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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
쥘 베른의 모험소설로 1873년에 발표되었다.
많은 재산을 가진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프랑스 출신의 하인 장 파스파르투를 데리고, 80일 동안의 세계일주에 도전한다는 내용이다. 쥘 베른의 작품들 중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에 속하고,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되었다.
고우영 화백이 이 작품을 만화화기도 했다.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가 영국인이라 영국 소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인 작가 쥘 베른이 쓴 엄연한 프랑스 소설이다. 쥘 베른의 또 다른 대표작인 《15소년 표류기》도 등장인물 절대 다수가 영국인이지만, 진주인공은 프랑스인이다.
2. 등장인물
2.1. 필리어스 포그(Phileas Fogg)
영국 신사이자 파스파르투의 고용주로, 금발에 창백한 인상을 가진 장신의 미중년으로 묘사된다. 나이는 약 40대로 추정되며, 기계적인 성격의 완벽주의자로서, 딱히 돈이 벌릴 만한 구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약 4만 파운드의 거금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에, 혁신 클럽이라는 동호회의 회원으로, 클럽에 가서 친구들과 카드놀이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다. 작중 묘사를 보면 돈을 거는 도박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포그가 이긴다고 표현되었다. 게다가 내기에서 딴 돈은 친구들에게 다시 돌려준다고. 돈 같은 물질적 가치에 초연하고, 지적 유희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독자 입장에선 가진 게 돈밖에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도중, 면도용 온수의 온도를 1도 틀린, 전(前) 하인인 제임스 포스터를 해고한 다음 파스파르투를 고용한 그날, 친구들과 80일간의 세계일주로 내기를 하게 되어, 여행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전 재산을 걸게 되었다. 작중에서 예정이 지체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시 존재하는 탈 것들을 다 이용했고, 여행 경비 또한 아낌없이 쏟아 붓는 모습을 보이기에 계산적인 성격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 도중 안내를 해준 안내인에게, 용도를 다한 코끼리를 안내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걸로도 자네에게 진 빚을 다 갚을 수는 없을 거야" 라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아우다 부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면 냉철하고 계산적인 사람 같은 면모와는 달리,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이다. 게다가 아우다 부인의 경우, 구출에 시간을 소비했다가 내기에 지면 포그는 빈털터리가 될 입장이었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24시간 여유가 있다며 나섰다. 또한 파스파르투로 인해 많은 돈을 날리는데도 뭐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파스파르투 쪽이 이에 죄책감을 갖고 여행했다.
작중에서 사격, 카드놀이, 항해 지휘 등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걸 보면, 진짜 젊었을 적에는 무엇을 하며 살았을지 궁금해지는 인물이다.
2.2. 장 파스파르투(Jean Passepartout)
필리어스 포그의 하인. 파스파르투는 본명이 아니라 일종의 애칭이며, 성씨에 대해서는 작중 명기가 되어있지 않다. 빠스빠르투는 프랑스어로 ‘지나가다’, 'to pass'인 passer동사의 3인칭 직설법현재형인 passe와 '어디나everywhere, wherever'을 뜻하는 부사 partout의 합성어며, '어디든지 통한다, 어디든지 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일반명사로는 '만능열쇠' 내지 '만능연장'을 뜻한다. 작중 그가 온갖 궂은일을 처리하는 걸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passport (여권)인줄 알았는데..
고우영 화백의 만화에서는 파스파르투가 동양인으로, 바로 작가의 오너캐. 성룡이 만든 영화판에서는 파스파르투가 성룡이다. 이름이 뭐냐는 말에 얼떨결에 여권을 보고 중국인 발음으로 "패스포트"라고 했던 것을 잘못 알아듣고 파스파르투가….
프랑스 출신의 집사로 과거 소방관, 체육교사, 서커스 단원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이력의 소유자. 섭씨 29도(화씨 84도)의 면도물(포그는 섭씨 30도(화씨 86도)의 더운 물을 쓴다)을 가져온 전임 대신 고용되었다. 나이는 30대로 추정되며 쾌활한 성격에 재주도 좋고 힘도 세지만, 머리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슬슬 조용한 삶을 원해서 포그의 하인이 되었는데, 고용된 첫 날에 뜬금없이 세계일주를 한다는 주인을 따라 함께 세계를 여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고 "그냥 변덕이시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그의 말이 진담임을 깨달아 솔선수범해서 협력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물품인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시계를 늘 가지고 다니는데, 여행 내내 시계의 시간을 조절하지 않아 쭉 그리니치 표준시를 가리키게 된다. 작중에 픽스와 인도에서 만난 영국 신사에게 이걸 지적받지만,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 사람이"그러면 당신 시계가 태양과 맞지 않을 텐데" 라고 하자, "태양이 안 됐죠, 뭐! 틀린 쪽은 태양이니까!" 라고 하는 당당함을 보여준다.(...)파스파르투력 졸지에 시간을 틀려버린 태양 지못미 여행 도중 딱 한번 시간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역시 내 시계는 틀리지 않아' 라며 기뻐했지만, 사실은 그때가 태평양의 날짜 변경선을 지나는 시점이라서, 그리니치 표준시와 딱 12시간 차이가 날 때였다. 작중 배경을 감안하면 (쿼츠 시계가 유물로 나돌지는 않을 시점이므로) 아마 기계식 시계로 보이는데, 오차율이 0에 가까울 정도였다면 확실히 값지고 가치있는 물건이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시차는 시차인지라...
작중 포그 일행 최고의 재주꾼으로, 아우다 부인 구출, 항해, 인디언과의 싸움에서 활약했으며, 그에 더해 자주 사고도 쳐서 포그의 여행 경비를 소모시키는 주원인이다. 맨손 싸움 실력은, 힌두교 사제 2명을 발길질 1번과 주먹질 1번으로 때려눕히거나, 혼자서 인디언들 3명을 떡실신시킬 정도로 잘 하는 듯. 덤으로 여행 첫 날에 자기 방의 가스등 끄는 것을 잊어서 돌아온 그날 어마어마한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다행히도 봉급보다 비싼 액수는 아니었다고.
작중에 언급된 파스파르투의 가스등 요금 계산법으로 계산해 보면, 파스파르투는 7파운드 18실링을 가스등 요금으로 물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그가 세계일주 도전 성공 상여금으로 5백 파운드를 주되 가스 요금을 공제하고 줬다는 언급을 보면, 적자는 면한 것으로 보인다.
