 공하다고 가르친다.
인간사회에서 윤리의 기준으로 삼는 선(善)과 악(惡)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실체가 없고 공하다. 선과 악 역시 연기(緣起)한 것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은 인간의 사회성에서 연기한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나를 위한 행동은 악이고 남을 위한 행동은 선이다.
진화생물학적으로 표현하여 개체(Indivdual)를 위한 행동은 악이고,
동족의 유전자(Gene)를 위한 행동은 선이다.
사회적 공존을 해치는 이기적인 행동은 악이기에,
인간사회에서 범죄자들은 형벌을 통해 솎아내었다.
그래서 인간사회에서는 선한 사람이 적자(適者)가 되었고,
인간의 유전자에 '양심'이 각인되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드는 사람의 성격은 '이드(Id)'와
'자아(ego)'와 '초자아(Superegd)'의 삼원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이 가운데 초자아가 양심에 해당한다. 인간이라면 그 유전자에 양심의
코드가 각인되어 있기에 악한 행동을 했을 경우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이런 양심의 가책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이다.
가난에 시달리던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악랄한 전당포 노파와 그 여동생을 살해한다.
목격자가 전혀 없는 완전 범죄였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서 번민하다가 결국 자수하여 시베리아 유형을 떠난다.
양심의 가책이 심할 경우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기도 한다.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하여 몸을 다치게 하든지,
자신이 하던 일을 그르쳐서 낭패를 보게 만든다.
물론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일어나는 불행이다. 프로이드는 이를
'초자아의 자기처벌(Self punishment)'이라고 불렀다.
악을 행할 경우 또는 죄를 지을 경우
무의식에 도사린 초자아가 나를 처벌한다는 것이다.
불전에서 가르치는 악인고과(惡因苦果), 즉 "악행의 인(因)을 지으면
괴로운 과보가 온다."는 자업자득의 인과응보에 대한 과학적 해석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할 때 도둑질은 악인(惡因)에 해당하고,
저린 발은 앞으로 올 고과(苦果)의 전조증상이리라.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