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凌霄花
장마철에 피는 꽃이다.
하늘을 업신여기며 피는 꽃이라 하여 능소화라 부른다.
능소화는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비가 오는 때를 기다려 수십 개의 주황색 나팔을 불어 댄다.
다른 꽃은 바람 불고 비가 내리면 꽃잎을 닫지만,
능소화는 그렇지 않다. 한번 펼쳐낸 꽃을
다시 오므리는 법이 없으니 자존심 하나만은 최고이다.
봄의 꽃들이 다 지고,
뜨거운 여름에 당당히 피는 꽃이 능소화이다.
꽃 피우는 것을 힘들어 하는 꽃은 없다.
핀 꽃이 덥다고 모습을 바꾸는 꽃은 없다.
장마 더위에 귀를 활짝 펴고 웃는 능소화를 보라.
일반적으로 꽃이 피고 질 때는
꽃이 시들어서 지저분하게 보인다.
그러나 능소화는 꽃이 질 때
예쁜 모습 그대로 뚝 떨어진다.
꽃이 시든 채 나무에 매달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옛날 양반집에 주로 이
능소화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능소화를 보면 슬픈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궁궐에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다.
그녀는 임금에게 눈에 띄어 하루 아침에
빈(嬪, 후궁)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자 다른 궁녀들의 시샘과 음모로 이어져 두번 다시 임금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녀는 기다림에 지쳐 병이 들어 죽은 후,
궁 담장에 묻어 달라는 유언대로 묻혔다.
그 자리에서 자란 덩굴이 능소화란다.
기다리다 지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담을 뛰어 넘는다.
능소화의 ‘능凌’자는 ‘능가하다, 깔보다’라는 뜻이고,
‘소宵’자는 ‘하늘 소’자이다.
그러니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덩굴의 기운 때문에 능소화라고 한다.
정말 슬프고 또 슬프다.
이 꽃은, 과거 시험에 장원 급제하여
말을 타고 금의환양錦衣換陽할 때
머리에 쓰던 화관으로 장식했다고 해서
‘어사화御使花’라고도 부른다.
조심할 것은 꽃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들어가 실명失明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진;구글