2.3. 아우다 부인
인도 여인으로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고, 그 미모는 주위에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덕에 유럽식 교육을 받아 영국 문화 등에도 익숙하며, 영어 실력도 훌륭해 포그 일행과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하여 역시 유럽 위주라는 비판이 따른다. 실제 당시 인도의 많은 여성들은 유럽식 교육을 거부했다. 19세기 중후반, 영국 여성들이 바느질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하는 솔선수범을 하자, 인도 여성들은 '바느질은 천민들이 하는 건데 이 흰둥이들이 돌았나?' 라고 야유하며, 이런 교육을 한 영국 여성들을 외면하고 나간 일이 허다했는데, 영국에서는 이걸 야만이라고 날뛰며 비난했다. 다만 그녀는 인도 토착민이 아니라 서구와 가까웠던 소수민족인 파르시 출신이라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운수가 사나워서 지방의 늙은 토후와 억지로 결혼했다가, 그 토후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남편의 시체와 함께 산 채로 화장당할 뻔했다가, 파스파르투가 토후의 시체로 변장해 들어가 제단에서 아우다 부인을 당당하게(?) 안고 나와 구출했다. 이에 다들 시체가 부활한 줄 알고 기겁하여 엎드린 틈에, 그는 부인을 안고 태연히 걸어 나오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 덕분에 무사히 구조된 뒤 여행에 동참했다. 재수가 더더욱 없던 게 그 토후는 분델칸트 지방을 다스리는 토후였는데, 인도에서는 이러한 풍습이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지역이 있다고 크로마티 준장이 얘기한 하나가 분델칸트였던 것.
처음엔 홍콩에 친척이 있다고 해 왔더니만, 친척들이 다 유럽에 가서 포그 일행을 따라다니게 된다. 종반부에 세계일주에는 성공했지만, 내기에는 패배했다고 생각한 포그에게 청혼했고, 포그가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포그가 내기에서 이기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뒤 마지막에는 포그의 아내가 되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프랜시스 크로마티 준장
인도 주둔 영국 육군 여단장으로, 젊은 시절부터 인도에 오래 주둔한터라 인도의 사정에 밝다. 파스파르투가 힌두교 사원에서 곤혹을 겪은 걸 듣고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아우다 부인을 산 채로 화장하려는 바라문 교도들의 행동에 대해 설명해줄 정도.
포그 일행과 같은 배로 인도에 도착했고, 기차에서도 동승하다가 주둔지까지 동행하면서 아우다 부인을 구출할 때도 함께 나섰다. 모든 걸 기계처럼 철저히 계산하고 움직이는 포그를 보고 혀를 내두르다가, 포그가 먼저 아우다 부인을 구하자고 하니, "당신도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군요!" 라고 말했다. 나중에 포그와 아우다가 결혼한 걸 알게 되면 또 한 번 놀랄 듯.
픽스 형사
영국 형사로 수에즈에서 등장 영국 은행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필리어스 포그를 잡기 위해, 포그 일행의 뒤를 밟으며 여행을 방해했다가, 홍콩 이후에는 아예 포그 일행의 일원이 되어 세계일주를 돕게 되었다. 사실은 포그를 잡아 상금을 얻기 위한 욕심으로 행동한 것이며, 때문에 포그가 아낌없이 여행 경비를 퍼부을 때마다 자기 몫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발을 동동 굴렀다. 현상금은 범인을 체포하여 몰수한 돈에서 일정비율로 계산한 액수이기 때문. 홍콩까지는 체포 영장이 도착할 때까지 포그 일행의 발목을 붙들기 위해 방해 공작을 하지만, 포그의 돈지랄에 전부 실패했고, 홍콩을 떠난 이후에는 아예 하루라도 빨리 포그를 영국까지 가게 만들기 위해 협력했다.
나중에 진범이 잡히긴 했지만, 당시 몽타주가 포그와 너무나도 흡사했고, 좀 수다스러워 보이는 파스파르투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캤다. 그랬더니 포그가 세계일주에 나섰고, 파스파르투는 포그가 세계일주를 하기로 결정한 그날 하인으로 고용되었다고 하니, 거액을 훔쳐 해외로 도피하려 한다고 의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정황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가까스로 리버풀까지 도착한 포그를 바로 체포했지만, 이미 진범이 잡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자신의 착오였음을 알고 용서를 빌었지만, 픽스 탓에 내기에 패배하게 되어 분노한 포그의 펀치를 맞고 뻗어버리는 걸로 출연 끝. 하지만 포그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남은 1천 파운드의 절반을 나눠줬다는 식으로 언급은 된다.
인디언 때문에 기차를 놓친 포그에게 뉴욕까지 갈 방법을 알려주긴 했고, 게다가 형사로서 포그의 세계일주를 입증하는 증인이 된 셈이라, 본의는 다른 데 있었어도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다. 작중 여행으로만 흐르는 스토리에, 포그를 범죄자로 생각해 세계를 돌며 쫓는 픽스 형사의 긴박한 스토리가 가미되어 더 흥미진진하게 해 준다.
스탬프 프록터 대령
포그가 미국에 와서 맺은 악연으로, 첫 만남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 패싸움에서 마주치는 심히 불쾌한 만남이었다. 이때 포그와 서로 영국 놈, 양키 놈 소리를 해가며 다음에 두고 보자는 식으로 헤어졌지만, 열차의 정차에 기관실로 달려가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포그와 같은 대륙횡단 열차에 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때 최고 속력으로 달려가면 무너지기 직전의 다리를 넘을 수 있을 거라는, 심히 패기 넘치는 정신 나간 주장을 펼친다. 무서운 건 거기에 찬성하는 미국인들. (신)대륙의 기상 마지막으로 그냥 걸어가면 된다고 주장하던 파스파르투마저, 그의 도발에 "프랑스인도 얼마든지 미국적일 수 있다고!"를 외치면서 찬동했다. 물론 말끝에 "역시 그냥 걸어가면 되잖아"하고 꿍얼대긴 했지만. 여담으로 그때 포그 일행은 아무것도 모른 채 카드놀이에 열중하고 있었으며, 중요한 건 그 미친 짓이 통했다는 것이다.
