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시꿍야 대장님과 함께한 트래킹
처음 들어보는 운탄고도. 트레킹 코스로 소개하는 어느 잡지 글을 보았는데, 마침 산악회 버스가 여길 가는게 있어 동료와 함께 신청하게 되었다.
운탄(運炭) 즉 석탄을 나르던 옛길(혹은 고원길)이라는 뜻의 運炭古道(혹은高道)는 만항재에서 백운산, 화절령 그리고 두위봉을 거쳐 함백역으로 석탄을 실어나르던 제무시(GMC)가 달리던 40km 길이었답니다. 오늘 화절령에서 만항재까지 걸어보니 지금도 길바닥이나 옆에 시커먼게 아직도 보입니다.
운탄고도 홈페이지에는
운탄고도 1330, 강원을 걷다.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고원의 길
영월, 정선, 태백, 삼척 폐광지역의 점(點)을 하나의 선(線)으로 잇다
라는 글이 보입니다. 1330은 이 길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만항재의 고도 1330m를 뜻하고 평균 높이는 546m이며 1100m의 능선을 넘나들어 고원의 길이라고 할만하네요. 이때는 한문으로 雲坦高道.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정선, 태백을 지나 삼척 소망의 탑까지 강원도 폐광지역 4곳을 연결한 173km의 트레킹 길이랍니다. 이 길을 9개의 코스로 나눠 6길까지는 개통하였고 10월에 나머지를 개통한답니다. 10월 1일 개통식을 하고, 9일까지 <구름을 품은 원시 숲길 운탄고도 1330 느리게 걷기> 행사를 한다네요.
오늘 우리는 9코스 중 제5길 <광부와 광부 아내의 애틋한 사랑의 길>(꽃꺼끼재~함백산소공원)을 걸었는데 거리는 15.7km, 고도는 1067m ~ 1330m이고 소요시간은 5시간 15분이랍니다.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길이라는 雲坦高道가 강원도의 높고 멋진 산세를 연상시키는 멋진 표현이지만 이 길과 관련있는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運炭古道가 역사적 의미를 잘 담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마음에 드네요.
버스에서 내려 화절령(꽃꺼끼재) 5길 시작점까지 1.1km 걸어 올라갑니다. 화절령이라는 이름은 넘기 힘든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사람들은 산에 핀 꽃을 꺾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 해서 지어진 거랍니다.
1km를 걷자 고원지역인데 연못이 있습니다. 도롱이연못. 탄광 지하갱이 무너져 내리며 생긴 이 연못에 과거 광부 아내들의 애틋함이 묻어있습니다. 이 연못에서 광부의 부인들이 지하 막장에서 일하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답니다. 연못에 사는 도롱뇽이 살아있으면 탄광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었구요.
다시 1km 가까이 걷자 1177갱 입구입니다. 1177은 해발고도 높이. 갱 입구에는 작업 끝내고 나오는 실물크기 조각 광부가 도시락을 들고 웃으며 서있네요. 마중 나온 딸을 보고 웃는거라는데 막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난 뒤 탄을 뒤집어 쓴 모습이 아닙니다. 내 기억으로 5길 전체에서 유일하게 옛 탄광지역임을 보여주는 기념물인데 무언가 아쉽네요.
4km를 가자 백운산 올라가는 갈림길이 있습니다. 1.5km 올라갔다가 다시 이 지점으로 내려와야 됩니다. 인증 받을 수 있는 산이 아니기 때문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 동료와 함께 갔다왔습니다.
1426m 높이의 백운산은 다른 곳에 있는 여러 백운산 가운데 가장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높은 곳에서 오르기 때문에 힘들지않게 등정할 수 있고 길도 일부 바위길도 있지만 편한 길입니다. 정상인 마천봉에서 22분 쉬며 점심 먹은 시간까지 포함해서 3km 갔다오는데 1시간 32분 걸렸네요.
내려와 종점인 만항재 함백산 소공원까지 10km 부지런히 갑니다. 중간에 약수터가 있고 야생화 가꿔놓은 곳들을 보며 풍력발전단지를 지나갑니다.
가까이서 보니 풍력발전기 크기가 엄청 크고 무서울 정도로 휙휙 돌아가는 소리가 납니다.
트래킹 길이 넓고 편하지만 오르내리막은 상당히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만항재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있네요. 처음 버스에서 내려 버스가 있는 곳까지 백운산 갔다오는 3km 포함하여 19.8km이었구요, 쉬는 시간 포함 5시간 45분 걸렸습니다. 일부는 시멘트 포장이고 일부는 잔돌 비포장 도로로 등산로 보다 훨씬 걷기 편합니다. 나무그늘도 꽤 있고 바람이 불어 시원함을 느낄 수 있구요.
5길을 걸어보니 중간중간 이정표와 안내문은 세워져 있지만 벤치가 있는 쉼터는 부족합니다. 매점이 있는 휴게소 없고 운탄고도의 본래 역사를 보여주는 시설이나 조형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보완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