이후 카드놀이 중이던 포그 일행에게 끼어들어 훈수를 두다가 말다툼이 벌어져, 포그와 결투를 하려고 드나 때마침 수우 족의 습격에 흐지부지된 채 맞서 싸우게 되었다. 그 뒤 사타구니에 중상을 입어 역으로 먼저 향했다는 언급을 끝으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어이구 불쌍한 프록터
앤드루 스피디 선장
리버풀 행 직통선이 떠나버린 포그가 대신할 배를 찾다가 만난 사람으로, 보르도까지 석탄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부디 아일랜드까지만 가달라는 포그의 부탁과 뇌물에도 요지부동이다가, 그럼 보르도까지만이라도 태워달라는 포그의 타협안과 많은 돈에 승선을 허가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선원들을 돈으로 포섭한 포그에게 선상 반란(?)을 당해 감금되었고, 배는 포그의 지휘 하에 리버풀로 가게 되었다. 이때 픽스는 포그가 이대로 해적이 될 거라고 생각하여 이 일에 나선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석탄이 떨어지기 시작해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할 상황에 처하자, 포그는 목재 부분을 땔감으로 써서 항해를 계속하기 위해 그를 풀어준 다음 매수하려 했다. 이때 선장은 "5만 달러나 되는 내 배를 땔감으로 태우겠다고?!" 라며 길길이 뛰었지만, 포그는 쿨하게 "여기 6만 달러가 있소" 라며 돈다발을 선장의 눈앞에 차곡차곡 쌓았다.
선장은 자신의 배의 목재 부분은 태우지만, 배 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계와 선체는 그대로 자신의 몫이 된다는 조건에다, 20년이나 지난 배임에도 원가보다 높은 돈을 받게 되자 당장에 사근사근해진다! 그리고 직접 앞장서 배의 목재부분을 다 때려 부수는 등, 퀸즈타운까지 가려고 아등바등한다. 역시 돈의 힘! 가까스로 퀸즈타운에 도착한 뒤 걸레가 된 배와 함께 포그와 이별하게 된다. 작중 보면 아주아주 행운아다. 여태까지의 모든 선장보다도 더 많은 보상금을 받아냈다.
물론 포그에게는 그것을 가져봐야 골치만 아팠을 뿐이다. 앞서 인도에서 안내인에게 코끼리를 준 것도, 어차피 다시 인도에 오지 않는 이상에야 가져갈 수도, 가져간다 해도 여행 내내 최고의 짐+골칫거리다. 물론 코끼리를 안내인에게 공짜로 준 것은 선행이 맞긴 맞다. 산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도 안내인으로서는 "감사합니다!" 라고 할 수 있는데, 공짜로 코끼리를 얻었으니.
인도에서는 이틀을 벌었기에 설령 안내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줘도 큰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이때는 1분 1초가 아까운 마당에, 안내인보다 성격 더러운 선장과 말싸움할 겨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럴 때 확실한 방법은, 입 닥치게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제시하는 것. 어차피 선장도 먹고살려고 일을 하는 것이니, 원가보더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기계와 선체(船體)를 넘겨주면 선장은 그 돈으로 도착 후에 목재를 구해서 배를 수리하면 끝,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러고도 포그가 준 6만 달러는 줄어들지언정 많이 남을 것이다.
단, 안내인은 공짜로 안내하는데도 아우다 부인을 구하는 일에 말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포그에게 있어서는 정말 고마운 일을 해준 덕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나중엔 아우다 부인은 포그의 부인이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아내를 구해준 은인이 아닌가.
리폼 클럽에 다니는 자산가인 필리어스 포그는 숫자와 시간관념이 굉장히 철저한 사람이다. 하루 일과를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기본, 물의 온도도 정해놓은 수치의 것만 이용했고, 심지어 클럽으로 걷는 발걸음 수(약 575 발자국 정도라고 책에 기록되어 있다)까지도 정확히 정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디 밖에 나가본 적이 없어 보이고, 매일 같은 곳만 다닌다.
작중 포그가 돈이 많다는 암시는 등장하지만 포그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는 나오지 않으며, 상당히 미스테리하게 등장했다. 단, 후반부에서 배를 탈취해 휘어잡고 지휘하여 직접 항해까지 하는 걸로 보아서는, 한때 뱃일에 몸담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참고로 작중에서 포그는 개혁 클럽을 제외한 그 어떠한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나와 있다.
여담이지만 그가 사는 집은 새빌 로(Seville Row)에 있는데, 작중 설명에 따르면 과거 바이런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딱히 직업은 없는, 돈 많은 한량으로, 집에서는 몸단장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게 전부고, 오후부터 자정까지는 클럽에 가서 밥 먹고 신문 보고 카드 게임하는 게 전부인 한심하다면 한심한 사람.
1872년 10월 2일에 영국의 대형 은행에서 5만 파운드라는 거액이 털리는 강도 사건이 일어났고, 포그는 늘 하던 대로 클럽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하던 중 은행강도의 도주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80일 내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2만 파운드의 거액을 걸고 내기를 하게 되었다. 사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신문에서 어떤 사람이 그냥 단순히 떡밥처럼 던진 독자연구 이야기였다. 자기 나름대로 내역을 짜서 올린 걸 보고, 포그가 "불가능할 것도 없어 보이는구만"이라며 평한 것. 하지만 친구들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돈을 걸었고, 이에 포그도 무덤덤하게 내가 한 번 해보겠다고 한 것. 그곳을 지났다는 증표로 그 나라의 대사관 등지에서 비자를 받아 첨부하는 것이면 증거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포그가 말하자, 클럽 회원들은 포그의 신사로서의 명예를 존중한다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파스파르투는 세계일주를 떠나는 그날 아침에 새로 고용된 하인으로, 파리 출신 프랑스인이다. 프랑스인에 대한 선입견에 맞게, 활기차고 오만가지 표정이 다채로우며, 고아로 태어나 소방수, 곡예사, 거리 악사, 하인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한 끝에, '편하고 조용한 생활'을 하기 위해 포그 가에 들어왔고, 거의 기계와 같은 삶을 사는 필리어스 포그를 보면서 기계를 모시는 것도 나쁘진 않지, 라고 새 주인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와중에 포그는 파스파르투가 목숨을 걸 정도로 소중하게 여기는 시계가 4분 늦는다고 충고해 주었다. 참고로 이 집 안의 모든 시계들은 초 단위까지 일치했다.
참고로 이전 하인인 제임스 포스터는 면도물을 86℉(30℃)로 데워서 들여야 할 것을 84℉(약 28.8℃, 즉 1℃차이)로 데웠다고 해고당했는데, 정작 이후 하인인 파스파르투는 주인의 지시를 거역하는 등의 행동을 저지르면서도 해고당하지 않았다.
헌데 하필 그날 주인이 세계 일주를 떠난다고 하는 바람에 급하게 끌려 나가게 되면서 자신의 소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때 너무 급하게 나가서 가스등을 켜고 나가는 바람에, 80일 동안 그 가스비가 밀렸다(…). 더욱이 파스파르투는 가스등을 켜고 나간 것에 당황해서 포그에게 말했더니, 포그는 쿨하게 80일 간의 가스비는 자네 급여에서 제하면 된다고 말해서 나중에 본인 돈으로 지급했다. 어쨌든 그날 20:45에 포그가 런던을 떠나는 기차에 오르며 내기는 시작됐고, 정확히 80일 뒤인 1872년 12월 21일 20:45까지 리폼 클럽에 도착해야 승리한다.
그의 여행은 런던에서 곧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너도 나도 이 세계일주에 내기를 걸게 되었는데 대부분은 포그가 처참하게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었고, 런던의 주요 일간지도 모두 포그를 욕했다. 그나마 《데일리 텔레그레프》만이 부분적 지지를 보냈지만 결국 지지를 철회했다. 어느 늙은 귀족은 성공한다고 걸었다가 노망났다는 소리만 듣게 되었다.80일 뒤 그는 또한 영국 증권가에는 "필리어스 포그권"이라는 이름의 증권까지 등장했다.
한편 모종의 사건으로 이 여행은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하는데, 런던 경시청의 픽스 형사가 포그를 문제의 은행강도를 일으킨 범인으로 의심했다. 용의자 몽타쥬와 포그가 닮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픽스는 범인을 체포하거나 체포에 큰 공을 세우면, 범인이 강탈해간 금액의 일부(체포 당시 범인이 소지하고 있는 금액 전체에서 5%)를 현상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에 거의 눈이 뒤집혀 적극적으로 이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영장을 신청하고 그의 출국을 거부할 것을 담당 관리에게 요청했지만, 적법한 출국요청이니 무단으로 거부할 수 없다고 거부당하자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전술(前述)했다시피 여러 상황이 픽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영국 ~ 인도
이들의 여행은 순조로웠다. 열차와 기선을 이용하여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경유한 다음 이집트의 수에즈로 가서, 기선 몽골리아 호를 타고 예정보다 이틀 일찍 인도의 뭄바이에 도착했다. 몽골리아 호는 원래부터 정시보다 일찍 들어오는 배로 유명했고, 거기에다 추가로 필리어스 포그가 더 일찍 들어오면 포상금을 주겠다고 공언했으며 약속을 지켰다.
인도 도착 후 파스파르투가 힌두교 사원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몰라 그냥 들어갔다가 신발을 빼앗기고 구타당하다, 격분한 파스파르투가 승려들을 몸싸움으로 밀어붙이고 탈출했는데 이는 나중에 여행에 걸림돌이 된다. 그리고 새로 개통된 인도 대륙횡단 철도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이 철도가 완전 개통이 아니었다! 클럽에서의 대화 중 이 노선이 개통되었기에, 이제 80일 만에 세계 일주가 가능해졌다는 떡밥이 내기로 진화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콜비(Kolbhi) ~알라하바드(Allahabad)의 80km 구간이 완공이 안 되었던 것이다. 더욱 어이없는 건, 열차표에는 “봄베이~캘커타”라고 버젓이 인쇄되어, 누가 봐도 대륙횡단노선으로 알게끔 발매됐다는 점이다. 그나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틀을 벌어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랄까.
결국 말부터 시작해 사람이 끄는 철도까지 모든 교통수단이 이미 매진된 지 오래였기에, 열심히 발품을 판 파스파루트가 코끼리를 간신히 수배해왔다. '키우니'라는 이름의 이 코끼리는 싸움용으로 훈련을 시작한 상태였으며, 당시 상당히 귀한 놈이었기에 파르시 출신 조련사로부터 무려 2,000파운드를 주고 구입했다. 처음엔 대여하려 했으나, 포그는 아예 코끼리를 구매하겠다고 나서자 포그 일행에게서 돈냄새와 다급함을 눈치 챈 코끼리 주인은 배짱을 튕기며 가격을 점점 올렸고, 파스파르투는 이 바가지에 분개하여 반대했으나 결국 2,000파운드라는 거액을 주고 사게 되었다. 다행히 코끼리 조련사 겸 안내인은 한 친절한 파르시 청년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후술하겠지만, 당시 2,000파운드는 지금의 4억원 정도 된다.
그 뒤 코끼리를 타고 철도가 없는 부분을 지나다가, 사원에서 화형당할 위기에 처한 인도 여인 아우다를 구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체로 변장하여 잠입하는 등 위험을 무릅쓰며 파스파르투가 구한 것인데, 정작 아우다 부인은 포그에게 더 고마워했다. 물론 최종결정은 포그가 내렸고, 시간적 여유가 남는다는 핑계로 주도적으로 구출을 지시한 것도 포그가 맞다. 참고로 아우다 부인은 영국식 교육을 받았고, 피부색은 백인 수준으로 하얀 색이었다. 또한 부모의 사망 이후 강제로 늙은 토후와 결혼했다가 화형을 당할 뻔한 것이다.
아우다와 함께 캘커타에 도착했을 때, 픽스의 방해 공작으로 법정에 불려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죄목은 "성지(聖地: 옛날 사원) 침입"이었다. 성난 힌두교 성직자들에게 파스파르투는 "저자들이 아우다 부인을 화형에 처하려고 했다고요!"라고 항의했지만, 힌두교 성직자들은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어리둥절했다. 알고 보니 파스파르투가 처음 인도에 와서 멋도 모르고 구둣발로 사원에 출입한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원은 맨발로 들어와야 하는 성스러운 곳인데, 프랑스인인 파스파르투는 당연히 그것을 몰랐고, 분노한 힌두교도들이 파스파르투에게 달려들어 강제로 구두를 벗겼지만, 파스파르투는 ‘대체 이 양반들이 왜 이러는 거지?’라고 하면서 완력으로 그들을 때려눕히고 달아난 적이 있었는데, 그 일을 알아낸 픽스 형사가 성직자들에게, 고소하면 많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겼던 것이다.
결국 파스파르투와 포그(주인이라는 이유로)는 약 일주일~보름 간의 구류를 선고받지만, 포그는 거액의 보석금(1인당 1,000파운드)을 지불한 다음 곧장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때 파스파르투가 자기 신발 내놓으라고(당시 신발을 빼앗긴 후로 가짜 진주가 달린 불편한 슬리퍼를 계속 신어야 했기에) 악을 써서 돌려받은 후, '한 짝당 1,000파운드라니 겁나게 비싸네!'하고 한탄했다.
픽스는 그들이 금고형에 처해져서 포그와 파스파르투가 감옥에 갇히면, 그 안에 자신이 영국에 신청해둔 체포영장이 와서 그들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좋아했지만, 포그가 보석금을 내고 나오는 걸 보고, 저것들이 내 현상금 다 축내네! 하고 울부짖었다. 보석금(保釋金)은 말 그대로, 당신들을 내보내주긴 하겠지만, 이후 당신들이 재판에 나올 것을 보장한다는 증거로 대신 맡아둔다는 보장석방금이다. 당연히 포그는 재판에 나가기는커녕, 그대로 내기의 세계일주를 계속 하는 거라 이 돈은 말 그대로 당국에 몰수된다. 포그를 은행강도범이라고 믿고 있는 픽스 형사로서는, 자신이 받을 현상금의 액수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니, 속 터지는 것도 당연하다.
3.3. 인도 ~ 미국
보석금을 낸 포그 일행은 홍콩 행 증기선인 랑군 호에 탑승, 벵골 만,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를 거쳐 홍콩에 도착했다. 픽스 형사에게는 최후의 보루. 홍콩은 당시 그들의 여행 경로에서 지나는 마지막 영국령이었기 때문에, 여기를 벗어나면 당연히 체포 영장의 효력이 없어지므로 상당히 골 때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계속해서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픽스를 수상하게 여긴 파스파르투는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가, 클럽 회원들이 포그를 감시하라고 보낸 스파이라고 결론내리고, 픽스에게 다음에도 또 계속 보게 될 테니 또 보자며 빈정댔는데 이에 찔리는 데가 있던 픽스는 식겁했다.
포그와 파스파르투는 원래는 아우다와는 홍콩까지만 함께 하고 거기서 헤어질 계획이었으나 아우다의 먼 친척이 네덜란드에 정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계일주를 같이 하고 친척에게 데려다줄 겸 해서 아우다를 유럽까지 데려가기로 한다. 그리고 파스파르투는 포그의 지시로 요코하마 행 배의 표를 구하러갔는데, 요코하마 행 기선의 출항시간이 변경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행에게 이를 전해주러 가던 도중, 픽스에게 이끌려갔다. 파스파르투가 자신의 정체를 안 것이라고 걱정하던 픽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파스파르투가 포그의 공범은 아니라고 판단해 그를 회유할 작정이었던 것. 술집에서 픽스는 파스파르투에게 자신의 신분과 자신이 생각하는 포그의 정체를 밝힌다. 이때쯤 파스파르투는 주인인 포그가 무척 마음에 들었고, 주인어른의 내기 성공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
여행 도중 일행이 탄 배가 폭풍을 만나 여정이 지체되자, 주인의 여행 내기에 지장이 생길까봐, 파스파르투는 폭풍을 향해 고래고래 저주와 욕을 퍼붓기도 했었다. 게다가 배 여기저기를 날다시피 뛰어다니면서 폭풍과 싸우는 선원들을 도왔으며 그 날랜 몸놀림과 힘에 베테랑 선원들도 혀를 내두른 바 있었다. 그래서 주인의 무고를 주장하면서, 설혹 은행강도라 해도 자신에게는 이상적인 주인이니 그럴 수 없다며 펄펄 뛴다. 픽스는 진정하라며 술을 권하고, 슬쩍 아편을 권해 취하게 만들었다.
아편에 대해 전혀 몰랐던 파스파르투는 아편에 취해 곯아 떨어졌고, 픽스는 혼자 빠져나갔다. 파스파르투를 저대로 놔두기만 하면, 포그는 요코하마 행 기선을 놓칠 테니, 옆에서 감시하며 기다렸다가 영장이 도착하면 체포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파스파르투는 단련을 많이 하여 체력이 강했고, 주인어른에게 기선의 일정이 변경된 것과, 픽스의 정체를 어떻게든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그러나 아편 탓에 제정신이 아니라서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어찌어찌 항구까지는 갔는데 아편과 술에 취해 해롱대는 승객들을 많이 다뤄본 선원들은, 파스파르투를 술주정뱅이로 생각해서 그가 중얼대는 배 이름(카르나틱 호)과 그의 소지품에서 표를 확인해서 선실에 던져줬다. 이로 인해 포그와 아우다 부인은 일본의 요코하마로 가는 기선을 놓쳐 홍콩에 남게 되었고, 파스파르투 혼자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포그 일행의 옆에서 픽스는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자신도 요코하마로 가려던 참인데 이것 참 난감하게 됐다고 연기했다.
이에 포그는 550파운드를 지불하고 번스비 선장에게 탕카데르 호라는 배를 한 척 빌려, 태평양 횡단 기선이 출항하는 상하이로 갔다. 원래는 요코하마로 가려 했는데, 선장이 '태평양 횡단 기선은 요코하마에 잠시 정박할 뿐 원래는 상하이로 출발한다'고 했기 때문. 당연한 이야기지만, 홍콩에서 출발하면 상하이가 요코하마보다 더 가깝다. 그리고 픽스 형사에게 요코하마로 가는 배를 놓치셨다면 같이 타고 가시겠냐며 권하기까지 한다. 픽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다시 동행한다. 포그의 이 짓도 상당한 용자 짓인데, 극 중 탕카데르 호는, 포그와 처음 만난 번스비 선장이 "안녕하세요. 항구 유람을 하시려구요?" 라고 호객할 정도로 작은 범선이었다.
항구 주변에서 뱃놀이나 할 배를 가지고 홍콩에서 상하이까지 간 것이다. 선장도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포그가 내미는 돈다발에 결국 승낙했다. 게다가 포그는 처음에는 아예 요코하마까지 갈 생각이었다. 이에 대해 선장이 이 배로는 불가능하다며, 태평양 횡단 기선이 상하이에서 출발하여 나카사키와 요코하마를 경유하기 때문에 상하이로 가면 된다고 말린 것. 게다가 상하이로 가던 와중에 태풍까지 만났다. 선장이 태풍을 예측하고, 위험하긴 하지만 태풍을 타고 더 속도를 낼 수도 있다고 조언하자, 포그는 당연히 속도를 내자고 말한다. 덕분에 일행은 일정을 앞당기는 대신 태풍 속에서 죽을 뻔 했다.
그 뒤 상하이 항구를 딱 3해리(약 5.5km) 남겨두고, 부두를 막 떠나는 태평양 횡단 기선을 발견하고, 탕카데르 호를 세우고 신호탄을 쏘고 영국 국기를 달아서 휘두르는 등 구조 요청을 하여 기선을 세우고 가까스로 올라탄다. 그리고 기선이 요코하마에 들렀을 때, 서커스단에서 알바 노릇을 하고 있던 파스파르투와 재회했다.
조금 이야기를 되돌려서, 기선에서 정신을 차린 파스파르투는 포그와 아우다 부인이 타지 않았단 사실에 경악했고, 요코하마에 내리면 자신이 외국에서 빈털터리란 사실에 또 경악. 일본이란 나라에서 음식을 사먹을 돈도 없을 테니, 배에서 미친 듯이 음식을 먹어치운 다음 요코하마에 내려 포그를 찾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포그는 탕카테르 호 탑승 직전,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에 들러 파스파르투의 사정을 설명하고,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넉넉한 여비를 맡긴다. 파스파르투도 대사관에 들릴 생각을 했지만, 차마 그 사정을 설명할 용기가 나지 않아 가지 못했었다.
결국 자신의 양복을 팔았는데, 자신의 시계를 팔까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유품이라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허름한 일본 옷으로 갈아입고 싸구려 일본 음식을 먹으며 버티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서커스단(미국인 윌리엄 버틀러가 운영하는 서커스단)을 발견하고, 미국으로 가서 포그를 찾기 위해 서커스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파스파르투는 어릴 적부터 여러 운동을 하여 몸이 날렵하고 힘이 장사며, 서커스 경험도 있었다.
그런데 포그와 아우다가 그 서커스단의 일본에서의 최후의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고, 묘기 중에 주인을 발견한 파스파르투가 감격하여 대열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감격스러운 주종상봉은 이루었지만, 서커스는 엉망이 되었다. 분노해서 길길이 날뛰는 서커스 단장에게, 포그는 막대한 보상금을 쥐어주어 입을 다물게 한 다음 파스파르투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이에 파스파르투는, 나란 하인은 주인님의 돈을 낭비하게 하는 몹쓸 놈이라며 자책했다.
3.4. 미국 횡단
배에서 픽스와 마주친 파스파르투는 닥돌하여 픽스에게 주먹을 날린다. 원래 파스파르투는 전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한 픽스가 자주 술도 사주고 말동무도 해줘 그런 픽스를 정말 좋아했지만, 이 사건 이후 절대로 픽스를 믿지 않게 되었다.
떡이 되고도 픽스는 파스파르투를 회유했다. 픽스는 영장을 손에 쥐긴 했지만, 영국에서 신청한 후, 그를 따라서 릴레이식으로 우송되며 도착이 지체되었고, 무엇보다도 영장 자체가 영국 본토나 영국령이 아니면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포그가 영국으로 잘 도착하게끔 자신이 도와야 하는 입장이 되어, 결국 포그의 여행을 돕겠다고 나섰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자신의 주인, 포그와 중간에 합류한 아름다운 미망인을 떠올린 파스파르투는, 그분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약속을 지키라는 다짐을 하고 픽스의 정체를 밝히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즈음 아우다는 자신을 구해준 신사, 필리어스 포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초월해 사모하는 마음이 피어났고, 그의 여행의 성공을 마음속으로나마 간절히 기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지경이 되어 있었다.
이윽고 태평양 횡단을 마친 다음 포그 일행은 미국 땅에 발을 디뎠다. 그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의 패싸움에 휘말려 흥분한 프록터 대령에게 혼날 뻔했지만, 픽스가 고기방패를 자처한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미국을 가로지르는데, 아우다는 여기서 조금 전에 만났던 프록터 대령과 우연히 마주쳤다. 이에 필리어스 포그와의 충돌을 우려한 픽스, 파스파르투와 의논한 끝에, 휘스트 게임으로 그의 정신을 돌려놓기로 한다. 휘스트는 카드 게임의 일종으로, 필리어스 포그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 리폼 클럽에서도 매일 밥 먹고 신문 보고 친구들과 카드 게임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실제로 아우다 부인은 그 필리어스 포그에게서 칭찬을 들을 정도로 잘했고, 픽스도 상당했다. 중간에 들소 떼의 행진에 지체되고, 무너지기 직전의 메디슨 보우(Madison Bow) 다리는 너무 오래되어서 폐쇄된 상태였지만, 다른 기차를 기다리려면 최소한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던 상황. 이에 필리어스 포그는 사람들에게 먼저 기차에서 내려 걸어가자고 했지만 다들 무시했다. 결국 기관사는 속력을 최대한 높여 빠른 속도로 다리를 통과했고, 다리는 기차가 건너자마자 무너졌으니 조금만 늦었다면 큰일 날 뻔했던 상황.
대체적으로 횡단은 순조로운 편이었다. 유타 주를 통과할 때는 몰몬교 전도사가 등장했고, 솔트레이크 시티에서는 일부다처제와 관련된 약간의 해프닝도 발생했다.
3.5. 여행의 막바지: 미국 ~ 영국
그 이후 필리어스 포그는 휘스트를 하다 프록터 대령과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고, 시비 끝에 객차 끝에서 결투를 하기로 결정했다. 총을 발사하기 직전, 인디언이 열차를 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백인 승객들은 그런 거 없이 총을 들고 싸웠다. 참고로 포그 일행의 총은 '혹시나 해서' 파스파르투가 사 온 것이다. 콜트 리볼버를 무려 여섯 자루나 사 왔다고(전당대회에서 프록터 대령과 싸웠던 당시 파스파르투는 총을 고르고 있었다). 심지어 아우다 부인마저 총을 들고 인디언들에게 발사했다. 이때 인디언 추장이 기관사를 기절시키고 기차를 멈추려고 했는데, 조작이 미숙해서 오히려 최대 속도로 달리게 되었다. 바로 다음 역인 카니 역에서 열차가 멈추지 못하면 승객들이 패배할 상황이었는데, 파스파트루는 목숨을 걸고 기차 밑을 가로질러가 기관차와 객차 연결을 해제했다. 덕택에 기차는 카니 역에서 군대의 도움을 받아 인디언들을 몰아냈지만, 파스파트루는 다른 백인 승객 두 명과 함께 인디언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프록터 대령은 인디언이 쏜 총탄에 부상당한 뒤 등장하지 않았다. 포그는 승객들 모두를 위해 희생한 파스파트루를 구해야 한다며 떨쳐 일어났고, 그 의기에 감탄한 기병들이 돕겠다며 따라나선다. 픽스는 그를 말렸지만, 포그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아우다 부인을 지켜달라고 하여,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픽스는 찌그러진다. 그런데 겨우 그들의 근거지를 찾아냈다 싶었는데, 그때 이미 파스파르투는 자신들을 감시하던 인디언 둘을 때려눕히고 탈주하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열차가 떠나 예정보다 20시간이나 늦어버린 데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열차는 그 다음날 밤에야 오는 상황. 결국 썰매를 빌린 다음 돛을 달아 개조한 썰매로 20노트(약 37km/h)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바람을 타고 빙판을 가로질렀는데, 간간히 굶주린 늑대들도 쫓아왔지만 썰매는 속도를 늦추지 않아 그들을 따돌린다. 지름길을 따라 다음 역까지 가서 다른 열차를 잡아타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겨우겨우 뉴욕에서 대륙 횡단을 끝냈지만, 45분 차이로 대서양 횡단 기선 '차이나 호'를 놓쳤다.
절망하다 못해 자책(自責)하는 파스파르투에 비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표정한 포그는 항구를 둘러보다 화물선 '앙리에타 호'를 발견한다. 그 배는 프랑스 보르도까지만 가는 화물선이었다. 스피디 선장은 태워달라는 요구를 계속 거절했지만, 1인당 2,000파운드의 돈을 쥐어주자 승낙했다. 항해 도중에도 포그는 제발 아일랜드까지 가자고 선장과 협상했지만, 선장이 워낙 완고하게 거부하자 평소 선장이 선원들에게 거칠게 대해 평판이 안 좋은 것을 이용해서, 선원들을 모조리 선동, 매수하여 선장을 감금한 다음 자신이 항해를 지휘했다. 배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듯 포그의 지휘는 매끄러웠지만, 원래 항해여정을 초과했으니 당연하게도 연료인 석탄이 부족해졌던 터라 선장을 감금에서 풀어줬다.
분노로 포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는 선장의 눈앞에 시퍼런 지폐다발을 쌓아서 바로 진정시킨 다음 재깍 포그에게 싹싹해지도록 만들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만든 지 20년 된 5만 달러짜리 배를 6만 달러의 거금을 주고 사겠다고 했으니... 당시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현대의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을 때,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들 중 하나가 이 대목이다. 갑자기 6만 달러라는 돈이 갑툭튀하니 무리도 아닌데, 당시의 6만 달러는 당시의 영국 돈으로 1만 2천 파운드 정도였다. 소설이 집필되었던 당시의 영국 화폐 파운드 스털링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꿰어 차고 있었으며, 미국 달러보다 5배 정도 더 가치가 높았다.
당시 선장은 4만 달러를 이득 보았다고 좋아했으니 배 수리비용은 2만 달러인 듯. 통째로 사는 거라고 해도 터무니없는 가격인데, 거기에 배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로 된 부분은 선장에게 준다는 조건으로. 이런 횡재에 배의 나무로 된 부분을 선장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도끼로 쪼개고 부숴서, 석탄 대신 연료로 사용해 아일랜드의 퀸즈타운까지 가까스로 갔다.
퀸즈타운에서 쾌속 우편선으로 갈아타서 영국 리버풀에 도착했지만, 픽스가 가지고 있던 체포영장의 효력이 발생하는 바람에 세관에 감금되었다. 영국 본토나 영국 식민지 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영장이었기에, 여행 경로에서 마지막 영국령이었던 홍콩을 떠난 시점부터 무용지물이었다. 작중에도 픽스가 홍콩에서 여기가 마지막 영국 땅이라며 꼭 포그 일행을 잡아야 한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묘사되었다.
오후 2시 33분경, 즉 리버풀에서 런던 행 열차가 출발하는 시각이 되자 포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난다. 얼굴이 약간 찌푸려지는 게 다였지만. 이때 뻘쭘해하면서 돌아온 픽스 형사 曰, "3일 전에 진범이 이미 잡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자 포그는 벌떡 일어나 픽스에게 주먹 두 방을 날려 때려눕혔다. 당연히 픽스는 아무 말도 못했고, 포그로서는 아마도 생전 처음으로 신사다운 품위를 저버린 행동이었을 거라는 서술이 극중에 있다. 사실 그로서는 매우 많이 참아준 셈. 그리고 파스파르투는 환호하면서 더 때리라고 했다.
그 뒤 풀려난 포그는 일행과 같이 리버풀에서 열차를 전세내서 런던까지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도착했을 때 시각은 1872년 12월 21일 20:50….
결국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자택으로 돌아와 좌절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자살이라도 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그를 위로하던 아우다 부인이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아내로 맞아주시지 않겠느냐?'며 여자 쪽에서 먼저 청혼했다! 진작 픽스의 정체를 주인님께 밝혀야 했는데, 나 때문에 이 꼴이 되었다며 자책감에 좌절하던 파스파르투는 그 소식을 듣고 기뻐하면서, 그들을 위해 결혼식 주례 약속을 잡으러 윌슨 목사를 찾으려고 했는데….
사실 그들은 12월 20일에 도착했다.
포그 일행은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지구를 한 바퀴 돌았고, 경도를 1도씩 넘을 때마다 4분씩 시간이 단축되었다. 이렇게 단축된 시간을 계산하면 4*360/60=24로 딱 하루가 나온다. 결국 자신들도 모르는 새 하루를 벌게 되었고, 80일이 아닌 79일 만에 세계일주를 하게 된 것이다. 즉, 만약에 이들이 지구를 반대로 돌았더라면 하루를 잃었을 것이다.
참고로 이 작품이 출간된 때는 아직 날짜 변경선이 없었다. 이 문제를 인지하고 날짜 변경선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 1884년으로, 이 작품보다 10년 가량 늦다. 정식으로 날짜 변경선이 생긴 것은 1917년으로, 시간관념이 철저한 포그가 이걸 놓친 것도, 날짜 변경선이라는 개념이 그 시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할 때 주의할 점은, 내기에 이기고 지는 것이 날짜 변경선이 있고 없고에 관계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면서 하루를 벌게 된다는 사실을 놓친 이유가 시차를 보정하기 위한 날짜 변경선이란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날짜 보정을 해줄 개념이 없던 시기라서, 오히려 철저하게 자신이 여행하면서 여행하는 곳의 현지 날짜를 체크하다보니 달라진 것. 그런데 현대의 번역본에서는 어째선지 이렇게 된 게 날짜 변경선 때문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사실 당시 이미 수십 일이 지나도 분 단위 이하로만 오차가 나는 시계기술은 개발되어 있긴 했다. 작중에서도 파스파르투의 시계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좋은 시계로, 1년에 4분밖에 틀리지 않는다는 언급이 있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특성상 중력, 습도, 온도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후 및 풍토가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외국여행에서 제 성능을 보장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현대의 기계식 시계는 이런 점을 많이 보완하긴 했지만, 이건 기술력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시점에서의 이야기고, 이런 초정밀 기계시계는 정말 집값과 맞먹을 정도로 비싼 것도 있다. 따라서 그 당시 상황에선 시계에 의지를 안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파스파르투는 결혼식 장소를 알아보러 갔다가 약속 시간을 10분 남긴 8시 35분, 목사가 내일은 일요일이라 결혼식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오늘이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 즉, 약속의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교회에서 튀어나온 파스파르투는 죽을 둥 살 둥 3분 동안 전력질주해서, 8시 38분에 저택에 도착하여 주인에게 사실을 설명하려 했다가, 오늘은 일요일인데 무슨 소리냐며 의아해하는 주인에게 자세히 설명할 시간도 아까웠던 터라, 주인의 목덜미를 잡아채어 거의 질질 끌다시피 하여 마차에 태웠고, 이번엔 파스파르투가 마부에게 100파운드를 낼 테니, 리폼 클럽으로 총알처럼 달리라고 독촉했고, 총알마차는 노점상을 뒤엎고 길가는 개를 치어 죽이는 등의 난폭운전 끝에 7분 만에 클럽에 도착했다. 그리고 포그는 8시 44분 57초에 클럽의 문을 열고 들어온 다음, 거의 1초도 남지 않은 시점에 방으로 들어오면서 내기에 이겼다.
사실 포그는 돈을 여행 경비로 다 써서 실질적으로 번 돈은 거의 없었다. 내기 승리금 2만 파운드에서 여행경비 1만 9천 파운드를 빼면, 순수익은 1천 파운드 뿐이며, 그마저도 추적자 겸 여행 동료였던 픽스와 하인 파스파르투에게 반반씩 나눠줬다.
픽스는 일행 외 제3자의 입장에서 여행 과정을 목격했으니, 만일의 경우 증언도 해줄 수 있는 증인이다. 더욱이 경찰이니 증언의 효력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파스파르투는 실수로 켜놓고 온 가스등이 태워먹은 가스비를 공제당해 500파운드를 다 받진 못했다. 작중에 하루 2실링 정도라는 계산이 나왔으니, 가스요금은 8파운드가 약간 안 되는 정도.
이렇게 해도 20,000-19,000+20,000-500-500=20,000이라 포그는 본전치기, 전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이득이었다. 80일의 시간과 그 기간 동안 심적인 부담감을 안기는 했어도 공짜로 세계일주를 한 셈이며 미인 아내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일상으로 돌아와 아우다와 결혼을 한 뒤 파스파르투와 짧게 뒷얘기를 하면서 끝.
이때 파스파르투는 인도를 거치지 않았다면 78일만에 일주를 끝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포그는 그러지 않았기에 아우다와 결혼할 수 있었다 라며 일축했다. 해당 문장 뒤에 "그리고…"라며 말을 흐리는데, 이는 아마도 파스파르투 이야기인 듯.
마지막 문장이 독자에게 여운을 남겨준다.
(전략) 그러나 그 후론? 포그는 이 여행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야 할까? 그렇다. 아무것도 없다 -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로 만들어준 아름다운 여인을 빼고 나면 말이다.
사실 이것보다 보잘 것 없는 것을 위해서라도, 세계일주는 해볼 만한 것이 아닐까?
• 당연히 21세기에는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80일은커녕 비행기를 이용하면 하루 이틀도 걸리지 않는다.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고 작중에서처럼 육해로만 이용한다고 해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같은 당시에는 없었던 철도가 잘 깔려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쓴다면 80일은 여유로운 수준이다. 가령 작중에선 영국→일본에 42일이 걸렸지만, 런던에서부터 철도를 타고 파리와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러시아를 횡단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본으로 가는 배를 이용하면 열흘 정도면 가능하다. 물론 그건 다른 코스를 이용한 것이고, 포그의 코스를 따라간다면 역시 80일까지는 아니지만 좀 더 걸린다.
• 1889년 11월 14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두 여성기자가 실제로 80일간 세계일주를 나섰다. 두 기자의 이야기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는데, 결과는 넬리 블라이(Nellie Bly)가 72일 6시간 11분 14초로 완주했고, 엘리자베스 비스랜드 웨트모어(Elizabeth Bisland Wetmore)는 76일을 조금 넘어서 완주했다.
• 2017년 기준으로 가장 빠른 세계일주 기록(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궤도 비행은 제외)은 1992년 에어 프랑스의 콩코드가 세운 32시간 49분 3초. 승객으로서 일반적인 노선을 이용해서 기록한 가장 빠른 세계일주는 1980년이며, 영국의 David Springbett가 역시 콩코드를 주로 타고 세운 44시간 6분이다.
• 배를 타고 가장 빠른 세계일주 기록을 세운 사람에게는 이 작가의 이름을 빌린 쥘 베른 상이 주어지며, 이 상이 생긴 처음 생긴 1990년대 이후 2017년까지 9번 수상이 이루어졌다. 현재 기록 보유자는 프랑스의 Francis Joyon이 2017년에 세운 40일 23시간 30분 30초.
• 주인공이 영국인이라 그 입장을 반영해서인지, 다녀가는 곳이나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영국 관련 인물들(식민지 현지인, 특히 인도인)이고, 영국인의 심성에 관한 묘사가 많다. 주로 "전형적인 영국인"이라고 언급하는 식. 게다가 영국인의 자부심(or 오만함?)을 나타내기 위함인지 다른 문화의 인물들을 까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작가인 쥘 베른은 프랑스인인데다가,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식으로 영국인을 은근슬쩍 엿 먹이는 묘사를 가끔 한다. 포그는 숙소에 죽치고 있고 파스파르투만 관광을 나가는 대목에선 영국 신사들이란 관광도 하인을 시켜서 하는 족속들이기 때문이다 라고 무자비한 디스묘사를 하고 있다.
• 다녀가는 곳들에 대한 언급도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게 주인공이 아닌 하인 파스파르투의 시선인데다 80일이라는 시간 관계상 수박 겉핥기식으로 설명한다는 것. 또한 제국주의 국가의 시선에서 바라봐선지,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시선도 좋지가 않다. 게다가 주인공과 그 일행은 다 좋은데 그들을 방해하는 이들은 다 악당 비스무리하게 묘사한다. 스피디 선장만 해도 돈벌레로만 묘사되니…. 근데 이건 다 그렇다. 픽스 형사만 해도 돈 때문에 세계일주한 거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 인도 해운 회사 선박들의 불안정성이 언급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불안정한 배들 중 한 척의 이름이 코리아 호다!
• 능력자 주인공과 그의 열혈(?) 하인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허셜 레이튼(입버릇이 "영국 신사라면…")과 루크가 생각난다. 다만 루크 쪽은 열혈이긴 한데, 싸움 잘하고 몸을 잘 쓰는 쪽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 머리는 레이튼만큼은 아니라도 잘 쓴다만.
• 몇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아래 문단의 성룡 주연 영화 외에도, 1989년 피어스 브로스넌과 줄리아 닉슨이 각각 필리어스 포그와 아우다 부인 역으로 등장한 동명의 TV 미니시리즈 버전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